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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7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박근혜 당선인이 7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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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예산안 늦장 처리를 바로 잡기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의 상설화다. 박근혜 당선인은 7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하나하나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며 "지난해 국회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컸고 여러 가지 비판이 나왔다, 국회와 정부는 힘을 합쳐서 예결위 상설화 등을 통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2013년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국회를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쪽지 예산', '밀실·졸속 심사'로 인해 실세 의원들 지역구에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면서, 국회 예산 처리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예결위원들이 예산안 통과 직후 외유를 떠나면서 비판은 극에 달했다.

예결위 상설화는 박근혜 당선인이 2004년 17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일 때 주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 됐지만, 예결위 상설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당이 되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야당의 발목잡기 우려가 나온 탓이다. '박근혜 시대'에서도 예결위 상설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안 늦장 처리는 헌법 위반... 예결위 상설화 다시 수면 위로

예결위는 형식상으로는 이미 상설화가 이뤄졌다. 예결위는 2000년 16대 국회부터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기능을 전문화하기 위해 연중 운영되는 상설특별위원회로 전환됐다. 예결위원들의 임기가 1년으로 보장됐다. 그 전까지는 예결위는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예결위는 일반 상임위원회가 아니기 때문에, 예결위원들은 정부의 예산안 제출 전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다. 헌법 54조 2항에 따라 정부가 새 회계연도 시작 90일 전(10월 3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새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60일간의 심사기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 9월 28일 201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결위는 같은 해 10월 30일 '201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여야는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제출한 342조5000억 원의 예산안을 3주 만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은 졸속 심사를 예고했다.

더구나 11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 문제로 대립함에 따라, 예결위는 파행을 겪었고 졸속 심사는 곧 현실화됐다. 계수조정소위원회는 당초 예산안 처리 목표 다음날인 11월 23일 구성됐다. 각 상임위에서는 날치기 처리가 이어졌다. 2003년 이후 10년째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을 넘겨 처리하는 불명예 기록을 예약했다.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는 63일 뒤인 12월 31일에야 마무리됐다. 오후 10시 30분께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자정 내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여야 간의 억지 봉합이 이뤄졌다. 그마저도 여야는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여야는 1일 오전 6시께 새해 예안산을 통과시켰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부글부글 끓었다.

박근혜 당선인, '예결위 상설화' 공약 지킬 수 있을까?

342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이 진통끝에 1일 새벽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석 인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342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이 진통끝에 1일 새벽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석 인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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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상설화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6일 정치쇄신신안을 발표하면서 "예결위를 상설화해서,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예결위 상설화를 주장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17대 국회 개원을 앞둔 그해 5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과 맺은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 대표 협약'에서 국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예결위 상설화를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2004년 6월 7일 당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그동안 예·결산 졸속 심의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며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게 국회가 감시할 수 있도록 예결위를 상임위화 해야 한다, 이는 국회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는 입장이 바뀌어 과반 의석의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예결위 상설화를 반대했다. 남경필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소장파는 2004년 야당 시절 주장했던 예결위 상설화 도입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거부했다.

당시 박희태 대표는 "정부의 예산안 제출 전에는 사실상 휴업특위가 됐다,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있으면 상임위화 하지 않아도 상설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하면 헌법위반적"이라며 "지금 이미 예결특위가 상설특위로 돼 있다, 그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예결위는 상설화되지 못했다.

2013년 새해예산안 졸속 늦장 처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예결위 상설화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결위 상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예산안 처리 방안의 개선을 얘기하고 있지만, 예결위 상설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날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아주 정성 들여서 지켜서, (정부의) 그 말은 믿을 수 있다고 할 때 굉장한 신뢰가 쌓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예결위 상설화 공약을 지킬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은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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