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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과 참여연대 주최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사건을 통해 본 국정원·경찰 개혁방안'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주민 민변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광철 민변 변호사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과 참여연대 주최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사건을 통해 본 국정원·경찰 개혁방안'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주민 민변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광철 민변 변호사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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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입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심리를 조작하려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사무처장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정보원 직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주장했다.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이 "정상적 대북심리전"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서다.

지난해 12월 사건 발생 당시 국정원은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부인했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댓글 흔적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일부 대선 후보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댓글을 작성·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국정원은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북심리전"이라고 해명했다.

12일 민변과 참여연대 주최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박 변호사는 국정원의 해명에 대해 "심리전의 뜻은 '심리를 조작해 싸운다'는 뜻인데, 이는 즉 국정원이 댓글로 국민의 심리를 조작하려 했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에게는 정보수집 권한이 있는 것이지 인터넷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여론전을 펼칠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대단히 반민주적인 행태다"라고 꼬집었다. 장여정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도 "국정원이 댓글을 올리며 네티즌의 반응을 읽으려 하는 게 대북심리전이라면, 이는 대국민 사찰과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민주적 제어·감독 강화 필요... 경찰 개혁도 동시 진행해야"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권한을 민주적으로 제어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는 "국정원은 불법 사찰 논란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 등 기관 본연의 직무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는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에 근거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며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가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국정원의 수사권 분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정원의 개혁과제로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 원칙적 폐지 ▲정보·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 폐지 ▲국가정보원에 대한 의회의 통제 강화 등도 제시했다.

국정원의 개혁과 동시에 경찰의 과잉 권한도 통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호중 교수는 "국정원 직원 사건은 경찰의 수사 공정성에 커다란 의문을 낳았다"며 "경찰의 치안권과 수사권이 정치권력 아래 왜곡되거나 남용되는 상황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조직을 세분화해 과도하게 집중된 경찰 권한을 제어해야 한다"며 "범죄수사를 하는 수사경찰과 치안예방을 담당하는 일반경찰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국정원과 경찰 개혁에 앞서 소위 '종북 차단'을 위한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을 불가피하게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변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국가 권력기관이 종북을 근거로 국가안보를 내세우면 국정원·경찰개혁 과제 등 모든 것이 다 묻혀버리게 된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종북이란 단어가 블랙홀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야당 후보가 집권하면 한국 사회가 종북화 된다'는 우려가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했다"며 "집권세력은 종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정치적 방어 내지 공격의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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