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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에 찍어서 입속으로 쏘옥~~~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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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가래떡, 오늘 집에서 떡 했어?"
"했으니깐 저렇게 많지. 얼른 저녁이나 먹어요."

그러나 남편은 가래떡을 집어들고 떡부터 먹는다. "와 맛있다" "밥부터 먹으라니깐!" "걱정 마. 이거 먹고 밥도 다 먹을 거야" 한다. 겨울에는 떡국을 먹어야 제맛이라는 남편은 떡국을 많이 좋아한다. 조금씩 사다 끓여주면 2~3번 끓이면 그만이어서 감질이 나기가 일쑤였다. 하여 이번에는 설 명절도 다가 와 가래떡을 뽑기로 했다.

그동안 남편은 몇 번이나 가래떡을 뽑자고 했었지만 내가 마다 했었다. 떡 뽑는 삯도 있고 썰어주면 그것도 따로 받으니 사서 먹어도 별 차이 없다면서. 하지만 자주 사러다는 것도 귀찮아지고, 겨울도 얼마 안 남아 갑자기 떡을 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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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불린 쌀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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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을 뽑으려면 적어도 3시간은 물에 불려주어야 한다. 8kg의 떡쌀을 담그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집에서 가래떡을 뽑기는 처음인 듯했다. 3시간 담가 놓으니 잘 불어 소쿠리에 건져 물을 빼고 방앗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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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앗간에서 쌀을 빻기 시작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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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떡 방앗간을 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사는 근처에는 재래시장도 있어 떡방앗간이 있다. 방앗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가래떡 하실 거지요?" "네, 그런데 오래 걸리나요?" "아니요. 30분 정도면 다 됩니다" 한다.

오래 걸린다고 하면 시장 안을 둘러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30분 정도라고 하니 기다려도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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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을 찜통에 넣고 찌는 모습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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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떡을 만들기 전에 세 집이나 떡을 뽑았다. 그래도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가래떡 뽑기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떡 만드는 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그곳 주인 아주머니가 "뭘 그렇게 봐요. 떡 하는 거 처음 보나?" 한다. "그러게요. 오랜만에 보니깐 재미있네요" 했다.

기계에서 빻은 쌀을 찜통에 올려놓고 찌기 시작한다. 찌는 동안 김이 솔솔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김 속으로 어렸을 적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이 되기를 기다렸던 모습이 그려졌다.지금처럼 떡을 사고팔고 하던 때가 아니라 설날을 며칠 앞두고는 방앗간에는 떡 하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었다. 다른 것은 못해도 집집마다 가래떡은 꼭 했던 시절이니 말이다.

끝도 보이지 않은 긴 줄이라 워낙 오래 기다려야 했었다. 식구들이 번갈아가면서 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행여 내 차례가 그냥 지나칠까봐 사람과 쌀그릇과 함께 움직이곤  해야 했었다. 그러다 앞에 있던 아는 집에서 가래떡을 뽑으면 맛을 보라면서 하나씩 나누어 주어 얻어 먹었던 떡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요즘처럼 꿀이나 조청을 찍어 먹지 않았어도 정말 맛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워지기도 했다. 어릴적 친구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엄마와 아버지 생각도 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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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래떡이 나오고 있는 모습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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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기계에서 떡이 쑥쑥 나온다. 아저씨는 작은 플라스틱 칼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이렇게 가래떡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가래떡을 뽑는다는 말이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8kg의 쌀이 떡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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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 된 가래떡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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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떡이 완성이 되어 상자 안에 담겼다. 나도 집에 오자마자 떡 하나를 들고 맛을 봤다. 어렸을 적 그 맛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런대로 정말 맛있다. 내일 딸아이도 몇 개 갖다 주어야겠다. 특히 작은 손자가 떡을 좋아한다.

이것을 이틀 동안 적당히 굳혀 다시 떡집이나 집에서 썰어야 한다. 곧게, 뒤집어서 말리고 다시 비닐로 덮어 말린다. 비닐을 덮어 주어야 하는 이유는 겉만 굳지 않고 속까지 골고루 굳으라고.

가래떡 하기가 이리도 간단한 것을. 남편은 밤참으로 또 가래떡이다. 한동안은 푸짐하게 떡국을 끓여줄 수 있어 한결 풍족해진 느낌이다.


태그:#가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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