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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주요 인사의 86.7%는 당 지도부가 계파 정치 폐해에 눈을 감고 후보단일화만 맹신해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주류의 소극적인 선거운동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한 비율(60.8%)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이 설문조사를 근거로 주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은 심대한 상처와 상실감에 싸여있다, 일종 모멸감 느낀다는 사람 많다"며 "이 상처를 어루만지려면 책임 있는 분들이 '내 탓이오'라고 고백해 잘못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럴 때 상처가 치유되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노 주류 책임론이 두드러진 이번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주류 쪽에서는 설문 자체가 편향됐고, 응답률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역위원장, 당직자, 국회의원 비서진, 광역의원 등을 포함해 모두 1573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37.6%다.

"당 지도부, 계파 정치에 눈 감아 대선 패배"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국회에서 대선평가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국회에서 대선평가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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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문조사에 결과 따르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주류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6.7%가 "계파 정치의 폐해에 눈을 감고 오직 야권 후보 단일화만 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당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반대나 중립 입장을 나타내는 사람은 전체의 13.3%에 불과했다. 또한 "계파정치의 폐해로 당의 잠재 능력을 충분히 동원할 수 없어 대선에서 졌다"는 문항에 찬성 의견을 나타내는 이도 75.8%에 달했다.

반면 비주류 책임론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당의 비주류가 선거운동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는 데 찬성한 비율은 60.8%였다. 또한 '친노 퇴진 등의 당내 분란이 당의 전력을 소진시켜 대선에서 졌다"는 문항에 찬성한 사람은 55.1%였다.

한상진 위원장은 "진실과 화해의 모델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분은 '고백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며 "압도적인 다수가 그런 의견 동의했지만, 아직 '내 탓이오' 고백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을 살리고, 어려움 처한 당에 새로운 활력 넣으려면 책임윤리가 살아나야 한다"며 "(대선 과정에서) 엄청난 과오, 실수, 단견이 있었고 선거 패배가 있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심각한 아노미 사태로, 집단적 무책임이라고 하는 도덕 불감증 사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사람이 정직하게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한 "4·11 총선 때 민주당이 패배하고 정책연구소에서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묵살되고 유실됐다"며 "4·11 총선에 대한 비판적인 검증이나 토론 없이 같이 세력이 대선을 이끌었고 또 졌다, 매우 뼈아픈 교훈을 주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발표된 설문조사 1차 발표에서 응답자의 91.2%가 집단적 무책임이 당 지도부에 널리 퍼져있다고 답했고, 81.1%는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는 공감을 나타냈다. 김재홍 대선평가위원회 간사는 "지역 간담회에서 인적 쇄신과 리더십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전당대회 때 당이 새로운 얼굴로 바뀌길 원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자신들만으로는 승산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어"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사진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문 의원 모습.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사진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문 의원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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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 결단의 리더십이 약해서 대선에서 졌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비율은 58.8%였다. 비주류 책임론보다 찬성 비율이 낮았다. 문재인 의원이 의원직 포기를 하지 않은 것은 대선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데 찬성한 비율은 41.6%에 그쳤다.

다만, 문재인 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를 3개로 나눈 것에는 비판이 많았다. "선거캠프를 민주·미래·시민캠프로 나누었으나 시너지 효과보다는 불협화음이 커서 선거에서 졌다"는 데 찬성한 비율은 73.1%였다.

정책과 관련해, 50대 맞춤형 선거 전략의 부재를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는 인사들이 많았다.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선거 전략이 없었던 것이 대선 패배 원인"이라는 문항에 83.8%가 찬성했다.

이어 응답자의 83.4%가 "민주당은 경제 민주화, 복지 등의 의제를 선점했으나 이를 생활현장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가꾸는 데 새누리당보다 못해 선거에서 졌다"고 대답했다. 이념의 '좌클릭'이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는 비율은 35.5%에 불과했다.

이날 민주당과 안철수 전 후보의 관련한 응답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상진 위원장은 "민감한 내용이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이후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내부 합의를 통해서 공개하겠다. 지난 4일 발표 때, 응답자의 62.0%가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는 제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오찬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도 자신들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신뢰가 회복되면 잘 풀리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논란될 듯... 주류, 신뢰도 의문 제기

주류 책임론이 두드러진 이번 설문조사를 두고 주류 쪽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응답률이 30%대인 것을 두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상진 위원장은 "이런 유형의 설문조사를 사회과학분야에서 쓸 경우 통상적인 응답률이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조사는 신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쪽에서 의도적으로 응답하지 않은 것인지 검증할 수 없다, 바쁘니까 응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대선 때 안철수 전 후보를 도왔기 때문에 민주당의 대선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맡은 것"이라며 "대선 때 안 전 후보를 도운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더 엄정하게 설문조사 등 대선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그:#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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