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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가로막고 있는 인수위원회 내 국민행복제안센터의 모습(자료사진).
 경찰이 가로막고 있는 인수위원회 내 국민행복제안센터의 모습(자료사진).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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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회에 설치된 국민행복제안센터를 통해 어제(2일)까지 접수된 국민제안 건수는 모두 2만3734건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3일 오전 발표한 국민행복제안센터의 중간 평가 결과다. 그는 "국민행복제안센터 개소 이후 하루 평균 1000여 건이 접수됐다"며 "제안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 중 교육, 일자리, 복지, 실물 경제 등 국민 삶의 질에 밀접한 사안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행복제안센터의 활성화를 강조한 윤 대변인의 발표 이후, 언론은 앞 다퉈 "인수위에 국민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박근혜 인수위의 소통 능력은 과거 인수위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노동자 등이 제안한 내용의 경우 처리결과조차 통보가 되지 않았다.

인수위가 국민과의 실질적인 소통 방법은 강구하지 않고, "국민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홍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명박 인수위에서는 4만 건이 넘는 국민 제안이 쏟아졌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은 많지 않았다.

인수위에 직접 제안서를 제출했더니... 

인수위가 기자들에게 보낸 상세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2만3734건 중 분과 검토가 끝나고 답변까지 완료된 제안은 7652건(32.2%), 분과에서 검토중인 제안은 7247건(30.5%)이다. 인수위는 "접수된 제안은 처리단계별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처리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변인은 "제안 이후 3일 이내에 답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14일 국민행복제안센터를 방문해 박근혜 당선인이 과거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을 모아 '사면권 제한' 의견서를 전했다. 하지만 제안한 지 3주가 된 3일까지 기자는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기자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제안한 내용은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직부장은 지난 14일 국민행복제안센터를 찾아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와 손해배상·가압류 철폐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의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성세경 부장은 '2013-37'이라는 접수번호가 기입된 접수증을 받았다. "제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려면 어디로 전화를 해야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센터 직원은 "센터에서 전화를 할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3주가 지났지만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방문 접수 건수는 모두 470건임을 감안하면, 성 부장이 제출한 제안의 처리는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달 3일부터 부처 업무보고가 마무리된 25일까지 인수위 앞에서 유성기업 등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모두 10명이 돌아가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수위 앞을 지켰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 부장은 "제안을 제출했지만 20일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며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용이자, 언론플레이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63개 노동탄압 피해 사업장 노동자들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차별, 노조파괴 및 손배탄압 등 노동탄압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수위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노동탄압 피해 사업장 노동자들 인수위 앞 연좌농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63개 노동탄압 피해 사업장 노동자들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차별, 노조파괴 및 손배탄압 등 노동탄압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수위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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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수위와 비교해보니... '소통의 후퇴'

국민행복제안센터는 같은 국민 소통 창구인 노무현 인수위의 국민제안센터나 이명박 인수위의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에 비해 그 위상과 내용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이나 김용준 위원장은 센터 방문은커녕 관련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오프라인 국민행복제안센터를 운영한 것은 지난달 13일로, 과거 인수위에 비해 시작이 늦었다.

2003년 1월 1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층에 마련된 국민제안센터 개소식에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쏟았다. 그는 개소식에서 "국민제안이 일반화되고 익숙해지면, 새로운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직접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으로부터 정책제안서를 건네받기도 했다.

국민제안센터 운영에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파견공무원 7명과 자원봉사자 7명이 참여했다. 국방부장관을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제안을 받은 점은 의미 있는 시도로 꼽힌다. 2만7583건의 국민 제안 중 인사 제안만 5415건에 달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12차 간사단회의가 열리는 모습.
 지난달 28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12차 간사단회의가 열리는 모습.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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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1월 1일부터 인수위에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센터를 방문하기도 한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국민정책제안을 새 정부 밑그림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정말 경청해서 귀를 기울이고 한 분 한 분 보내 주신 성의 있는 내용들에 대해 정성껏 회신을 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인수위는 공직자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은 것을 주요한 성과로 꼽았다. 백서에서 "일반 국민에 비해 공직자들의 정책제안은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며 "우수한 정책 제안이 상당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월 5일 마감 때까지 받은 국민 제안 4만1668건 중 공직자 제안은 3026건이었다.


태그:#국민행복제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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