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북폴리오
수백, 수천, 수만 자 글보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과 감동을 준다. 고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후 일장기를 차마 볼 수 없어 머리를 숙인 장면은 조국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애통함 그 자체다. 그리고 1987년 6.10항쟁 당시 태극기를 들고 부산 서면 거리를 달리는 한 젊은이, 최루탄을 맞은 이한열 열사 등등. 사진은 글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역사학자로 잘 알려진 조너선 D. 스펜스와 그의 아내 안핑 친이 사진 300장으로 모아 쓴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시리즈, 중국의 세기>(2006, 북폴리오 펴냄)은 20세기 중국 격동기의 잃어버린 인간성과 폭력성을 생생하고 정리한 연대기다.

우리집 막둥이가 책을 들면 "아빠 책이 왜 이렇게 무거워요"라고 할 정도로 무겁다. 책 무게가 무려 1967그램이다. 머리가 무겁다고 똑똑한 것이 아니듯 책이 무겁다고 '덩칫값'을 못하는 책이 많지만 <20세기 포토 다큐…>는 덩칫값을 한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20세기 중국 사회가 피흘림과 죽임 그리고 부자는 더 부를, 가난한 민중은 핍절한 삶을 살았음을 보여준다. 목이 잘린 사진 한 장은 20세기 중국은 살육과 폭력이 지배한 비인간성 사회였을 보여준다. 물론 1990년대 이후 중국은 20세기와는 다른 21세기를 열어가려는 역동성을 보여주지만 20세기 중국은 분명 사람답게 사는 나라는 아니었다.

여성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 '전족'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네 발가락이 발바닥 안으로 말려 들어간 '전족'은 11세기에 도입되어 부유층에서부터 시작되었다가  평범한 가정과 심지어 소작농까지 퍼졌다.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전족은 여성의 운명이었다. 서너 살 된 여자 아이는 엄지발가락을 뺀 나머지 발가락을 발바닥 쪽으로 접어 넣어 끈으로 꽉 묶어 발 모양을 가늘고 뾰족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엄지발가락과 발뒤꿈치가 하나로 모이고 발등이 구부러지면서 끊임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전족.
전족. ⓒ 북폴리오

여성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뭇 남성들은 엉덩이을 흔들며 걷는 모습에서 성적매력을 느꼈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성폭력은 변함이 없다. 발바닥으로 밀려들어간 발가락, 그리고 굳은 살이 큰 바다처럼 변한 뒷꿈치. 남성들은 그 고통을 100만분의 1이라도 느끼지 않았으리라.

반역과 이념, 잔인한 학살....

목은 점점 조여오고, 타들어간다. 사람이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은 죽음이다. 청나라는 반역자와 배신자 처형 방법으로 딛고 선 나무판자가 서서히 내려앉으며 질식사시켰다. 그들은 참수보다는 이런 질식사가 그 나마 자신들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세운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목잘린 채 조상을 만나는 것보다 온전한 몸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 형법체계. 반역자와 배신자는 나무우리에 목만 내 놓은 채 가두었다.
청나라 형법체계. 반역자와 배신자는 나무우리에 목만 내 놓은 채 가두었다. ⓒ 북폴리오

수십 만 명이 난징에서 학살당했다. 한 젊은이의 눈빛이 일본제국주의가 얼마나 잔인한 학살을 자행했는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을 넘어 초연함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죽음을 초월했다. 공포에 공포가 더 해지만 자유함인가?

 죽음을 기다리는 한 청년
죽음을 기다리는 한 청년 ⓒ 북폴리오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과 장제스 국민당 정부에 저항했다. 1927년 중국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악몽같은 해였다. 지역 사령관들은 보복은 무시무시했고, 처형은 다반사였다. 광저우 주재 미국 영사 제이 캘빈 휴스터인 찍은 폭력과 혼돈에 휩싸인 중국 비참한 모습은 어린이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총에 맞은 어린들. 1927년 중국은 총살형이 자연스러웠다,
총에 맞은 어린들. 1927년 중국은 총살형이 자연스러웠다, ⓒ 북폴리오

1930년 한 미국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 한 장이 상징적이다. 처형당하기 직전 젊은 여성은 능멸당했고, 옷이 벗겨졌고, 가죽헬멧으로 묶어 마지막 저항으로 울부짖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 가슴팍 밖에 오지 않는 여성을 남성들은 잔인하게 죽였다.

 죽음 직전 한 여성. 1930년 한 미국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죽음 직전 한 여성. 1930년 한 미국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 북폴리오

부는 부를 낳고, 가난한 가난을 낳아...

부는 부를 낳는다고 했던가?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고 했던가? 살찐 얼굴을 가진 남성은 돈을 세느라 바쁘다. "내 돈 내 돈"하는 듯하다. 어제도 돈을 셌을 것이고, 오늘도 셌고, 내일도 돈을 셌을 것이다. 차곡차곡 쌓아둔 돈이 이를 증명하다. 부가 부를 낳을 때 가난은 가난을 낳았다. 기근에 찌든 농촌에서 흘러온 난민들은 '희망'이 아닌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부와 빈곤
부와 빈곤 ⓒ 북폴리오

2010년대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21세기 중반이면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은 20세기 농민들이 희망을 찾아 도시로 나왔지만 길거리에서 굶어 죽은 것처럼 21세기 농민공들도 부유한 도시민들보다는 더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 중국 인민들의 궁핍함은 아직 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1>( 조너선 D. 스펜스·안핑 친 지음 ㅣ 김희교 옮김 ㅣ 북폴리오 펴냄 ㅣ 50,000원)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중국의 세기

조너선 D. 스펜스 외 지음, 콜린 제이콥슨 외 사진편집, 김희교 옮김, 북폴리오(2006)


#중국#20세기#포토다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