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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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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후보자를 불러다가 너무 혼을 내고 망신을 주는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니까 나라의 인재를 불러다 쓰기가 참 힘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0일 새누리당 소속 강원 지역 의원들과 오찬에서 한 말이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아들 병역면제 및 부동산투기 의혹에 부딪혀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한 것에 대해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셈이다.

특히, 여야 모두 김 지명자의 자진 사퇴를 계기로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스타일'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란 점도 주목된다. 박 당선인이 인사 검증 실패라는 안팎의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당장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이던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이 청문회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오찬 자리에서 "청문회에 불러다가 망신을 주는 것은 안 된다, 적격·부적격을 떠나서 이 사람이 죄인도 아닌데 그런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인과 가족의 프라이버시 부문은 소위원회를 만들어 비공개로 (조사)하고, TV로 중계되는 부문은 정책 검증이 (주로)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석자도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될 것", "경찰, 검찰에서 범죄인을 뒤져도 이런 식으로는 안 뒤진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당선인은 "청문회가 좋은 후보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가족 및 친·인척 관련 내용을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좋은 인재들이 청문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걱정스럽지 않으냐"고 공감을 표했다. 또 "미국 같은 경우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검증)하고, 사적 부문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면서 진행하는 시스템 등으로 잘돼 있다"고 말했다. 김 지명자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인사 검증을 잘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거듭된 인사 검증 실패 반성 않고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 요구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발언은 집권여당을 향해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된 뒤,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된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황우여 당대표는 지난 28일 인수위와 한 연석회의에서 "청문회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절차나 기준을 좀 신중하게 만들어서 새 정부 5년간 모든 인사의 청문회 때 적용될 룰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 의지를 보였다.

당시 그는 "인재를 등용해 국가에 헌신하게 하는 데 있어 업무수행에 대한 적격성을 중심으로 해서 도덕성과 여러가지 면을 보고 면밀하게 걸러내야 한다"며 "이제 이런 것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만들어서 인사청문회가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기준과 절차에 의해서 잘 마쳐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5선의 정의화 의원도 지난 3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차제에 인사청문회를 도덕성 부분과 정책·능력 부분으로 나누고 개인 삶에 관련된 것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 성안에 나서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김용준 자진사퇴, 잘못 검증한 박근혜 탓인데 왜 남탓 하나"

그러나 인선 단계부터 도덕성 검증을 철저하게 마쳐 실제 청문회 단계에서는 정책 검증이 가능한 미국의 청문회 제도를 사전 검증에 실패한 김용준 지명자의 자진사퇴 경우에 비교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아들 병역면제 및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부딪혀 자진 사퇴했는데도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남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청문 대상자를 정확하게 추천하지 않고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밀봉인사, 자택검증 인사가 실패한 것이다, (박 당선인이) 인식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지명자는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야당 청문위원이 몸도 풀기 전에 언론이 의혹이 가는 사실을 나열했을 뿐인데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왜 청문회 제도 탓을 하나"라며 "김 지명자 자진사퇴에 대한 책임은 청문회 제도나 야당의 거센 검증이 아니라 문제의 인물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지명한 박 당선인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박 당선인이) 사태 파악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하고 있다"며 "공직자의 기본 윤리도 갖추지 못한 후보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식의 안일한 문제의식 수준에 머문다면 차기 인선도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인사청문회가 두려운 사람은 공직후보자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은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밀봉, 불통 인사가 낳은 이번 인사사고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자신의 밀봉인사 스타일에 대한 반성 없이 야당과 언론 탓하는 모습이 답답하다, 문제 많은 인사 인선한 자신의 시스템부터 개선하라"며 "지금도 국민의 알 권리가 차단되고 있는데 검증마저 '비공개 밀봉검증' 하겠다면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를 비공개로 (검증)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1970년대 성장 과정 속에서 이 문제 안 걸린 사람들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부터 엄격하게 해야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인 목사는 또 "도덕적으로 국민들이 납득 가는 사람들이 (공직을) 해야 된다"며 "다 내놓고 국민들에게 검증받고, 그런 사람이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 받아서 일을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김용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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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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