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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11일 "친노 대 반노로 싸우는 전대 뒤엔 분당"이라고 경고하며 당대표 선출을 위한 5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11일 "친노 대 반노로 싸우는 전대 뒤엔 분당"이라고 경고하며 당대표 선출을 위한 5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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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철수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고 안철수 당선을 도와야 한다. 그게 대선 때 큰 신세를 진 집단으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다음 안철수가 어떻게 성장하고 또 내공을 쌓아 국민적 지지를 얻을지 말지는 안철수의 몫이다."

민주당 5.4 전당대회에서 '친노가 미는 비노' 후보로 당대표 출마가 유력시 됐던 김부겸 전 선대위원장이 11일 전격 불출마 선언을 발표했다. 친노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데 대해 매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을 한 뒤 1시간 만에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당의 길'과 안철수 정치와의 연대 문제 등등에 대해 깊은 자신의 생각을 폈다.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가 한국정치에 착근하면 민주당이 흔들리고 분열할 거라는 우려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가질 기회를 다 박탈할 수는 없다"며 "막는다고 막아지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내에서 기회주의로 처신할 세력이 있다면 못하게 틀어막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며 "안철수와 함께 하겠다면 함께 하라고 해야 한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또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꾸 안철수가 제도정치권의 무대 위로 올라오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평가에 대해서는 "안철수 세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대선 국면 전체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안철수와 안철수 세력에게) 매달린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철수가 후보단일화에 응해준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그런 점에서 최근 단일화 과정에 대해 이 말 저 말 나오고 서로 폭로 식으로 상처 주는 것은 못난 짓"이라며 "결국 이번 대선을 통해 양 세력이 연합하거나 연대하지 않으면 강고한 이 정치지형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우리는 문재인 후보가 후보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각오가 약했고, 안 후보는 대선 국면이라는 엄중한 상황, 역사적으로 큰 세력과 큰 세력이 충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엄숙함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며 "막연하게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서니까 상대편 입장을 듣고 조율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보다 우리가 반발만 앞서면 먹을 수 있겠다는 엉터리 사고를 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문 후보도 초반에는 내가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진영논리에 갇혀 반드시 내가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안 후보도 반드시 안철수가 돼야 한다는 보장은 없었는데 왜 안철수가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야당인 민주당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과의 관계를 좀더 정직하고 정확하게 했다면 조금 더 진전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우리는 안철수를 정치 뜬구름이라고 생각했던 잘못된 생각이 있었고, 안철수는 민주당을 쓸어버려야 할 정치 쓰레기 더미로 본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길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을 미워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당으로 변화하기 바란다"며 "호남지역에서 계속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달콤함에 빠져 기득권에 찌들어 있으면 국민들은 거침없이 우릴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완강해진 지역주의 정치를 조금이라도 흔들어보는데 나의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며 "민주당의 정치적 불모지에서 배에 낀 기름끼를 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불출마 선택? 친노 대 비노 싸움으로 희망이 없지 않나 싶었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다"며 "거기엔 이번 전대를 친노 대 반노, 그리고 대선 패배 책임자 심판 구도로 짜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다"며 "거기엔 이번 전대를 친노 대 반노, 그리고 대선 패배 책임자 심판 구도로 짜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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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왜 불출마의 길을 선택했나.
"정치를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단단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섣불리 덤비지 말라, 민주당을 어떻게 수습하겠다, 또 야권을 어떻게 재편하겠다 이런 나 자신의 확실한 그림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기회가 왔다고 덤비지 말라 고언했고, 정치를 오래 해온 분들은 정치인이 자기 앞에 주어진 과제를 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설령 그것이 독약이라고 해도 마실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랬는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이번 전대는 친노 대 비노의 싸움으로 해서는 희망이 없지 않나 싶었다. 더군다나 내가 친노의 후보, 친노의 대리인으로 낙인 찍힌 이상 빨리 결단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 왜 친노의 대리인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생각하나.
"억울한 측면이 있다. 대선과정에서 지나치게 열심히 한 탓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연인 노무현에게 자연인 김부겸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분들(친노인사)들과 행동을 같이 해온 일이 없다. 대선 때 열심히 했으니 너는 친노다 이렇게 이름을 붙인다면, 저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당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잡고 열심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친노에서는 굳이 자기 쪽에 적당한 사람이 없으니까 어느 순간 친노가 김부겸을 민다, 비노는 김한길을 민다 이렇게 돼 버렸는데 나로서는 억울하다. 당 전체로 볼 때도 별로 아름답지 못한 그림이다."

- 지난 3개월간 대선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고민했을 텐데.
"솔직히 대선패배의 책임이 친노에만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늘 새누리당에게 이겼나 이것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이 늘 박근혜 후보에게 이겼는데 이번 대선에서만 졌다, 이건 정직하지 않은 태도다. 그리고 친노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 하는 것도 정직한 비판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라는 가정부터 교만했던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평상시에 정당관리를 잘했어야지, 흥행만 잘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단일화 이벤트든 국민경선이든 이제는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나는 친노라는 사람들을 두둔하거나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만이 이번 대선에서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도 정직하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 구체적으로 왜 졌다고 생각하나.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정치집단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생각보다 너무 컸다. 대전제에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다 보니까 후보는 후보대로 힘들었고, 당이 아무리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구사해도 상대편에 먹혀들지 않았던 게다. 정책에서도 구체성이 떨어졌다, 후보단일화 이후가 문제였다는 전술적 비판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평상시에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믿음과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은 게 없다. 민주당이라면 고개를 돌리는 분들이 많았다. 믿음이 안 간다고 했다. 따라서 좋든 싫든 우리는 패배했기 때문에 후보나 당, 당에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죄인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민주당 취약지역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분석을 했나? 국민적 불신을 씻을만한 선거캠페인을 했나, 솔직히 턱없이 부족했다.

반드시 이길 선거, 후보단일화만 되면 이긴다 해서 졌다고 하는데, 막연하게나마 MB 실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노하는 국민들을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주인공으로 세우지 못했다. 막연하게 분노나 불만을 터뜨리는 것으로는 우리에게 권력을 맡기지 않더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은 선거였다."

-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같은 정책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하던데.
"일회용 이벤트 같은 정책이 단발성에 그쳐서는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 박근혜 후보에 대해 이러저러한 흠집을 냈지만 국민들은 지난 10년간 박근혜 정치를 지켜봤다. 저 사람은 자기 말에 책임을 진다, 고집불통이고 소통이 안 되고 그래도 자기 말에 대해 책임은 진다는 믿음을 줬다. 우리가 무상급식 했다고 하지만, 그게 국민들 전체의 삶의 행복과 연결됐나? 무상급식으로 우리 교육문제가 해결됐나.

만성적인 사교육 문제, 왜 민주당은 정직하게 얘기 안 하나. MB의 고교 다양화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 수요를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이 문제에 과연 목숨 걸고 싸웠나? 무슨 신뢰를 얻은 게 있나. 정치문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민주당 하면 가장 먼저 싸움꾼 이미지를 떠올린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내미는, 취약지역인 영남 일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나? 이런 고민들이 있는데 쌈빡한 정책 한두 건 잘했다고 면피가 되나?"

- 지금 언급한 주제들을 전부 총괄할 리더십의 부재가 문제였다고 보나.
"김대중-노무현을 대체할 리더십이 없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등등 말이 많지만 실제 국민과 더불어 함께 울고 웃는 진정한 정치의 내용이 우리 안에 축적되지 않으면 우리는 늘 지도자 탓만 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뽑히는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진정성과 헌신성을 보여야 한다. 어느새 기득권화된 부분을 털어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진영 내에서 보면 민중성일 것이고, 진영 밖에서 본다면 애국심으로 요약될 것이다."

- 민주당은 선거 기간 안철수에게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있는데.
"도저히 민주당 후보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엄청난 대중의 열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안철수 세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대선 국면 전체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매달린 것은 사실이다. 안철수가 후보단일화 해준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단일화 과정에 대해 이 말 저 말 나오고 서로 폭로 식으로 상처 주는 것은 못난 짓이다. 빨리 관둬야 한다. 결국 이번 대선을 통해 양 세력이 연합하거나 연대하지 않으면 강고한 이 정치지형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나."

"민주당, 안철수 당선 도와야... 대선 때 큰 신세 진 집단의 최소한 도리"

그는 "'어떻게 된 당이 대선에서 지고도 책임지는 자 하나 없는가'라는 질타도 아팠다"며 "저 김부겸,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서 무능했고 무기력했다, 그런데도 우물쭈물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반성했다.
 그는 "'어떻게 된 당이 대선에서 지고도 책임지는 자 하나 없는가'라는 질타도 아팠다"며 "저 김부겸,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서 무능했고 무기력했다, 그런데도 우물쭈물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반성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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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무찌르고 이긴 게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문재인 후보가 후보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각오가 약했다. 안 후보는 대선 국면이라는 엄중한 상황, 역사적으로 큰 세력과 큰 세력이 충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엄숙함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막연하게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서니까 상대편 입장을 듣고 조율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보다 우리가 반발만 앞서면 먹을 수 있겠다는 엉터리 사고를 했던 것 같다.

문 후보도 초반에는 내가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진영논리에 갇혀 반드시 내가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도 반드시 안철수가 돼야 한다는 보장은 없었는데 왜 안철수가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야당인 민주당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의 관계를 좀 더 정직하고 정확하게 했다면 조금 더 진전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안철수를 정치 뜬구름이라고 생각했던 잘못된 생각이 있었고, 안철수는 민주당을 쓸어버려야 할 정치 쓰레기 더미로 본 오류가 있었다."

-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단일화 이후 입당론을 주장했던데.
"둘이 만나 한 얘기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당이 무슨 범죄집단인가. 제1야당과 협상하는데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말해야지 그게 뭔가. 그건 후보 사인간 거래가 아니지 않나. 큰 흐름 대 큰 흐름이 부딪치는 건대, 결국 안 후보가 그렇게 한 건 무당파층을 의식했기 때문에 끝까지 민주당에 대한 입당 문제를 꺼내지 못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내 팔 하나를 자르더라도 결단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을 쓰레기더미로 보지 말고 민주당이라는 현실적 토대 위에서 안철수의 꿈이 실현될 방법을 보여줬어야 했다. 안 후보가 지도자가 되려면 이런 문제는 당당하게 길을 밝혀주셔야 한다. 그런 게 쌓여야 역사가 된다."

- 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공식으로 제출됐다. 평가에 동의하나.
"어느 정도 언론의 보도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나 설문지는 좀 치졸한 것 같다. 굳이 찍는다면 누구를 찍을래? 이건 경찰서에서 '야, 너희 중 한 놈만 불어' 하는 태도와 같다. 왜 지난 5년간 민주당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박근혜 후보에게 그 어떤 후보를 갖다 대도 왜 지지율이 20%밖에 안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을 안 하나.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 선거 내내 그랜드 플랜이 없었던 이유는 뭔가.
"민주당이 이제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아젠다를 민주당이 다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자꾸 감당할 것처럼 나서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확실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책임지고, 이상적인 것은 연대나 관심을 지속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그게 민주당이 잘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마치 모든 의제에 대해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하면 국민들은 중구난방이라고 느끼는 거다. 아무 아젠다나 다 덤벼들고 책임도 안 지고, 그랜드 비전은커녕 중기비전도 안 보이는 게 아닌가. 그냥 정권 주면 잘할 겁니다 말고는 없었다. 그런 집단에 국민이 정권을 맡기겠나?"

- 이런 문제들을 모두어 5.4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그랬나.
"처음부터 이런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지 못하게 돼 아쉽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저 친노 아니에요,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이래도 선거과정에서 그게 되겠나. 친노 비노 싸움으로 가면 안 된다. 다음번에 또 기회가 오겠지."

- 지금 안철수 신당 만들면 다 죽는다고 했는데?
"그냥 죽어서 죽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과의 경쟁은 그다음이고 이제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서로 샅바 잡고 싸우기 시작할 것이 아닌가. 국민들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싶다. 야당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안철수랑은 서로 돌팔매질하는 필연적 상황으로 경쟁하게 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 노원병,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안철수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고 안철수 당선을 도와야 한다. 그게 대선 때 큰 신세를 진 집단으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다음 안철수가 어떻게 성장하고 또 내공을 쌓아 국민적 지지를 얻을지 말지는 안철수의 몫이다."

- 민주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시선도 많은데.
"안철수가 한국정치에 착근하면 민주당이 흔들리고 분열할 거라는 우려가 많다. 민주당 내 기회주의 세력이 안철수에게 합류하고 야권이 양분돼서 지지고 볶고 우려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가질 기회를 다 박탈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막는다고 막아지겠나? 기회주의로 처신할 세력이 있다면 못하게 틀어막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 안철수와 함께 하겠다면 함께하라고 해야 한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또 하면 된다. 나중에 국민들이 그걸 보고 있다가 너희들 합쳐라 그러면 그때 합당이든 연합이든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야권의 문제를 정리해야지 자꾸 안철수가 제도정치권의 무대 위로 올라오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 전대의 목표는 대중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 회복"

- 이번 전대의 목표는 뭐가 돼야 한다고 보나.
"민주당은 대중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 능력에 대한 호소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민주당 존재는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논쟁 자체가 당의 노선, 당의 정강정책, 당의 정치풍토, 개별 정치인의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

당분간은 우리와 다른 처지에 있는 안 교수와 그 지지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거냐 충분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대가 절대로 친노-비노 싸움으로 그친다거나 대선패배 책임 누구에게 있냐 한풀이로 가면 안 된다. 그게 분풀이는 될지 몰라도 그 다음 민주당에게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감정싸움 하다가는 결국 당의 분열로 귀결될 수 있다는 20년 된 내 정당생활의 경험이다.

민주당은 좀 정직해져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서 우리 당의 지지층만 의식하는 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물론 후보가 돼서 어려운 점인지 알지만 우리 지지자들의 입맛에만 맞는 얘기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프지만 그런 얘기를 해야 하고 우리 당원도 그런 정직함과 진정성에 당의 미래를 걸어주십사 호소드린다." 

- 만약 전대에 나왔다면 어떤 주장과 비전을 펴고 싶었나.
"민주당이 싸가지가 없다, 자기 이익만 챙긴다, 말을 바꾼다, 이걸 바꿔야 한다. 다음은 능력 문제인데 문제제기능력은 뛰어나지만 문제해결능력은 젬병이라고 본다. 이걸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일관성 내지는 우리 정당이 갖고 있는 비전에 견고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말을 바꾸고 흔들린다는 게 우리 당의 제일 큰 문제다. 이번에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 당에 덧씌워진 지역주의 이미지, 과격한 이미지, 무책임한 이미지, 경박한 이미지 등등이 정돈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당대표 출마도 안 하고 앞으로 뭐하며 지낼 계획인가.
"좀 바닥을 기겠다. 정치 시작한 지 벌써 23년이다. 12년 만에 국회의원 돼서 12년간 국회의원을 했다. 배에 기름이 많이 끼었다. 기름을 빼야지. 민주당의 불모지 대구에서 새로 시작하는 만큼 당이 내게 조금만 자부심을 줬으면 좋겠다. 새 지도부는 저희처럼 어려운 지역의 당원들에게 절망을 선물해서는 안 된다. 내가 당내 온건파여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 당을 미워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당으로 변화하기 바란다. 호남지역에서 계속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달콤함에 빠져 기득권에 찌들어 있으면 국민들은 거침없이 우릴 버릴 것이다. 우리 당의 동지들이 후보들이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완강해진 지역주의 정치를 조금이라도 흔들어보는데 나의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

- 대구에서 반응은 어땠나.
"총선 끝나고는 김 의원 다음에는 꼭 당선시켜줄게 이랬는데 대선 지고 만나니 아니 김 의원 그거 꼭 민주당 해야 하나? 묻더라. 후후. 당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다. 그래서 진지하게 전대 고민했는데, 이런 식으로 진흙탕 싸움이 돼서는 나 자신에게도 당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접었다."


태그:#김부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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