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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 의원들로부터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해명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 의원들로부터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해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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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나, 혁명으로 보나." - 박혜자 민주통합당 의원.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대해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 0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교과서는 '1961년 5월16일 박정희가 이끄는 군인 세력이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박정희 정부는 긴급조치를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 박해자 의원.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생각이 없겠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교육에 과도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 서 후보자.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열린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5.16 군사반란에 대한 박혜자 민주당 의원과 서남수 후보자 사이에 오간 질의와 답변이다.

서 후보자는 또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는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느냐는 유기홍 민주통합다 의원의 질의에도 "지금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해서 편이 갈리는 상황이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이라며 끝낸 5.16에 대한 판단을 거부했다.

특히 그는 "역사적 사안과 현안에 대해서 교육부 장관이 휘둘리면 그 통합의 역할을 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무슨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이념갈등을 극복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그런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치적인 이슈가 많은 것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옳지 않나해서 간곡하게 그런 말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허탈하다.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한 각료들은 5.16을 군사정변이라 부르지 못하는가? 황교안 법무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5.16을 군사정변으로 답하지 않고 있다.

교학사 중학교 역사(하)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규정했다.
 교학사 중학교 역사(하)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규정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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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된 둘째 아이 역사교과서를 살폈다. 2011년 8월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중학교<역사(하)>(교학사) 109쪽을 다음과 기술하고 있다..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나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가 이끄는 군인 세력이 사회 혼란을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우리 아이는 역사 수업 시간에 분명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배울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5.16이 군사정변인지, 혁명인지 개인적인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불렀다고, 미래 세대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군사정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조선시대 선비보다 못하다. 조선 선비는 왕이 자신과 다른 정책을 펼치면 '지부 상소'(持斧上疏-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상소 )를 올렸다.

박 대통령이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아무리 외쳐도 5·16은 군사정변이라고 해야 하다. 그게 민주공화국 장관이다. 삼일절이다. 1919년 3월 1일 온나라에 대한독립을 외치는 독립운동 물결이 흘러넘쳤다. 94년이 지난 지금 삼일절은 퇴색했다. 이마트는 "지루한 삼일절"이라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삼일절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지난 2010년 <연합뉴스>가 제91주년 삼일절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생 3919명을 상대로 삼일절 관련 의식 조사를 했다. '3.1절이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지 아는가'라는 질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잘 알고 있다'(43.7%)와 '조금 알고 있다'(39.6%)로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3.1절을 어떤 날로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는 정확한 설명을 고른 학생은 59.1%에 불과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더 열악하다. CBS <노컷뉴스>는 1일 94주년 삼일절을 맞아 서울 18개 구에서 초등학교 1~6학년 278명(남 144명, 여 134명)을 대상으로 3.1운동의 인식에 대한 대면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39명이 "3.1 운동을 모른다"는 응답을 했다. 학년별로 모른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학년이 82%(34명 중 28명)로 가장 높았고 5학년이 25%(61명 중 15명)로 가장 낮았다.

어른들은, 언론들은 아이들이 삼일절 의미를 모른다고 탄식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탓할 자격이 어른에게 없다. 노무현 정권은 2005년 <한국사(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들었고, 이명박 정권은 역사과목을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꿨다. 거센 비판일자 다시 필수과목으로 바꿨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사는 수능 선택과목이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2005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자의 27.7%가 국사를 선택한 후 해마다 떨어졌다. 2006학년도 18.3%, 2007학년도 12.9%, 2010학년도 11.3%, 2011학년도 9.9%로 떨어졌다. 급기야  2012학년도는 6.9%였다. 8년만에 20%가 떨어진 것이다.

이 모든게 국영수를 중심으로한 대입입시때문이다. 국사는 외울 것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굉장히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당연히 선택시험인 국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삼일절 의미도 모를 수밖에 없다. 삼일절만 아니라 광복절, 개천절, 임진왜란도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5.16을 '군사정변'인지, 혁명인지 말 못하겠다는 사람을 아이들 교육을 책임진 교육부 장관에 내정한 대통령과 후보자가 있는 한, 아이들 책임이 아니다.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에는 분노하면서 군사정변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대통령에는 분노하지 않는, 이 땅의 수구기득권 세력이 있는 한, 아이들이 삼일절을 모른다고 탄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파심이 든다. 이명박 정권처럼 '좌파교과서' 운운하면서 현대사 역사교과서 개정을 시도한 것처럼, 박근혜 정권이 '5.16 군사정변'은 좌파사관이라며 '5.16혁명'으로 개정을 밀어붙일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하는 순간, 민주시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남수 후보자는 말 못했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5.16은 혁명이 아니라 군사정변이라고 단호히 가르칠 것이다.


태그:#5.16, #군사정변, #서남수, #삼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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