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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회초리민심간담회.
18일 오후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회초리민심간담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회초리를 맞겠다며 전국민생투어에 나선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들이 대전에서 '쓴 소리 듣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생색내기' 또는 '쇼'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동원된 당원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내뱉는 '쓴소리'가 무슨 민심이냐는 지적을 받은 것.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들은 18일 오후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회초리 민심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장 정면에는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나붙었고, 200여명의 참석자들은 사각의 형태로 둘러앉았다.

문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뼈저리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시간이다, 말 그대로 회초리를 맞기 위해서 왔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시간인 만큼 좋은 말씀 많이 해 달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이완규 당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선거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주문했다. 그는 "왜 졌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평가 없이는 반성과 사과 해봐야 소용없다, 결코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특히, 지난 총선패배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이길 것이라고 희희낙락하다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어 최영식 대전시당 고문은 분열과 당내 갈등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당에 국회의원 127명 있다고 하지만 실제 대선에서는 50-60명만 뛰고 나머지는 선거운동 안 한다는 소리가 계속 나왔다, 1997년과 2002년에는 그만큼 국회의원 수가 되지 않았어도 이겼다"며 "비주류하고 하는 사람들이 선거운동은 안 하고 딴 소리만 하면서 쓸데없이 표 떨어지는 소리만 하고 다니지 않았느냐, 반성은 그 분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내일포럼 박종범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것은 국민이 정권교체를 그토록 바라고 열망하는 만큼, 여기 계신 분들이 열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현상이 생긴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민주당이 그 만큼 못했기 때문이었다"며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색깔을 바꾸면서 이명박 정권의 연장이 아니라고 몸부림칠 때 과연 민주당은 얼마나 기득권을 내려놓았는지 묻고 싶다"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이 청년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오철 대전시당 청년위원장은 "민주당이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실제 청년들이 활동할 자리를 주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이준석, 손수조라는 사람을 내세워 젊은층을 공략했는데, 민주당에는 그 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도 그들이 활동할 틈이 없다"면서 "선거 때 잔일만 시키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달라"고 주문했다.

대학생 우윤식(한밭대 영어과 3)씨도 "민주당은 항상 선거에 지고 나서 말로만 반성하는 것 같다, 선거에 졌으면서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반성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대학생들이 그저 막연하게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과 공간, 예산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며 "대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그들과 얼마나 함께 호흡하려했는지 반성해 보라"고 말했다.

지도부를 비롯한 현역의원 등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문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대전지역 시민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서희철씨는 "민주당은 지난 60년 동안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헌신해 온 투사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전통을 얄팍하게 이용하려는 노쇠한 장사치라는 이미지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전통을 이용할 뿐 그 전통을 지키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당원은 "대선에서 패했다, 민주당이 죽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간판도 내리고, 현역의원들은 의원직에서 모두 사퇴하여 다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물어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초리 맞겠다며 당원 동원... 발언도 정해놓은 당원들만"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들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사죄와 참회의 삼배'를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들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사죄와 참회의 삼배'를 하고 있다. ⓒ 강순욱

이번 민주당의 회초리 민심투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김남숙 우리들공원가꾸기 운동본부 대표는 "회초리 민심투어를 한다고 하면서 현충원 참배를 하던데, 차라리 복장을 간편하게 입고 묘비를 닦는 것이 서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라며 "선거 때에도 의원들은 그저 눈도장 찍기만 할 뿐,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무리 바빠도 참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룡시에서 참여했다는 일반시민 홍정표씨는 "저는 이 자리가 민심간담회라고 해서 시민들과 대화하는 자리인 줄 알고 왔다"며 "그런데 미리 발언자가 정해진 당원들과의 자리라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 나서지는 않은 한 참석자도 "나오라는 전화 받고 나오긴 했지만, 이런 자리를 바쁜 사람 동원해서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회초리를 맞겠다는 사람들의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주당이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하고 있다', '당내 소통이 되지 못했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과 질책이 이어졌다.

이러한 발언을 들은 문희상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해 주셨다, 오늘 구성한 대선평가위원회에서 좀 더 과학적인 냉혹하고 혹독한 대선평가를 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 책임지게 할 것"이라며 "사즉생의 각오로 혁신할 테니 한 번 더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비상대책위원들은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사죄와 참회의 삼배'로 참배했으며, 간담회를 마친 후에는 충남 공주시 한천리 마을회관으로 이동해 주민들과 만나는 '민생현장 방문'을 이어갔다.


#민주통합당#회초리민심투어#쓴소리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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