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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찾아오려고 하는지 근래 낮 기온이 영상권을 보이며 평년기온을 웃돌았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 따뜻한 봄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오늘(4일·월)이 바로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 절기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으며 보통 양력 2월 4일경이다. 입춘은 음력으로 따지면 주로 정월에 든다. 하지만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는데 이를 가리켜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대한을 지나 입춘 무렵에 큰 추위가 있으면 '입춘에 오줌독(장독·김칫독) 깨진다' 또는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라고 일컫는 속담이 있다. 입춘이 지난 뒤 날씨가 몹시 추워졌을 때에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봄이 찾아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올해도 입춘 이후 반짝 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 주간예보에 따르면 오는 7일(목) 서울의 아침 온이 -11℃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예상된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도 7일부터 한파가 찾아와 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1일(월)까지 내내 아침 기온이 -10℃를 웃도는 강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올해도 입춘 이후 강추위가 예상된다.
 올해도 입춘 이후 강추위가 예상된다.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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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입춘 무렵에 추위가 반드시 있다는 뜻으로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이 생겼고, 격(格)에 맞지 않는 일을 엉뚱하게 하는 것을 두고  '가게 기둥에 입춘이랴(假家柱立春)'고 했다.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입춘날 봄이 온 것을 기려 축하하거나 기원하는 내용을 적은 글)을 대문이나 출입구에 붙인다.

입춘축을 다른 말로 춘축(春祝)·입춘서(立春書)·입춘방(立春榜)·춘방(春榜)이라 부르기도 한다. 입춘축은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붙이고,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여 써서 붙인다. 입춘이 드는 시각에 맞추어 붙이면 좋다고 하여 밤중에 붙이기도 하지만 상중(喪中)인 집에는 써 붙이지 않는다. 입춘축을 쓰는 종이는 글자 수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로 15cm 내외, 세로 70cm 내외의 한지 두 장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입춘축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축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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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새해에 드는 첫 절기여서 궁중과 지방에서 여러 지 의례를 베풀었다. 특히 함경도에서는 입춘날 나무로 만든 소를 관청으로부터 민가의 마을까지 끌고 나와 돌아다니는 의례가 있었다. 이는 흙으로 소를 만들어 겨울의 추운 기운을 내보내는 중국의 옛 제도를 모방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행해졌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입춘굿'을 했다. 해마다 입춘 전날에 무당들이 주사(州司)에 모여 나무로 만든 소에게 제사를 지내고, 입춘날 아침에는 머리에 월계수 꽃을 꽂고 흑단령 의복을 차려입은 호장(戶長)이 나무소에 농기구를 갖추어 나와 무격들로 하여금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큰 징과 북을 치며 행진했다. 일반 백성의 집에 들어가서 쌓아둔 보릿단을 뽑아와서 보릿단으로 실(實)·부실(不實)을 판단해 새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입춘날, 지역마다 보리 뿌리로 농사 풍흉 점치기도

이렇듯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일이 많았다. 보리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서울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보아 뿌리가 많이 돋아나 있으면 풍년이 들고 적게 돋아나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경기도 시흥·여주, 인천에서는 입춘 때 보리뿌리를 캐어 보리의 중간뿌리(中根)가 다섯 뿌리 이상 내렸으면 풍년이 들고, 다섯 뿌리에 차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마산리에서는 입춘 때 보리뿌리를 뽑아 살강 뒤에 놓아두면 보리뿌리가 자라는데, 보리뿌리가 많이 나면 길하고 적게 나면 그해 보리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충남에서는 입춘날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작이 된다고 봤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집안과 마룻바닥을 깨끗이 청소한 뒤 체를 엎어두었다가 몇 시간 뒤에 들어보면 어떤 곡식이 한 알 나오는데, 거기에서 나온 곡식이 그해에 풍년들 곡식이라 보았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입춘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병이 없으며 생활이 안정되지만, 눈이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입춘날에 눈보라가 치는 등 날씨가 나쁘면 '입춘치'라 한다. '치'는 접미사로 보름·그믐·조금 또는 일진의 진사(辰巳)·술해(戌亥) 같은 것에 붙여 그 날 무렵에 날씨의 나빠짐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첫날인 입춘에 이러한 입춘치가 있는 것을 농사에는 나쁘다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입춘날 바람이 불면 그해 내내 바람이 많고 밭농사도 나쁘다고 여겼다. 또 입춘날 입춘축을 써서 사방에 붙이면 그해 만사가 대길하나 이날 망치질을 하면 불운이 닥친다고 봤다.

전남 무안에서는 '입춘날 눈이 오면 그해 며루가 쓰인다'고 여겨 그해 여름 벼농사에 며루(자방충)가 많이 생겨 농사에 해롭다고 생각했다. 전남 구례에서는 입춘날 절에 가서 삼재(三災)풀이를 하는데, 삼재를 당한 사람의 속옷에 '삼재팔난(三災八難)'이라 쓰고 부처님 앞에 빌고 난 후 속옷을 가져다가 불에 태웠다.

경남 창녕군 영산에서는 이날 새알심을 넣지 않은 팥죽을 끓여 먹고 집안 곳곳에 뿌렸다. 충청도에서는 이날 보리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보리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여 보리밥을 해 먹었다.

다양한 입춘절식... 궁중 '오신반', 민간 '세생채', 함경도 '명태순대'

입춘에는 입춘절식이라 해 과거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수라상에 얹었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한편 민간에서는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 먹는 풍속이 생겼다. 세생채(細生菜)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 간에 나눠 먹는 풍속도 있었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입춘, #대한, #강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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