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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지난해 5월 진행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ㆍ부위원장 연수.
 인천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지난해 5월 진행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ㆍ부위원장 연수.
ⓒ 인천 동부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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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시작한 3월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위원을 선출하는 달이다. 학운위가 법적 기구가 된 지는 17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학운위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많다. 학운위의 역할과 위원의 자세, 회의 운영에 대해 짚어봤다. 또한 오랜 기간 운영위원을 한 학부모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 학운위의 위상과 구성

학운위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학교에 설치하는 심의·자문 기구이다.

학교 운영 의사결정단계에 학부모·교원·지역인사가 참여해 정책 결정의 민주성·합리성·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심의·자문)기구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교원위원·학부모위원·지역사회위원으로 구성된다. 보통 교원위원 30~40%, 학부모위원 40~50%, 지역위원 20% 정도의 비율로 구성한다.

위원의 임기는 4월 1일부터 시작해 다음해 3월 31일까지이다. 때문에 모두 3월 안에 선출한다. 선출과정을 보면, 먼저 학교에서 교원위원을 선출한 후 학부모위원을 선출하고,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지역위원을 추천한다. 추천된 지역위원들을 놓고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논의해 선출한다.

교원위원이나 학부모위원은 임기 시작일 10일 전까지, 지역위원은 임기 시작일 1일 전까지 선출하면 된다. 학부모위원 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학부모총회에서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정원을 넘지 않을 경우는 직접 투표를 하지 않으며, 학부모위원 모집일은 총회 3~4일 전까지 정해야 한다.

학부모위원 선출을 위해서는 학교가 가정통신문과 홈페이지, 공고문을 통해 모집기간을 모든 학부모에게 알려야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모집기간을 7일 이상으로 할 것을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보통 학교에선 3월 초에서 중순까지 위원 신청을 받으며, 이 때 입후보 등록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 학운위의 역할

학운위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나 예산에 관한 모든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회의는 보통 연간 7회 내외로 열린다. 산하에 학교급식 업체 선정과 관련해 식재료 납품업체 방문이나 위생 점검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급식소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한다. 또한 급식소위처럼 수학여행소위ㆍ앨범소위ㆍ예결산소위를 산하에 설치할 수 있다. 소위원회에는 학운위원 이외 전문가(학부모 포함)도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급식업체의 선정, 현장학습의 숙소와 버스업체 선정 등을 심의해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던 교육과정을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과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2011년 법이 개정돼 지난해부터는 학운위에서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사항을 심의할 때는 사전에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며,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사항은 위원장이 학생대표를 회의에 출석시켜 발언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학생대표는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사항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운위에 건의할 수 있다.

학운위 회의 시간은 일과 후나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에 개최해야하며, 위원장이 학교발전기금 운영계획을 학운위에 제출해야한다. 회의 개최일ㆍ안건ㆍ회의 결과ㆍ회의록ㆍ연간 활동 보고서 등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아교육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올해는 국ㆍ공립유치원과 원아 20명 이상의 사립유치원에서도 3월 31일까지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 학운위와 유치원운영위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 학운위원의 자세와 권한ㆍ의무

2012년 10월 인천시교육청이 학운위원 연수에 사용한 자료를 보면, 학운위원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학부모위원은 학부모들의 의견과 학부모회에서 논의되는 내용, 교원위원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바라는 학교운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각각 수렴하고 학운위 결정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지역위원은 지역사회 인사들과 주민들의 학교 교육에 관한 요구사항을 수렴해야 한다.

학운위원은 자신이 대표하는 학부모·교사·학생·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학운위에 제안하고 건의하는 등 학교 운영 참여권, 중요사항 심의·자문권, 보고 요구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학운위원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해당 학교와 거래를 하는 등 재산상의 권리나 이득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취득을 알선한 경우 학운위의 의결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 학운위 회의 운영

학운위 회의는 규정으로 정한 기일에 개최하는 연 1회 정기회와 필요에 따라 학교장 또는 조례로 정한 일정 비율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수시로 모집하는 임시회가 있다. 위원장은 반드시 회의 개최 7일 전에 소집을 공고하고 회의 안건을 첨부해 위원에게 개별 통지해야 한다.

회의 시 발언자는 발언 도중 타 위원의 발언에 의해 정지되거나 방해받지 않고 그 발언을 완료할 것을 보장받는다. 안건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지만, 다수의 의견이라도 수적 우위를 이용해 설득 노력 없이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의를 개최할 경우 미리 가정통신문·학교게시판 등을 통해 회의 개최 일자·안건 등을 일반 학부모와 교사 등에게 알리고, 이들이 회의를 참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회의가 끝났을 경우 회의 결과를 학교장에 알려야하고, 간사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제안된 안건이 학부모의 재정적 부담을 요구하는 사안이거나 학부모들이 숙지해야할 사안인 경우에는 결정 내용을 즉시 학부모에게 알려야한다.

"수저 공급·화장지 비치, 보람 느껴"
[인터뷰] 박경래 인천 진산중 운영위원장


박경래 인천진산중학교 운영위원장.
 박경래 인천진산중학교 운영위원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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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래(50ㆍ인천 부평구 삼산2동)씨가 학교운영위원을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2002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을 꿈꾸며 자녀 3명이 다니던 진산초등학교에서 운영위원을 시작했다.

처음 운영위원에 입후보했을 때는 정원을 초과하지 않아 투표하지 않고 선출됐다. 하지만 박씨가 운영위원으로 들어가면서 회의시간이 4~5시간으로 길어져 학교나 다른 운영위원들이 힘들어하고 박씨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 전에는 정식적인 회의 진행 대신 교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한 후 형식적으로 30분 만에 마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운위 규정집에 나와 있는 대로 회의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학교측을 반대하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 뒤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른 운영위원들이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오해도 풀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진산초에서 5년, 진산중학교에서 2년 동안 운영위원을 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 말까지는 진산중 운영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운영위원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진산초 학생들이 수저통을 들고 다니지 않게 한 일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했지만 수저를 제공하지 않아 학생들이 수저통을 들고 다녀야했다. 박씨는 학생들이 수저통을 들고 다니는 것이 비위생적이기에 학교에서 수저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이를 계속 요구했다. 2년이 지나서야 학교에 수저와 소독기 등이 보급됐다. 그 후에는 인천시 교육위원회에 건의해 인천의 모든 학교에 수저가 공급됐다.

다른 하나는 진산중의 모든 학생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한 것이다. 박씨는 "요즘에는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이나 전통시장 화장실에도 화장지가 기본적으로 비치돼있는데,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교에선 학생들이 장난을 쳐서 화장지를 비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화장지를 비치하고 잘 관리하게 교육해야 한다. 부모들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이 국가 예산이 돼 화장지가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재를 잘 아껴야한다는 의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받아준 다른 운영위원들과 학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운영위원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운영위원을 한다고 하면 1년에 수백만원을 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 내 아이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학운위가 잘못을 지적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가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함께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돌아보면 학운위에 참가한 것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등록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길 바란다. 참여하는 만큼 학교가 행복해지고 아이들의 미래도 바뀔 수 있다. 시교육청에서는 학운위가 잘 운영될 수 있게 관련 자료와 연수를 내실 있게 준비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교운영위원회, #학교운영위원, #인천시교육청, #운영위원, #진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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