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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의 병역면제 및 장남의 병역특혜 의혹, 증여세 탈루 및 지각납부, 저축은행 뱅크런 가세 의혹, 일제시대 순사를 지낸 부친의 친일경력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목을 축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의 병역면제 및 장남의 병역특혜 의혹, 증여세 탈루 및 지각납부, 저축은행 뱅크런 가세 의혹, 일제시대 순사를 지낸 부친의 친일경력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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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재직할 때인 2011년 일어난 서울 홍릉 KDI 부지의 기부채납(국가에 무상으로 재산 증여) 논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점화됐다. 이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현 후보자의 'KDI 원장 연임 거래설'과 얽혀 공방이 오간 바 있다.

KDI는 세종시 이전 계획에 따라 2011년 1월 13일 종전 부동산 매각 계획을 제출했다. 예상 매각금액은 1157억1700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 그해 말인 12월 7일 매각 계획을 변경해 기부채납계획을 제출했다. 국가 소유가 된 KDI 홍릉 부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역점 사업이었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들어설 예정이다. 매각 수입이 없어진 KDI는 기획재정부로부터 20년에 걸쳐 재정을 지원받기로 하고 816억 원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세종시에 신청사를 건축중이다. 월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로 대출받은 금액만도 26억 원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2011년 5월 청와대 김상엽 녹색성장기획관을 찾아가서 KDI 땅을 GGGI에다가 헌납하기로 했죠?"라고 묻자, 현 후보자는 "동의할 수 없다, KDI 기부채납 문제는 기획재정부에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현 후보자는 "우리는 KDI 부지에 어느 기관이 들어오는지 전혀 몰랐다, 기부채납을 통해서 이전비용을 확보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후보자의 대답은 김상엽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의 증언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5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김 기획관은 GGGI가 홍릉 KDI 부지에 들어간 과정에 대해 현오석 KDI 원장이 먼저 찾아와 부지를 국가가 인수해달라고 적극 건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GGGI를 서울 노른자위 땅에 조성하기 위해 힘없는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우상호 민주통합당 의원 질의에 김 기획관은 전면 부인하면서 "(현 원장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것을 확인해달라", "나는 사실 그전에는 (GGGI 부지로 KDI가 있는) 홍릉이라는 공간 자체가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현 원장이) 내 방 방문해서 한 기록 같은 것도 다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기부채납과 KDI 원장직 연임 '거래 의혹'도 제기했지만 김 기획관은 부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13일 인사청문회를 종합하면, KDI 부지 기부채납 '최초 저작권'에 대해 우 의원은 김상엽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김 기획관은 현오석 후보자(당시 KDI 원장)를, 현 후보자는 기획재정부를 지목하는 형국이다. 또한 KDI 부지에 GGGI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다는 현 후보자의 발언은 현 후보자가 자신을 먼저 찾아와 이야기했다는 김 기획관의 발언과 모순된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는 GGGI 사업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김현미 의원 "박영준 차관 공부모임에 KDI 공간과 사람 동원"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 후보자가 KDI 원장 시절 권력에 대한 해바라기 성향을 강하게 보였다며 경제 수장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란히 앉아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전 인사청문회에는 참석했지만 질의는 하지 않았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 후보자가 KDI 원장 시절 권력에 대한 해바라기 성향을 강하게 보였다며 경제 수장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란히 앉아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전 인사청문회에는 참석했지만 질의는 하지 않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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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사청문회에서 김 의원은 KDI에서 2009년 5월 9일부터 2010년 7월 10일까지 격주 토요일에 총 23차례 열린 '토요포럼'을 문제 삼았다.

이 포럼은 KDI의 비공식 포럼 중 하나로, 주 참석자는 당시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정인철 전 청와대 비서관, 그리고 당시 원장이었던 현 후보자였다. KDI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나머지 참석자는 KDI 연구원이나 교수들로 매번 바뀌었다. 지난 2010년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KDI 원장으로 나왔던 현 후보자는 토요포럼에 대해 "내가 제안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토요포럼은 사실상 박영준을 위한 공부모임이었다"면서 "현 후보자는 개인을 위한 공부모임에 KDI를 빌려주고 직원들에게 발제를 맡게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토요포럼에 갔다가 KDI에서 통장으로 활동비를 받은 교수가 있다, 통장 사본도 가지고 있다"면서 "KDI 예산이 집행된 바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 후보자는 정권 실세들을 찾아가 공부모임을 만들어주고, 땅을 헌납하고, 이런 것을 굉장히 잘해서 KDI 역사에 없는 원장 연임을 했다"면서 "후보자가 가는 기관마다 구성원들이 하는 평가에서는 꼴찌를 하는 등 능력은 없지만, 정치권에 줄 대는 역할은 훌륭히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가 지금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다"면서 "후보자는 정치권의 태도와 입장에 따라 너무 잘 바뀐다"라고 비판했다.

청문회 하루 연장... 보고서 채택 여부는 불투명

당초 현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하루만 열 계획이었지만, 각종 의혹에 자질 문제까지 겹쳐짐에 따라 여야 합의로 하루 연장해 14일에도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청문회가 이틀에 걸쳐 열리지만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

13일 청문회는 밤 11시45분까지 이어졌다.


태그:#현오석,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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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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