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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명태....엄청난 기대를 했건만
 아귀+명태....엄청난 기대를 했건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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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아구찜(아귀찜) 먹고 싶네."
"아귀찜 먹고 싶어요. 아귀찜은 당신이 잘 만드니까. 당신이 하세요."
"그러지 뭐. 아귀 한 마리로는 부족하니까. 명태도 좀 넣을까요."


어제(3일)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 신학기 학용품을 사러 갔다가 아귀가 보이기에 갑자기 아귀찜 생각이 났습니다. 아내는 찜을 할 때마다 꼭 저에게 하라고 합니다. 찜 솜씨가 자신보다 훨씬 낫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내 음식 솜씨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아내가 만들어준 아귀찜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명태 넣으면 맛이 이상할 것 같아요."
"아귀 한 마리로는 우리 가족이 먹기에 부족해요. 명태 한 마리 넣어요."

"아귀 맛이 안 날 것 같은데."
"명태 한 마리..."
"그래 알았어요. 알았어."

아내 말을 들으면 하늘에서 복 보따리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무슨 자존심인지 끝내 아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내 말을 듣지 않고 명태 한 마리를 산 것은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고춧가루+대파+간장+소금....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고춧가루+대파+간장+소금....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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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장은 고춧가루, 마늘, 간장으로 만들어야죠."
"소금도 조금 넣으세요."

"소금? 아침 된장도 넣으면 되겠다."
"된장까지? 된장까지 넣으면 짜요."
"괜찮아요.

간장+소금에 된장까지 넣으면 당연히 짤 수밖에 없지만, 또 아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어제는 아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내 말이 맞았습니다. 양념장이 '짠맛'이 우러(?)났습니다. 그럼 양념장을 덜 넣어야 하는 데 다 넣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는 말.

"아귀찜을 '붉은색'이 되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붉지 않네. 고추장 넣어야겠어요?"
"고추장을 넣어요? 고춧가루 넣어요."
"고추장!"

"고추장에는 소금이 들어가니까 더 짤 수밖에 없어요."
"고추장!"

양념장을 넣었습니다.
 양념장을 넣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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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추장까지 넣었습니다. '간장+소금+된장+고추장'이 들어간 양념장은 이미 '소금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귀찜에 듬뿍 넣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콩나물을 넣고, 녹말가루를 넣었지만 양념장이 아닌 소금장 때문에 아귀찜은 본래 맛을 잃어버렸습니다.

녹말가루를 넣습니다
 녹말가루를 넣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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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너무 짜요?"
"짜다고? 그냥 먹어. 아빠는 안 짠데."
"너무 짜요."

"그냥 먹으라니까."
"아빠가 만들었던 아귀찜이 아니에요. 전에는 맛있었는데. 오늘은 아빠가 만든 아귀찜이 아닌 것 같아요."
"맞다. 아빠가 만든 아귀찜이 아니다. 너무 짜다."


보기는 먹음직했지만...아 이 맛이 아닌데
 보기는 먹음직했지만...아 이 맛이 아닌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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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하나같이 짜다며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해주는 음식을 굉장히 좋아했던 아이들. 아빠 음식 역사에 최악의 아귀찜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내 말 안 듣는 남편치고 잘 되는 사람 보지 못했습니다. 남편들이여~ 음식 하나 만들어도 아내 말 잘 들으세요. 그럼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듣지 않으면 아이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 만들게 됩니다.


태그:#아귀찜,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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