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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 책겉그림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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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여태 나온 책들이 다들 '성공'이나 '유명세'를 기준으로 한 게 많다. 달리 보면 그것 역시 각본대로 움직이도록 이끄는 채찍 같은 건 아닐까?

김창완 외 20명의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는 그야말로 '인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멘토들은 현재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강의 수준으로 하는 일방적인 토크 방식이 아닌 질의와 응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창완만 해도 그렇다. 그는 '큰 꿈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어른들의 경구에 난색을 표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길에 더 많은 방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것보다 더 큰 꿈은 없다고 여겼던 까닭이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현재 벌이고 있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는 결코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는 것 말이다. 이유가 뭘까? 그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예술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것 역시 미리부터 잘 짜인 미래를 예습케 하는 꼴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 개성도 그 프로그램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이 멀게 느껴지더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그 비법을 찾아보려 노력하세요. 핵심을 찾으면 별것도 아닌데 '달인' 같아 보이려는, 결과만 빨리 얻으려고 하니 조급해지죠. 남이 좋아하는 일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88쪽)

'달인' 김병만이 한 이야기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라이벌처럼 웃겼던 친구가 〈스타예감〉에 출연한 걸 보고서 16년간 그와 똑같은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서울예대만 6번 떨어지고, 개그맨 시험도 8번 떨어진 게 그것이다. 500원이 없어서 열무냉면도 못 먹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런 그였기에,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면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한다. 아울러 그들을 정말로 위로해 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미친 듯 스펙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자기만의 강점을 갖도록 종용한다. 이른바 남이 원하는 길 말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묵묵히 가라고 하는 게 그것이다.

"제 경우 '만세타법' 하나 만드는 데도 수천 번의 실패가 있었어요. 그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돼요. 변화를 하려면 고통을 이겨내야죠. 대가도 치르지 않고 안정적으로만 얻으려 하지 말고 한 단계 한 단계 이겨내 보세요. 명함 한 장으로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명함으로 한 군대만 계속 찌르는 거예요. 스포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전력투구해봤어요? 완전히 몸을 던져서 해보세요. 생각으로만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떻게 할까 하지 말고요."(127쪽)

국민타자 양준혁이 한 말이다. 남들과 똑같이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한 그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그는 바닥으로 아예 페이스를 더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차리라 밑바닥으로 들어가 바닥을 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출구가 보인다는 까닭이다. 구단 내에서도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자기 대신 나가는 선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는 것도 모두 그런 연유 때문이라 한다. 

"제가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할 때 사람을 뽑으면 한 명 뽑는데 100명 이상이 지원하곤 했어요. '스펙'들이 엄청 화려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건 안 봤어요. 이 사람이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이 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를 봤죠. 환상은, 현장 한 번 나가면 다 깨져요. 구호활동 한다고 모인 사람들도 설거지 하나 가지고 싸우는 게 현장이예요."(151쪽)

한비야가 한 말이다. 사실 그녀가 하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나로서도 무척이나 부끄럽다. 내 아이도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영어를 비롯해 머잖아 어학연수까지도 미리서 고심하고 있는데, 그런 게 다 헛방질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는 그런 거였다. 있는 자리에서 공익과 헌신을 실천하는 인격함양을 배양시키는 것 말이다. 그게 수반되지 않는 젊은이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리만 맴돌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뭔가를 성실하게 일궈낸 친구들은 모두 '더불어' 사는 삶에 최선을 다하는 청춘이라고 한다.

꿈과 미래에 관한 책들, 거기에 멘토에 관한 책들도 무척이나 많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그에 걸맞게 영어는 물론이고, 갖가지 스펙에다, 어학연수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온갖 열풍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한다고 해서 자기 몸에 맞는 옷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의 멘토들은 일깨운다.

그것은 다윗이 다듬은 것만 해도 그렇다. 그는 골리앗을 쓰러트리기 위해 사울의 칼과 갑옷을 입고 뛰어든 게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이 터득한 물맷돌 기술로 그 거인을 쓰러트렸다. 그렇기에 비록 실패하더라도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전력투구할 것을, 이 책의 멘토들이 꾸준히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에만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김창완, 혜민, 김난도, 백지연, 유홍준 외 씀, 쌤앤파커스 펴냄, 2013년 2월, 320쪽, 1만5000원



태그:#김창완 외 20인, #〈나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글로벌 리더자, #인격함양,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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