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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당선인이 마침내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날 국회와 광화문 광장 앞에서 진행될 일련의 취임식 후 박근혜 당선인은 청와대에서 향후 5년간 생활하게 됩니다. 1979년 10월 26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사망하고 그 해 11월 21일 청와대를 나왔으니 근 '34년만의 청와대 귀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살았던 기간은 모두 15년 11개월이었습니다. 1963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에 입성한 후 그는 1979년까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박근혜 당선인의 청와대 입성을 두고 "원래 청와대는 박근혜 당선인의 집이었다"라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서도 '방문자' 신분에서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로 귀환하는데 참으로 많은 감회가 함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당선인의 감회를 생각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찾을 청와대 '보물 상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준비위 종합보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준비위 종합보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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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국민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드라마였는데 제 아내 역시 그 당시 주말이면 꼭꼭 챙겨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우연찮게 아내와 함께 그 드라마 중 한 회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때 본 한 장면이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바로 남자 주인공이었던 연기자 유준상씨가 열연한 극중 '방귀남'이 잃어버렸던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찾는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유준상은 어린 시절 자신이 왜 가족과 집을 잃어버렸는지 기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준상은 자신이 살았던 집 앞에서 환영처럼 오직 자신만이 기억하던 어린 시절의 어떤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찾아 자신이 살던 집 지하실로 내려가 벽돌 속에 비밀처럼 간직해 두었던 '보물 상자'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직 자신만이 알던 '보물 상자'를 확인하며 유준상이 지었던 미소는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34년 만에 다시 청와대로 입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제 머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1952년생인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에 입성한 때가 1963년이니 그가 처음 청와대로 입성한 때는 11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 사후 청와대를 나올 당시 나이는 27살이 되던 해였으니 그는 자신의 유년과 청년의 시기를 사실상 청와대에서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근 16년을 살았던 청와대를 34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박근혜 당선인의 감회는 어떨까요.

무엇보다 저는 그가 그곳 청와대에서 찾을 자신의 유년시절 '보물 상자'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넝쿨당'의 방귀남은 지하실 벽돌 속에서 찾은 보물상자 안의 로봇 장난감을 통해 행복했던 자신의 유년 기억과 더불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추억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박근혜 당선인은 다시 돌아갈 청와대에서 무엇을 찾을까요. 그것이 무엇인지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다면 그가 선택할 길은?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연단 설치 등 취임식 준비가 한창이다.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연단 설치 등 취임식 준비가 한창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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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롭게 5년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으로서 많은 국민들은 그가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통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가 이명박 정권처럼 또 다시 실패한다면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이 너무나 크고 참담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도, 경제 민주화도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이 즐겨 사용하는 '민생 정치' 역시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너무나 많이 훼손되었고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이같은 국정 실패가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저는 박근혜 당선인이 34년 만에 돌아가는 청와대에서 찾을 '보물 상자'에 그 첫 번째 답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당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사안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표적 친박 인사인 김재원 국회의원이 지난해 9월 당시 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직후 벌어진 그 사건입니다. 당시 김 의원은 기자들과 가진 저녁 술자리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의 정치 입문 배경에 대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큰 파문을 일으킨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김재원 의원의 말처럼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로 돌아가 찾을 '보물 상자' 안의 추억이 '18년 유신독재 권력'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명예 회복이라면 그는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그리하여 아버지 시대에 벌어졌던 그 모든 잘못에 대해 '합리화'하고 '제2의 새마을 운동'처럼 이를 계승한다는 식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 그는 결코 스스로가 정했다는 '박근혜 정부'로 불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그것은 '유신독재 정권에 이은 19년차 정부'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명박 정부처럼 5년 후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합니다.

그가 청와대에서 찾아야 할 진짜 '보물 상자'는 '아버지 시대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보물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유신 독재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정수 장학회 등 그릇된 과거사를 바로 잡을 때' 그는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국민 대통합 시대'의 첫 번째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했던 아버지 시대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그저 정치적 구호로만 이것을 '이용'한다면 그는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을 먼저 포기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국민 대통합을 위해 가장 적합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지지했던 또 다른 51%의 지지자 역시 계속해서 그의 편이 될 수 없음을 역시 유념해야 합니다. 이미 대선 당시 얻었던 지지율보다 추락해있는 현재 지지율만 봐도 이는 입증되는 위기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아버지 시대의 잘못을 그저 옹호만 하고 그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이는 박근혜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도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자랑스러운 딸'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아버지 시대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아 과거의 업보를 풀어낸다면 그는 아버지로부터도, 그리고 국민으로부터도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아버지 시대의 업보를 자신의 문제로 가져가는 잘못된 행보를 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아버지 시대에 자행되었던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법적, 행정적 보상을 해야 합니다. 특히 재야 인사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를 비롯하여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과거 유신독재였던 아버지 시대에 자행된 '인권 유린 사건의 진상을 온전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 글을 두고 또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박근혜 당선인이 사과했는데 또 다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공격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장준하와 전태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무엇을 사과했고 또 무엇을 진심으로 반성했나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7년 재야 인사 장준하 선생 부인 김희숙 여사를 찾아간 일입니다. 그는 당시 아버지 시대에 일어난 장준하 선생 핍박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김희숙 여사에게 면담을 청했고 이를 김희숙 여사가 허락하여 만난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애매한' 표현으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날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김희숙 여사를 다시 찾은 적도, 또 뭘 어떻게 하겠다는 연락조차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장준하 선생의 외부 가격흔이 드러난 유골 공개 후 국민적 의혹으로 이어진 이 사건 '사인 재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만 피력한 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 '국민 대통합'을 선언하며 박근혜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찾아갔던 '전태일 재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선거 전략상 자신이 필요하면 찾아갔으나 그 후에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것이 없습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방문에 반발했던 전태일 재단 측에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는 답을 공식적으로 제기했으나 오히려 그가 속한 새누리당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국정조사조차 '사실상' 파기한 실정입니다. 이런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를 보며 그를 '신뢰의 정치인'이니 '약속의 정치인'이니 하는 미사여구에 저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당선인은 34년 만에 '대통령의 딸이 아닌 대통령 자격으로' 자신이 입성한 청와대를 둘러볼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청와대의 이곳 저곳을 찬찬히 둘러보며 어쩌면 그곳에서 당선인은 자신이 어릴적 함께했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곳은 이렇게 바뀌었고 저곳은 여전히 그대로 있구나 싶을 것이고 또 없었던 건물이 새롭게 들어선 자리도 보겠지요. 그러다가 어쩌면 그는 어느 공간에서 잠시 시선을 멈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마치 '넝쿨당'의 그 '방귀남'처럼 청와대 건물 어느 벽돌 속 공간에서 자신이 숨겨놓은 유년 속 '보물 상자'를 꺼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 '보물 상자'가 우리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그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이 땅의 국민을 고통스럽지 않게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의 일기장에 쓴 것처럼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행복했던 그 유신독재 18년의 세월이 이 땅의 국민 모두에게도 행복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당선인의 몫입니다. 아버지가 남긴 '자산'이 있다면 그 '빚'도 함께 있음을 결코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디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국민 대통합'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태그:#박근혜, #유신독재 사과, #보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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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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