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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남아 있는 쓸쓸해 보이는 모모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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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코코가 오늘(26일) 새벽에 죽었어."
"진짜? 코코가 그렇게 아프더니 죽었구나."

이른 아침부터 큰손자 녀석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 봄방학 중이라 늦잠을 잘 시간에 온 큰손자의 전화였다. 나도 대충 집 안 정리를 마치고 손자 집으로 갔다. 늘 코코와 모모가 함께 있던 새장이 텅빈 것처럼 느껴졌다. 모모(수컷)는 코코를 찾는지 계속 짹짹거린다. 한층 더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할머니, 형아 많이 울었어."
"우진이가 많이 슬펐구나. 그래 코코는 어떻게 했어?"
"아빠하고, 종이에 잘 싸서 나무 밑에 묻어줬어."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녀석의 눈가는 또 촉촉하게 젖는다.

"우진아, 눈물이 또 나려고 해?"
"응. 코코가 너무 불쌍해."

26일 아침에 새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딸아이가 가보니까 모모가 짹짹거리면서 코코를 자꾸 건드리더란다. 확인을 해보니 코코가 벌써 죽어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날 새벽녘에 숨을 거둔 것같다고 한다.

딸아이가 앵무새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이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아이들도 너무 어리고, 아파트이기도 했고 집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많아 앵무새를 키우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딸아이가 어린 시절 집에서 많은 동물들을 키운 향수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단독주택에 살았다. 앞마당이 있어 개도 키우고 닭, 오리도 키웠다. 아파트로 이사온 후에는 앵무새, 십자매, 잉꼬도 키웠다. 나나 남편이 동물들을 좋아하기에 아무런 부담 없이 키운 것이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듯했다.

애완용 앵무새의 수명은 8~10년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 죽은 앵무새는 지난해 늦은 가을부터 몸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도 가봤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듯했다. 코코는 날이 갈수록 몸 전체가 빨갛게 변해갔고 기운도 몹시 없어 보였다.

그런 코코를 옆에서 모모는 정말 잘 돌봐주었다. 먹이도 먹여주고 코코가 기대고 있으면 옆에 가만히 있어주기도 하고. 그런 모모를 보면서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정말 기특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던 코코는 올 들어 기력이 더 없어진 듯했다. 나도 코코를 볼 적마다 저 녀석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곤 했다.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손자의 마음, 사랑스러웠습니다

오늘따라 모모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었다. 가끔씩 새장으로 날아갔다가는 도로 나에게 날아온다. 아마도 코코가 생각이 나서 그런가 보다.

"우진아, 코코 좋은 데 가라고 말해줬어?"
"응, 말해줬어. 그런데 할머니 어저께 강아지를 새로 샀잖아. 우리가 그 강아지한테만 신경을 써줘서 코코가 더 빨리 죽은 것은 아니지?"
"우진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손자는 "응, 그래서 더 미안해" 하면서 또 운다.

"우진아 그렇지 않을 거야. 코코도 자기가 가는 대신 새 식구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우리 모두 코코를 많이 사랑해줬잖아. 코코도 알 거야."

녀석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딸아이나 손자들이 강아지를 오래전부터 기르고 싶어 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루어 오다가 이번에 아주 큰 마음 먹고 사게 되었다. 가끔 아이들도 혼자 있는 시간이 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강아지를 돌봐줄 수 있을 만큼 자랐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강아지를 그 전날 저녁에 사오게 되었고, 처음 산 강아지이기에 온 식구가 그 강아지한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손자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손자는 처음에 앵무새가 겁나서 안지도 못했다. 그런데 코코가 그렇게 아프기 시작하면서 안아주기도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했었다. 그런 코코가 갔으니 슬플 수밖에.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손자의 마음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난 그런 손자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우진아, 코코는 좋은 데로 갔을 테니까 울지 마. 할머니가 모모하고 잘 맞는 다른 앵무새 갖다 줄게."
"그럼 모모를 할머니 집에 데리고 가서 친하게 잘 지내는 앵무새하고 짝 지어줘."

다행히 우리 집에는 '다산의 여왕'이 있어 12마리의 앵무새가 있다. 11마리가 있었는데 이번 겨울에 한 마리가 더 부화해서 12마리가 된 것이다. 모모와 짝이 잘 맞는 앵무새를 갖다 주면 손자의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다.


태그:#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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