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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구의 한 조선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위해 선박에 오르고 있다.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된 재선거를 앞둔 부산 영도구는 아직 본격적인 선거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6일 만난 부산 영도구민들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강세를 점치면서도 한때 출마설이 나돌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두고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영도구의 한 조선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위해 선박에 오르고 있다.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된 재선거를 앞둔 부산 영도구는 아직 본격적인 선거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6일 만난 부산 영도구민들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강세를 점치면서도 한때 출마설이 나돌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두고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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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김무성이랑 싸우기 싫응께 서울로 간거아잉교?"

한때 부산 영도 출마가 거론되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한 영도구민 김진국(43)씨 반응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그는 "안철수가 나와도 될 둥 말 둥한데 다른 사람 나와가 김무성이를 꺾겠습니까? 택도 없습니데이"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과 안 전 대선후보의 격돌이 물 건너갔다고 보는 김씨는 "이미 김무성이 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을낍니더"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이재균 새누리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만들어진 부산 영도 재선거는 한때 거물 정치인들의 출마설이 퍼지며 관심의 초점이 됐다.

하지만 6일 하루 동안 돌아본 부산 영도에서 재선거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 막 예비후보 등록을 끝낸 후보들의 면면을 아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재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도 한몫 작용하는 듯했다.

안 전 대선후보가 서울 출마를 선언하며 선거 판세도 사실상 김 전 본부장의 독주 속에 김비오 민주통합당 영도지역위원장,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의 분투가 예상된다고 보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씨와 같은 반응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제주출신 많은 부산 영도 "제주출신들 생각요? 글쎄요...허허"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이어주는 부산대교 아래로 선박들이 지나가고 있다.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이어주는 부산대교 아래로 선박들이 지나가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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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를 떠나보내고 돌아서는 길에 재부산제주도민회관이 보였다. 도민회관에는 '22만 부산제주인과 함께하는 새도민회창조'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부산에서 제주 출신이 가장 많다는 영도에는 이곳 도민회뿐 아니라 부산에 하나 있는 제주은행 지점도 자리 잡고 있다.

고행섭 사무국장은 "영도에 제일 처음 산 사람들도 제주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제일 많이 모여 산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 영도 구민만 4만5천여 명이 된다"며 자부심을 나타내던 고 사무국장은 이내 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닫았다.

선거를 이야기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 조직도 아니란 이유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이 선거에 앞서 제주도민회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비단 제주도민회뿐 아니라 호남, 경남 지역 등 타지역 출신 주민이 많은 영도의 특성상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것도 영도에서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의 필수 과제다.

고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도민회를 찾은 정치인들은 없었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선거 시작되고 오면 이야기하겠다"란 말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기자를 돌려세웠다. 도민회를 나와 찾은 곳은 영도 남항시장. 30년째 조그만 빵집을 하는 이아무개(70)씨에게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당보다는 사람을 보고 뽑는다"란 답이 돌아왔다.

시장상인들 "설마 안철수 나와도 김무성이 되겠지"

 영도구 일대의 모습.
 영도구 일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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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골목까지 밀고 들어오는 프렌차이즈 빵집을 상대하느라 이씨에게 정치는 멀어진 이야기가 됐다. 다만 그는 "영도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돼야하고 서민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그의 부인이 "그래도 좀 어렵게 컸던 사람이 서민들 생각을 하지 않겠나"라며 남편의 말을 거들었다.

"당 색깔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이씨의 말은 일정 부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 부산 영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져간 표는 58.32%로 문재인 후보(40.84%)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문 후보는 영도에서 부산 지역 평균득표율 39.87%를 상회하는 표를 얻었다. 이는 부산 16개 선거구 중 4번째로 높은 문 후보의 득표율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이재균 전 의원(43.80%)과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37.64%), 이영 무소속 후보(15.79%) 등이 지지율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야권연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 상인들은 김무성 전 본부장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것은 안 전 대선후보가 마음을 바꿔 영도에 출마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잡화가게를 하고 있는 허주형(65)씨는 지인들과 다가온 선거 이야기를 종종 나눌 때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런 그는 안 전 교수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영도는 아무래도 섬이라 그런지 다른 지역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는 편이거든예. 부산에서 정치활동 해 온 김무성씨도 다른 동네 사람이라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판에 부산서 고등학교만 나온 안철수씨가... 글쎄요?"

남항시장에서 가까운 봉래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이아무개(50)씨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손님에게 내놓을 감귤을 하나하나 닦고 있던 이씨는 대선 전에는 안 전 교수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이 달랐다.

"정말로 대선 때는 안철수 찍으려고 했는데, 하는 것 보니까 똑같드라고예. 그 양반 나오면 뭔가 달라질 거 같아가꼬 기대 억쑤로 했는데... 근데 뭐 잘 모르겠네요. 영도는 지금 큰 기업이 없다아입니까. 유일하게 있는 게 한진중공업인데, 한진중공업 저것도 저러고 있제."

이씨 말처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지금 위기에 놓여있다. 이 회사 노동자 최강서씨의 자살로 불붙은 극심한 노사갈등이 표면적으로는 치유되었지만, 완치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수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 노동자가 휴직상태에 놓여있는 한진중공업 공장 안팎은 이날도 조용했다.

젊은 유권자 "안철수, 깨지더라도 나왔으면..."

 영도구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모습.
 영도구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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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지금 그게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는 "선거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던 거 같은데요"라며 "지금 당장이 불안불안한데 선거가 눈에 들어오겠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진중공업 근처에서 만난 대학생 최수용(26)씨도 재선거에는 마음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최씨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리로 재선거를 하는 것이면 적어도 새누리당은 반성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안 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대선후보가 영도에 나오면 좋겠지만, 쉬운 곳을 두고 영도로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선동에 사는 박상훈(34)씨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그동안 야당 후보들을 지지했다고 밝힌 박씨는 "이번에도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안 전 후보의 출마설에 관심이 쏠렸다는 박씨는 지금은 안 전 대선후보에 대한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치하기로 했으니 당선이 유력한 곳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새 정치를 하겠다던 평소의 입장에서 본다면 좀 다른 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깨지더라도 지역구도에 맞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겠냐"며 "나도 그 중에 한 명이다"고 말했다. 


#영도#김무성#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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