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로는 정치인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은 지역이지만, 지역감정 심화를 보면서 더 이상 망설일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지역갈등은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똑같은 사실도 지역을 오가면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된다. 이회창 총재는 정치 입문 3년 만에 지역감정을 선동, 나라를 둘로 나누느냐. 부산경남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다고 분열을 조장하는가?" - 1999. 02. 10. <한국일보>

1999년 2월 9일 노무현 당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 지역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노무현 의원은 1995년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쉽게 당선될 종로를 뒤로하고 2000년 부산 강서을에 출마했다. 상대는 박근혜 당선인의 첫 대통령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이었다.

초반은 노 후보가 허 후보를 앞섰다. 그해 3월 24일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허태열 31.5%, 노무현 41.9%였다. 30일 한국갤럽 조사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허태열 29.3%, 노무현 46.8%였다. 무려 26.9%차였다. 한국갤럽 조사는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조사였다. 그러므로 승부는 이미 갈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허태열은 망국병 '지역감정'을 조장했다. 허태열 후보는 4월 2일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유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전라도정권, 전라도 사람이 키우고 사랑하고, 반대로 우리 한나라당은 부산시민이 키웠고 부산시민이 사랑했습니다. 지금 살림살이 나아지신 분 계십니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저기 몇 분 계시네요.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거 아닙니까? 중앙정부 요직에 부산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서 몇몇 사람이 눈에 띄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다 틀렸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들딸들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습니까?"

지역감정 조장 '바이블'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허태열 입은 화끈했다. 노무현 후보는 허태열 후보의 화끈한 지역감정 조장 발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4월 13일 투표함 뚜껑을 열었다. 노무현 후보는 2만7136표(35.7%)를 얻어, 4만464표(53.2%)를 얻은 허태열 후보에게 1만3000여 표 차로 졌다.

'지역감정 조장' 전문가... 국민대통합과 거리 멀어

2000년 4월 2일 지역감정을 조장한 허태열 당시 후보. 노무현 후보는 지역감정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2000년 4월 2일 지역감정을 조장한 허태열 당시 후보. 노무현 후보는 지역감정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 mbc

관련사진보기


허태열 전 의원은 2년 후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때인 12월 1일 부산 유세 때 "민주당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라며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이어간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색깔론'까지 제기한다.

"좌파는 80%의 섭섭한 사람을 이용해 끊임없이 세력을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고 있으며 거기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게 민주당. 좌파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빨갱이일 뿐이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6·25전쟁 때처럼 완장을 차고, 정부의 녹을 받아먹으며 큰소리쳤던 것 아니냐. 지난 10년간 깔아놓은 좌파들의 인프라를 걷어내려면 한나라당이 20년간은 집권해야 한다." - 2009. 07. 15.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대회'

이뿐 아니다. 그는 지난 2010년 5월 3일 '경제정책포럼'에서 "한국은 의료와 관광을 특화시켜야 한다. 섹스 프리(프리 섹스), 카지노 프리, 게임 프리 특수지역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의 15억 인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황당한 말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그의 동생이 공천 대가로 5억 원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았고, 그는 "동생과 몇 년간 의절하다시피 살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허태열 전 의원 동생은 지난해 8월 17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누리꾼 "지역감정과 색깔론밖에 없는 자도 줄만 잘서면..."

지역감정 조장, 색깔론, 황당 발언, 동생의 공천대가 뇌물수수 등으로 얼룩진 허태열 전 의원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야당은 이를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회정론관 브리핑에서 "국민대통합은커녕 국민대분열 인사"라며  "대한민국에 인재가 이렇게도 없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긴 고뇌 끝에 나온 최악의 인선이다. 오보이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 역시 "국민대통합은커녕 국민대분열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박 당선인에게 따져묻고 "'지역감정조장 전문범' 허태열 비서실장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국민대통합' 레토릭을 집어치우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누리꾼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metta*****는 "지역감정과 색깔론밖에 없는 자도 줄만 잘 서면 출세하는 나라, 이 나라의 민낯"이라고 통탄했다. @kimy****도 "비서실장인 허태열은 지역감정으로 노무현을 이긴 지역감정의 화신 같은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2ba****는 "지역감정을 유치하게 강조하던 허태열, 이런 자가 정치를 한다고 기웃대는 것 자체가 비극이네. 그네의 안목이 겨우 허태열이라니. 앞날이 암담하군"이라고 한탄했다. @Sketc***** 역시 "허태열? 이 지역감정 잘 이용해먹던 인간이 국민화합을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이라니.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 인사다"고 탄식했다.



태그:#허태열, #노무현, #지역감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