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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는 모든 사내하청을 인사발령 하라!" 철탑농성 84일째인 1월 8일. 최병승,천의봉 두 비정규직 노동자는 6번째 편지를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공개했습니다.
"정몽구는 모든 사내하청을 인사발령 하라!"철탑농성 84일째인 1월 8일. 최병승,천의봉 두 비정규직 노동자는 6번째 편지를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공개했습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2013년 1월 8일로 84일째를 맞은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철탑농성. 최병승,천의봉 두 노동자는 조합원들에게 전하는 '철탑에서 보내는 여섯번째 편지'를 노조 게시판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 명의로 된 이번 편지는 '정몽구는 모든 사내하청을 인사발령 하라!'는 제목으로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7일 사내전산망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최병승씨에 대해서만 인사명령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사내 전산망은 정규직만 볼수있고 비정규직은 접근조차 못합니다.

정규직 활동가 중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나서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아마 그분들 중 누군가가 그 정보를 최병승씨에게 전달한 것 같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두 철탑농성자는 자신들의 입장을 편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두 농성자의 편지는 먼저 '조합원 동지들과 정규직 명찰 달고 출근하겠습니다'로 시작했습니다. 이는 최병승씨가 대법판결 승소자이기는 하지만 노조를 통한 소송인만큼 "모든 노조원에게 자신과 같은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노동자는 편지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해도, 대법원이 두 차례나 정규직이라 판결해도 모두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사측은 '6300048'이라는 사번이 찍힌 인사명령을 사내통신망에 띄웠습니다. 작년까지도「함께가는 길」에 서류제출을 먼저 하라고 주장하던 현대차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것도 제가 인사명령을 요구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발령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노동부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입을 닫더니, 이제 와서 저에 대해서만 인사명령 하겠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이어 두 노동자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싸운 거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다닌 작업장에서 일하고 싶지만 자신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려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8년간 불법파견 없는 공장을 위해 힘들게 싸워 온 게 아니라면서 "함께 고생해온 동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2003년 동지들과 함께 노조를 결성하고, 2004년 불법파견 노동부 판정을 받아냈습니다. 수많은 동지들이 해고, 정직,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를 당했고, 피 흘리며 투쟁했습니다. 류기혁 열사가 죽고 황인화 동지가 분신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 혼자 살겠다고 의봉이를 두고 철탑에서 내려가 비굴하게 인사명령을 받겠습니까? 비정규직조합원 동지들 옆에서 무슨 낯짝으로 혼자 컨베이어를 타겠습니까?"

최병승씨는 지난 9년간 해고생활과 수배,구속을 겪으면서도 견디고 버티며 여기까지 온 것은 자기자신만을 위함이 아니라 함께 불법파견 된 모든 노동자와 권리를 보장 받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9년간 해고 생활. 대법판결 나고 지금까지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던 동지들을 남겨둘 수 없습니다. 사측은 여태까지 하청으로 잘 부려먹다가 지금와서 가방끈 짧아 안 되고, 나이 많아 안 되고, 산재 했다 안 되고... 이들 모두가 십 년 넘게 똑같이 자동차 만들다가 나이 먹고 산재 당하기도 한 동료들입니다. 대법판결을 개인문제로 덮으려는 현대차, 업체경력 포기하라는 현대차, 동료를 배신하고 혼자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으면 또 해고시키겠다는 현대차를 결단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힘이 없지만 동지들과 함께라면 폭풍우가 몰아쳐도 끄떡없습니다."

저도 2000년 7월에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였던 신화기업을 통해 수동변속기를 생산하는 공정에 투입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5월경 현대차에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겨나고 12월 경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이 나면서 공장마다 비정규직 노조 깃발이 생겨났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최병승씨의 노조활동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합리적이고 신중한 편인 거 같았습니다. 노동자는 논리가 아니라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어 충돌도 있었습니다. 저는 좀 단순무식한 편이었고 그는 여러가지 사안과 현실을 감안한 투쟁방향을 설정한 거 같습니다. 그는 1공장에서 조합원들이 많이 따르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공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최병승씨와 자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최병승씨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신만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버리고 다함께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현대차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대법판결에 따라 제조업 불법파견 사업장입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소송결과도 같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판결을 따라야함에도, 철탑농성하기 전까진 대법판결 당사자인 저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 여론에 밀리고 조합원 동지들의 파업투쟁에 된서리를 맞고서야 "최병승만 인정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최병승씨는 같이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권리를 누리자며 현대차에서 사내 전산망을 통해 발표한 '인사명령'을 거부했습니다. 개인의 호의호식보다 험난할지 모르지만 고용불안 속에서 인간차별 당하며 살아야 하는 더 많을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는 의리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저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진정한 '전태일 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최병승씨는 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약속했습니다.

"법위에 군림하는 현대차를 가만 놔둔다면 앞으로 어떤 소송결과가 나와도 또다시 해당조합원들은 철탑에 올라야하고, 그위에서 80일을 넘겨야할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지회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일괄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불법파견 은폐,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현대차는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저 하나 인사명령 낸다고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의하는 최종합의가 나올 때까지 철탑을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동지들이 올려주는 밥 먹으며, 천의봉 사무장과 즐겁고 강건하게 투쟁하겠습니다. 꼭 이겨서 10년을 함께 투쟁한 동지들과 단순조립공으로 일하겠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가 정말이지 세계적인 대기업답게 인정할 건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밤도 영하의 날씨속에서 철탑의 두 비정규직 노동자는 칼잠을 잘 것입니다. 한전에서 신청하고 울산법원이 판결한 가처분 결과로 매일 3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철탑호텔 생활을 하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루 빨리 내려와 정규직 명찰 달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 지난 1월 5일 오후 4시경 희망버스 행사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는 두 노동자.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지난 1월 5일 오후 4시경 희망버스 행사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는 두 노동자. ⓒ 변창기



#현대자동차#불법파견#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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