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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기 블로거 시인 손태연
 오마이뉴스 인기 블로거 시인 손태연
ⓒ 손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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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복고풍도 아니고 랩풍도 아니야.
딱 그 중간이지

왼쪽 귀는 구닥다리고 오른쪽 귀는 신세대
왼쪽 눈은 흑백이고
오른쪽 눈은 총천연색 
....

어른들과 수트를 입고 한정식을 먹고
피자집에선 비트 강한 음악에 샌들을 까딱거리는
내 칩은 두 개
반반씩 저장된
- 내 칩은 두 개 中에서

시인 손태연이 오랜 공백기를 깨고 신작 시집 <내 칩은 두 개>(화남)를 출간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60편의 시는 시인 김주대가 평한 듯 '몸에서 왈칵왈칵 쏟아'지는, 아프고 깊은, 손으로 쓰다듬어야 할' 감성으로 소녀, 청년, 또 중년 모두의 아픔이나 희망이 오롯이 전달한다. 그만큼 그녀는 그들의 삶에 침잠해서 진실 되게 표현하였고 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내 칩은 두개
 내 칩은 두개
ⓒ 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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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그 따위 거 던져버려

바다에 바람 사는 거 보아라
아주 멀리서 보아라
바람 산다고
수평선이 가라앉더냐
파도 속 물고기가 떠나더냐
섬들이 지워지더냐

넌 울고 있구나
기껏 네 길이 조금 지워졌다고
- 세노야 中에서

1993년 문예지로 등단했고 한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한 중견 시인임에도 이 시집을 출간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하는 그녀는 이 시집이 어제의 부러짐이나 아픔에서 벗어나서 이제 날개를 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만큼 '내려놓음'과 '다시시작'의 미학이 가득한 이 시집이 그녀가 갈망하는 '이제 한 살이 된 시인 손태연'의 성취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간이 잘 밴 하루가 될까
어떻게 해야 간이 잘 밴 하루 말이 될까
아침을 받아들고 간잽이가 되어
기도를 올리고 숙성을 시키면

아, 나는 쫄깃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中에서

사람들은 시 장르 하나로 브랜드가 되기에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들 한다. 실제로 그녀의 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교보문고에 들러서 시 분야를 둘러보니 자리도 좁고, 신간도 많지 않다.

서점에 나온 시집 <내 칩은 두개>
 서점에 나온 시집 <내 칩은 두개>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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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인이자 전 <오마이뉴스> 기자 홍성식의 추천사에서 "시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 우스워진 시대. 그러나 세상의 조롱과는 상관없이 누군가는 끝끝내 살아남아 새벽까지 시린 무릎을 세우고 문장을 완성해 낼 것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은 고통의 알맹이가 활자가 되어서 종이로 인쇄되어 예쁜 옷을 입고, 구석에라도 개의치 않고 자리 잡아 독자의 손에 닿기를 희망한다. 그러함이 그가 시를 '결코 폐기처분될 수 없는 꿈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더 똑똑한 것일 수도 있는 지금, 우리는 조금 다르게 짤막한 시에서 숲을 찾고 시냇물을 느끼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긋한 힐링타임을... 이 시집을 보며 느껴보자.

덧붙이는 글 | 내 칩은 두개 ㅣ 화남의 시집 41 |손태연 (지은이) | 화남출판사 | 2013년 2월



내 칩은 두개

손태연 지음, 화남출판사(2013)


태그:#손태연, #내 칩은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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