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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구미시 도개면 낙동강변에 방치된 준설선에서 기름이 유출돼 언 얼음 위를 물들였다.
 지난 2월 6일 구미시 도개면 낙동강변에 방치된 준설선에서 기름이 유출돼 언 얼음 위를 물들였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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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인 지난 6일과 7일 낙동강에 방치된 페준설선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폐준설선 안 연료통 배관이 동파하거나, 준설선이 좌초하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이 사고로 1500만 경상도민 식수원 안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슷한 폐준설선이 낙동강에 132척이나 방치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폐준설선은 왜 강에 방치돼 있고, 사고는 왜 일어났을까요? 원인은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수질개선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4대강 사업은 녹조대란 사태, 물고기 떼죽음 사태, 그리고 이번 준설선 사고로 식수원 안전을 위협하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모래가 많이 준설돼 골재 자원이 크게 줄었습니다. 더불어 "34만 개 일자리 창출"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700명 골재노동자의 일터도 사라졌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대구경북 낙동강 구간에 방치된 폐준설선에 대한 전수 조사는 그런 아픈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습니다. 결국 이를 방치한 국토부의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낙동강 폐준설선 문제를 질의응답 방식으로 정리해봅니다.  

이어지는 기름유출... 해결 방법은?

준설선에서 유출된 윤활유. 이날 방재당국은 윤활유 50리터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많은 양이 유출된 듯했다.
 준설선에서 유출된 윤활유. 이날 방재당국은 윤활유 50리터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많은 양이 유출된 듯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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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시 도개면과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낙동강가에 방치되어 있던 폐준설선에서 상당량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현장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지난 6일 구미시 도개면의 일선교 직하류 낙동강 좌안 500m 하류 지점에 방치돼 있던 폐준설선에서 상당량의 기름(벙커A)이 새어 나왔습니다. 당시 방재당국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연료통 배관 일부가 동파해 50여 리터의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당국 발표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듯합니다. 기름이 흘러나온 면적이 상당했고, 그 면적은 준설선의 넓이보다 더 넓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요? 4대강 보로 강물이 막혀 정체된 탓에 당시 낙동강이 꽁꽁 얼었습니다. 만약 흐르는 물길이었다면 기름이 그대로 식수원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겁니다. 현장에서 10㎞ 하류에 구미광역취수장인 해평취수장이 있습니다.

또 지난 7일에는 달성군 하빈면 성주대교 상류 2.5km 지점에서는 좌초한 폐준선설이 발견됐습니다. 이 배에서 윤활유 등의 기름이 역시 상당량 새나왔습니다.

문제의 준설선은 배 안에 윤활유 등 200리터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 강물이 얼어 있어 현재까지 준설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사고지점에서 8km 하류에 대구광역취수장과 고령취수장이 있습니다."

- 4대강 사업이 모두 준공됐다. 왜 아직 준설선이 그대로 방치돼 있나.
"그렇습니다. 사업이 끝나면 부대시설들은 마땅히 정리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이를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이런 사고를 부른 겁니다. 4대강 사업 기간 중에도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준설선들은, 4대강 사업 이전에 낙동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던 하던 분들의 준설선들입니다.

4대강 사업 시작과 함께 골재채취업이 사실상 강제 폐업되었고, 그 때문에 이들이 이용하던 배들은 2009년 말께부터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현재까지 총 132척이 방치돼 있고, 이 중 두 대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 골재채취업을 하던 분들의 상황이 궁금하다. 골재 채취 노동자들이 낙동강에만 약 700명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낙동강에만 골재 채취 노동자가 약 700명 있었습니다. 평균 근속연수가 20~30년 이상된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낙동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평생 일터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4대강 사업 시작과 더불어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노동자들은 '평생직장이나 다름없고, 다른 일에 비해 노동시간이간이나 임금 등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업주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났으니 이분들의 상실감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골재 채취 노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골재 채취 노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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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골재 채취 노동자들 상황은 그런 주장과 상관이 없는 듯하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처지를 보면, 34만 개 일자리 창출 운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골재 채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모두 잃었다. 골재 노조 소속 노동자 50여 명은 작년 초까지 여러 방법으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싸워왔습니다. 대구, 서울에서 삼보일배로 그들의 절박함을 전하기도 했고, 낙동강 상류에서부터 보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선상시위도 벌였습니다.

결국 지금은 '하나둘 지쳐 자포자기하면서 뿔뿔이 흩어져 현재 날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위원장과 일부 조합원만 남아서 아직까지 정부와 협상 아닌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국토부는 이렇게 근 4년간이나 이들의 생존권을 방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 4대강 사업 시작때부터 폐준설선들이 방치됐고, 그동안 유사한 사고도 몇 차례 있었다.
"기름유출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했습니다. 2011년에도 현풍 박석진교 하류에서 준설선이 기울어 기름이 유출됐고, 2012년에도 성주대교 하류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고가 더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오래 방치된 배에서 철판 부식이 일어나고, 그것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배에 구멍이 뚫려 좌초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최근 하빈에서 좌초한 준설선도 그런 이유로 발생한 사고인 것입니다. 현장에서 확인했는데, 배 안의 기름과 녹슨 철제에서 나오는 부식성 물질이 그대로 강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대구광역취수장이 그곳에서 약 8km 떨어져 있습니다."

국토부의 직무유기... 결자해지해야

- 이러한 결과는 국토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무려 4년 동안 오염원을 방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배뿐만이 아닙니다. 강에 나가보십시오. 부대시설들도 붉게 녹슨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이 4대강 사업이 시작하는 때도 아니고, 이미 준공됐습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문제입니다. 

그리고 '페준설선으로 식수오염이 우려되고, 배가 떠내려가다가 교각에 부딪히면 교각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난해 환경단체에서 수차례 경고했습니다. 그런데도 준공이 끝난 현재까지 이들 폐준설선들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겨울 낙동강에 기름유출 사태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그러니 심각한 직무유기가 맞습니다."

낙동강에 방치된 폐자재들과 준설선.
 낙동강에 방치된 폐자재들과 준설선.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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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골재 노조에 확인하니 다행히 국토부가 폐준설선 매입 방침은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일괄 매입해서 국토부가 제대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와 보 사이 10대 이상의 폐준설선이 있습니다.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기왕에 이들 배를 관리하는 인력을 채용할 것이면, 골재 노동자들을 채용해서 관리하면 어떨까 합니다. 배를 잘 다룰 줄 아는 이들이 관리를 맡아야 하고, 그 일에 적임은 아무래도 골재 노동자들입니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경상도민들에겐 이렇게 식수 불안이 끊이질 않습니다. 애초에 이런 불안을 없애려고 4대강 사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 거꾸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식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폐준선설과 같은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처방은 빨리 보의 수문을 여는 것입니다. 곧 날이 풀리는 봄이 오면 녹조가 창궐할 것입니다.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따라서 총체적 부실 사업임을 인정하고 하루 속히 수문을 여는 것과 보를 철거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동안 4대강사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폐준설선, #낙동강, #식수오염,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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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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