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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총리 후보자 사퇴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여전히 '나홀로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2일 생일을 맞은 박 당선인의 메시지는 '후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년 전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던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인사청문회에 '불합리 제도' 낙인, 1년 전 인사실패 때도 "토달지 마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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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은 자신의 61번째 생일을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부부와 조카 등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입성 직전에 맞는 생일을 조촐하게 보낸건 여전히 '박근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부 사람들과 생일잔치 같은 행사를 열지 않는 건 한 해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당시 환갑을 맞았을 때도 그랬고,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내던 때도 마찬가지다.

잔치는 않는 대신 생일 때 마다 지지자들 혹은 정치권을 향해 한 마디씩 메시지를 던져온 박 당선인은 올해 생일에는 별 말이 없었다. 대신 생일을 즈음해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박 당선인은 하루 전인 1일 점심을 새누리당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 같이 하면서 축하도 받고 케이크도 잘랐다. 2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참석한 한 의원이 다른 의원의 갈비뼈 부상을 소재로 '○ 의원 갈비뼈가 부러진 얘기를 밖에 나가서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인사청문회 가면 문제가 된다'고 농담을 했고, 이에 박 당선인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생일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인사청문회 제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조선일보> 1일자에 따르면 "어릴 때 집에서 오줌 싸서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닌 것까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번 생일 메시지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불합리하니 새누리당이 나서서 인사청문회 절차와 방식 등을 바꿔라'는 주문인 셈이다.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언론에 의해 도덕성 의혹이 제기된 김용준 전 총리 후보가 낙마한 상황의 원인을 국회 인사청문회로 돌린 것이고,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를 불합리한 제도로 낙인찍어버렸다. '지시'가 떨어지자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언론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는 '김용준 낙마사태'의 원인은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 때문에 사전 검증 작업이 소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후임 총리 후보자나 장관, 청와대 보좌진 인사 등에 대해서도 이전과 같은 '철통보안'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박 당선인은 여전히 '나홀로 인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전 박 당선인의 환갑, 60번째 생일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총선 패배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을 구해내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당선인은 2012년 생일 공직자추천위원 인사실패에 대해 "자꾸 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뒷말을 일축했다.

당시는 평범한 주부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천위원으로 뽑힌 진영아 패트롤맘 회장이 18대 총선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입당하고 2009년 당 중앙위원회 활동한 경력과 학력위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공천위원을 사퇴했다. 당시에도 박 당선인의 검증 부실 밀실인사가 문제로 지목됐다.

2009년 생일엔 "국민공감대 중요"...2010년엔 '원칙과 신뢰'

작년과 올해 생일에 처한 상황과 내놓은 메시지를 보자면, 박 당선인의 독단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전에 나온 생일 메시지와는 대조적이다.

박 당선인은 2009년 57번째 생일에 청와대에서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잘랐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 식사를 한 날이었던 것.

당시 모임은 이 대통령이 여당에게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완화를 위한 금융관련법 개정, 한·미FTA 비준동의안, 종편 케이블 채널 설립을 위한 미디어법 등의 국회 처리와 '속도전'을 부탁한 자리였다.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한 용산참사로 설날 민심이 최악인 상황이었다.

생일축하 노래까지 불러준 이 대통령에게 당시 중진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박 당선인은 "2월 국회가 시작되는데 쟁점 법안들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쟁점 법안은 정부 야당 국민 간 관점의 괴리가 크다. 당과 정부가 긴밀히 협조하고 보완책을 만들어 경제도 살아나고 법안들도 잘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심을 근거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쟁점 법안 속도전에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 다음 해 생일에도 비슷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로 정부청사를 옮기는 계획을 포기하고 다른 목적으로 개발하자는 수정안을 내고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58번째 생일 하루 전인 2010년 2월 1일 박 당선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법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 발전을 근본 취지로 법을 만들어 통과시켰고, 그 취지대로 실현하겠다고 한나라당이 선거 때마다 약속했다"며 "너무나 당연해서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원칙과 신뢰'라는 기준으로 이 대통령과 친이계에 맞섰던 것이다. 

2005년 생일 메시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

'국민의 공감대'와 '원칙과 신뢰'를 명분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박 당선인이지만, 최근 총리 후보자 사퇴 상황에선 당시 내세웠던 '국민의 공감대'는 찾아볼 수 없다. '나홀로 인사'를 고집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탓하는 모습에선 신뢰는 사라지고 '인사권은 내 고유 권한'이라는 원칙만 남게 된 상황이다.

여전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탓하며 검증 부실을 초래하는 '나홀로 인사'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그 간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국민의 공감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틀 것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기로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선 박 당선인이 53번째 생일 하루 전인 2005년 2월 1일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희망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계속 노력하고 이루어 나갈 것"이라며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고 했다.


태그:#박근혜, #생일메시지, #나홀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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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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