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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장관 내정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기획재정부 실국장들에게 최근 경제동향과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보고 받기 전 인사말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장관 내정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기획재정부 실국장들에게 최근 경제동향과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보고 받기 전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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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일 오후 3시 33분]

'에스석.'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박원석(진보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클린카드 사용내역'에 나오는 이름이다. 얼핏 보면 비행기 탑승권이나 공연 관람권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곳은 여성접대부가 나온다는 '술집'이었다.

현오석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0년 이 술집에서 두 차례 클린카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흥주점 등에서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카드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불건전업소를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봉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카드"로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수단으로 쓰인다.

26개월간 50만 이상 사용 15회... 클린카드 사용 술집 여성접대부 논란

<오마이뉴스>가 박원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현 후보자의 클린카드 사용내역 기간은 지난 2009년 3월 24일부터 2011년 9월까지다. 여기에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사용한 내역은 빠져 있다. 현 후보자가 지난 2009년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취임한 이후 총 26개월간 사용한 클린카드 결제액수는 총 4457만8499원이었다. 월 평균 171만여 원을 사용한 셈이다.

특히 현 후보자가 클린카드로 50만 원 이상 쓴 사례는 총 15회에 이르렀다. 여름휴가 시기인 2011년 8월 한화호텔앤리조트에서 132만여 원을 결제한 것이 최고 사용금액이었다. 이와 함께 특급호텔인 '신라'와 '조선'에서 각각 107만여 원과 109만여 원을 썼다.

그런데 클린카드로 50만 원 이상 사용한 15회 중에서 '수상한 내역'이 포착됐다. 지난 2010년 10월 29일과 11월 29일 서초구 반포본동 소재 '에스(S)석'이라는 곳에서 각각 59만 원과 37만 원을 결제한 것이다. 각각 IMF-중국인민은행과 KDI-OECD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귀국한 직후였다. 논란은 '이곳이 여성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인가'에서 출발한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재임 시절 두 차례 클린카드를 사용한 술집 '에스석'의 2010년 2월 풍경.
▲ 에스석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재임 시절 두 차례 클린카드를 사용한 술집 '에스석'의 2010년 2월 풍경.
ⓒ 박원석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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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석(S석)'은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근처 상가 1층에 있었다. 영업 중일 때인 2010년 찍힌 사진을 보면 간판에는 'special seat'라는 영문이름도 적혀 있다. 지금은 문을 닫았고, 퓨전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에스석은 음식 제공과 함께 음주가 가능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았다. 현 후보자의 클린카드 사용내역에도 업종이 '서양음식점'이라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 상가의 한 상인은 "에스석은 맥주와 양주를 파는 카페였다"며 "여자(여성접대부)를 앉혀놓고 술을 먹는 술집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근처에 에스석처럼 여자를 앉혀놓고 술을 먹는 카페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원석 "정부 지침 어겨"... 후보자 쪽 "여성접대부는 없는 작은 카페"

'에스석'이 여성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이라면 이곳에서 클린카드를 사용한 것은 정부의 업무추진비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룸싸롱·유흥주점·칵테일바 등 유흥업종과 사우나·안마시술소 등 위생업종, 노래방·골프장 등 레저업종, 카지노 등 사행업종 등에서는 클린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건당 50만 원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소속과 성명을 증빙서류에 밝혀야 한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현 후보자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곳에서 클린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이곳은 사실상 여성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이었다"라며 "이런 곳에서 클린카드를 사용한 것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지침을 어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KDI내 공공투자센터 소장과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강남 소재 술집에서 클린카드로 3년간 약 6000만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클린카드가 사용된 술집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놓고 불법으로 술을 팔고 술자리에 여성을 동석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관련 기사 : < KDI 업무용 카드로 '술값 펑펑'>).

하지만 현 후보자쪽의 핵심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에스석이 술을 파는 카페이긴 하지만 (유흥업소에서나 나오는) 여성접대부는 없었다"며 "홀이나 테이블에서 서빙하는 여성만 두어 명 있는 작은 동네카페다"라고 해명했다.

KDI의 한 간부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이 3-4개 정도에 불과한 작은 카페다"라며 "사장을 포함해 여성이 2~3명 정도 있고, (여성들은) 안주 등을 서빙하는 정도이지 손님 옆에 붙어서 접대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2010년 10월 29일에는 전날 '한국경제 60년사'가 발간되어서 여기에 참여한 연구자들(9명)을 격려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맥주 등을 마셨고, 11월 29일에는 '한국경제 60년사' 발간 기념 세미나를 준비하는 사람들(8명)과 갔다"고 설명했다.


태그:#현오석, #클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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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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