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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청 누리집 대문에 걸린 “모두가 꿈꿔왔던 최고의 도시 세종”이라는 알림 문구가 왜 이리 낯선지 모르겠다.(세종특별자치시 누리집 갈무리)
 세종특별자치시청 누리집 대문에 걸린 “모두가 꿈꿔왔던 최고의 도시 세종”이라는 알림 문구가 왜 이리 낯선지 모르겠다.(세종특별자치시 누리집 갈무리)
ⓒ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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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이름도 찬란하다. '세종시'로는 모자라 '특별'이란 이름을 덧붙였다. 그뿐이랴? '자치시'이기도 하다. 참으로 민망할만치 긴 이름을 가진 '트-으-윽별한 도시'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다. 그런데 왜 이리 맘이 불편한 지 모르겠다. 첫 마을의 아파트가 하늘을 찌르긴 하지만 아직은 조치원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고 보면 혹 몸이 아파 병원을 찾게 되면 대전이나 청주로 가게 된다.

물론 일차적으로 가까운 조치원의 의원을 찾지만 조금이라도 병이 깊으면(?, 별것 아닌 것도 중한 병인 양 도시 병원을 추천하는 박사님들이 꽤 계신 곳이 세종특별시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통에 그렇게 한다. 도시의 병원에 가 주소를 불러달라는 간호사의 말에 아주 친절하고 또박또박 아뢴다. 새롭게 부여받은 그 이름도 찬란한 '세종특별자치시'의 새 주소를 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이렇게 외치고 나면 간호사가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쓰윽 바라본다. 너무 힘주어 말했나? 하지만 후회도 잠깐 "그 다음은요?" 간호사의 채근이 이어진다. 그런데 아까의 그 당돌하고 우렁찬 목소리에 비하면 어처구니없이도 그 다음 주소가 얼른 입 밖으로 나와 주지 않는다. 이 민망함을 어떻게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주소가 온통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서면, 아- 아니 연서면 와룡로 …" 이렇게 말하면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받는 간호사의 눈빛이 여간 고약하지가 않다. 마치 '특별시라더니 면소재지 촌이네 뭐?' 그러는 듯만 하다. 괜히 특별시라고 말했나 하고 금방 후회하게 만든다. 물론 진짜(?) 세종특별시민도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 이렇게 나가는 주소에서 사는 첫 마을 주민들이 그들이다. 같은 특별시민이라도 우리 같은 면민들은 그들이 별개의 사람들처럼 보인다.

내가 사는 곳은 첫 마을이나 총리실 등으로 대별되는 세종특별시에서는 변두리인 면단위이다 보니 참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 세종시가 어떤 시인가?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수도이전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고 무산위기에 처했다가 기적같이 다시 살아난 도시가 아니던가. 그러니 특별하긴 무척이나 특별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시이기도 하다.

이왕 병원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였으니 병원 이야기 좀 더 해보자. 세종시는 이미 이전한 국무총리실이나 중앙부처의 공무원 및 가족 등에게 최상의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유한식 세종시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세종시민 3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 세종시 유치 추진위원회'(위원장 김고성)가 발족되었고, 세종 시민들은 서울대병원 응급 의료센터 유치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재원마련 외에도 인구 12만 명의 도시에 응급센터를 세워 최상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꼭 서울대병원에서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급기야 서울대병원 유치를 충남대병원이 방해했다는 유한식 세종시장의 발언으로 시끄럽다. 유한식 시장은 "충남대병원의 로비로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설치를 위한 예산반영이 좌절됐다"며 예산 불반영이 충남대학병원의 방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시헌 충남대병원장과 손종학 충남대 기획처장 등은 "서울대병원 유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로비는 벌이지 않았다"고 말해 예산 반영 불발을 놓고 지역사회가 이전투구를 하는 모양새다.

시민인 나로선 서울대병원이든 충남대병원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응급의료센터는 물론이려니와 제대로 된(?, 의원들은 오해하지 말아 달라. 박사님들조차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했으니 책임은 그대들에게 있다) 병원이 빨리 계획되고 세워지는 것이다. 어느 병원을 유치할 거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특별시에 맞는 위상을 갖춘 의료체계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나도 특별시민이다'라고 가슴 한 번 내밀고 병원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세종시는 광역자치단체임에도 의료시설이 이만저만 열악하지 않다. 분초를 다투는 환자는 특별시민임에도 특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의 대전이나 청주, 천안 등으로 가야 하는데,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충북대병원(청주), 단국대병원(천안), 선병원(대전) 등으로 후송하는 비율이 지난 10월말 현재 81.7%에 이르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 변변한 의료시설이 갖춰질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타 지역 사람들은 세종특별자치시가 땅값을 비롯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매스컴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곳이 맞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가끔 타 지역 지인들을 만나면 "세종 시민, 어때 너무 좋아지고 있지? 땅값도 오르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아지는 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데 '좋아지고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솔직히 말해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세종특별자치시민으로 사는 현실, 가히 유쾌하지만은 않다. 여전히 시골이고 여전히 열악하다. 시골뜨기를 연기하는 한 개그맨의 외침처럼 "시골 산다고 무시하지 마라. 마음만은 특별시민이다!" 그렇게만 외치고 있어야 할까. 언제까지. 이미 특별시민임에도 그렇게 외치는 것은 격에 맞는 외침은 아닌 것 같고.

세종특별자치시청 누리집 대문에 걸린 "모두가 꿈꿔왔던 최고의 도시 세종"이라는 알림 문구가 왜 이리 낯선지 모르겠다. 정말, 그 꿈이 이뤄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태그:#세종특별자치시, #세종시, #병원, #특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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