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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지역의 유일한 자연숲으로 생태공원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성미산이 다시 한번 갈등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익대학교(학교법인 홍익학원)가 성미산에 외국인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학원과 성미산 인근 주민들은 지난 2010년에도 큰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홍익학원은 지난 2010년에 사범대 부속 초등학교와 여중, 여고를 성미산에 이전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을 샀지만 결국 2011년 9월에 학교의 문을 열었다.

"생태계 파괴하고 학생 안전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


 
 서울 마포구 성산동 39-35 번지 일대. 이곳에 홍익대학교는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은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학생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숙사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39-35 번지 일대. 이곳에 홍익대학교는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은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학생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숙사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 강민수
홍익대는 지난해부터 성미산에 기숙사를 짓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7월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는 임야인 '성산동 39-35외 2필지'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바꾸는 형질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 2월에는 구 건축위원회가 기숙사 신축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이제 마포구청장(박홍섭 구청장)의 건축 허가만 남았다. 연면적 약 1만3220제곱미터(약 4000평)에 들어설 기숙사는 지상 5층, 지하 3층의 건물에 200여 명을 수용하게 된다. 기숙사는 외국인 교수와 교환학생, 지방 출신의 학생들이 사용하게 된다.

주민들이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환경파괴 문제다. 성미산은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인근 초중고학생들의 자연학습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성미산 일부는 2014년까지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생태공원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기숙사가 들어설 자리가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이 공동서식하는 곳)' 1등급 지역이어서 주민들은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공사로 인한 인근 학생들의 안전 문제다. 기숙사 부지 앞은 양방향 2차선 도로다. 여기에 자전거 도로까지 설치돼 인도가 좁은 편이다. 이 인도는 홍익대 부설 초중고는 물론 성서초등학교, 경성중·고교 학생들의 통학로로 쓰이고 있다.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장욱희(36)씨는 "이 길은 홍익학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공동의 길"이라며 "공사가 시작되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대를 이유로 지난해 9월 성미산 인근의 (사)사람과마을, 성산1동주민자치위원회, 성미산마을극장, 성미산학교, 환경정의 등은 '홍대 외국인기숙사 신축반대 성미산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했다.

"'널리 사람 이롭게 하라'는 홍익대... 주민들 괴롭혀"
 
 서울 마포구 지역주민단체로 이뤄진 '홍대 외국인기숙사 신축반대 성미산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7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대의 성미산 기숙사 건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마포구 지역주민단체로 이뤄진 '홍대 외국인기숙사 신축반대 성미산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7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대의 성미산 기숙사 건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강민수

대책위는 7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익대 기숙사 건립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 소속 4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 신축계획 철회 ▲ 구청의 편파적인 행정 해명 ▲ 주민과 구청, 홍익학원의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홍익대는 유명한 사학재단으로서 지역사회와 상생, 협력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며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마저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익대 부설 학교들을 이전하면서 민원해소차원에서 학생들의 등하교 교통안전 대책, 성미산 등산로 확보, 지역 공공시설 제공 등을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우 (사)사람과마을 운영위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키운 나무들이 기숙사 건설로 베어 나가면 아이들 꿈도 사라질 것"이라며 "지하에 상업시설이 들어가면 기숙사는 이윤추구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문 성산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도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념의 홍익학원은 상상할 수 없는 막무가내 개발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교육 이념에 맞는 사업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대 측 "학생 주거 안정 차원에서 건설...안전 규정 지키겠다"

기자회견에서는 조건부 찬성으로 기숙사 건립 절차를 진행시킨 마포구청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진아 마포구의회 의원은 "지역주민과의 협의한다는 조건부로 기숙사 건축을 통과시켰지만 전혀 주민 협의없는 '무조건 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위원회 심의는 대부분이 조건부 동의이지, 원안그대로 결되지는 않는다"면서 "홍익대 기숙사 건설도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조건하에 통과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과 홍익대의 입장을 조율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관계자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서울시가 대학생 주거안정을 개선하라는 요구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기숙사를 짓게 됐다"며 "외국인 교수, 교환 학생뿐만 아니라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길을 막고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통행 안전에 대해서는 제반 규정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성미산#홍익대학교#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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