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
 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
ⓒ 토비아스 휘비네트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 인구는 1년에 약 1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를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31.2명으로 세계 1위가 된다. 하지만, 해외입양인의 자살인구 비율은 이 비율을 훨씬 뛰어 넘는다.

스웨덴 입양인 학자 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의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진 한국인은 모두 약 9000명. 이들 중 지금까지 약 110명이 자살이나 사고사로 목숨을 잃었다.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인을 10만 명으로 상정해놓고 자살인구 비율을 따져보면 1221명에 다다른다.

단순히 계산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자살 인구의 약 40배 달하는 비율로 스웨덴 입양인들이 자살과 사고사로 생명을 잃는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20세 전후라는 점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스웨덴 한국계 입양인 사망자 중 59.1%가 자살

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의 자료. 이들 사망자의 사망 당시 나이대가 10~20대인 점이 눈에 띈다.
 토비아스 휘비네트 박사의 자료. 이들 사망자의 사망 당시 나이대가 10~20대인 점이 눈에 띈다.
ⓒ 토비아스 휘비네트

관련사진보기


나는 스웨덴 한국계 입양인 자살 인구만을 적시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2004년 스웨덴 정부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입양인의 자살율이 스웨덴 일반인보다 3.7배, 자살시도 2.7배, 정신과치료 2.7배, 알콜중독 2.1배, 약물 중독 3.2배, 교도소 수감율은 1.5배 높게 나와 있다. 또 스웨덴 일간지 <다겐즈 니에터>(Dagens Nyheter)는 1999년까지 스웨덴 한국계 입양인 사망자 총 44명 중 59.1%가 자살했고, 이는 일반 스웨덴인의 자살율 26.8%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거주 입양인 4만 명 중 한국계 입양인은 약 8500명(현재 약 9000명)으로 스웨덴 입양인 중 1위를 차지한다. 또 스웨덴에 거주하는 아시안계 입양인 중 약 70%가 한국계 입양인이고, 이들 역시 일반 스웨덴인보다 2.2배 이상의 사회부적응 문제를 보이고 있다. 1.9배 이상은 정신건강 문제를 보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 남성 입양인들은 미혼이고 여성 입양인들은 미혼이거나 이혼녀다. 이들 중 다수는 성탄절이나 새해에 자살을 하거나 사고사로 생명을 잃는다.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친가족이 없거나 입양부모와 관계가 안 좋은 해외 입양인들이 연말연시에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거나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느 해외입양인은 자기 입양 부모를 말할 때 '입양 부모'라는 표현을 안쓴다. 그냥 '입양한 이들'이라고 부른다.

한편, 지난 1일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금지법이 러시아에서 발효됐다. '디마 야코블레프 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미국에 입양됐다가 미국 양부의 부주의로 2008년 한여름 차 안에서 질식해서 숨진 러시아 입양아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지난 10년간 19명의 러시아 아동이 미국 입양부모의 손에 사망한 게 러시아에서 입양금지법이 발효된 배경이다. 이 디마 야코블레프 법 발효로 한해 평균 1000여 건에 달하는 미국으로의 러시아 입양이 취소됐다. 러시아는 미국에서 러시아 입양아가 양부모의 실수로 사망해도 미국으로의 해외 입양을 중단시켰다.

맞아 죽는 해외입양아들

그런데 그동안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진 것만 따져봐도 13명의 한국 입양아가 미국 입양부모나 입양 형제에 의해 살해됐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해외 입양을 보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미국에 입양 보내졌지만 이국에서 양부모에게 살해돼 싸늘한 시신이 된 몇몇 한국 입양아 사건들을 살펴보자. 이 사건들은 아이를 해외에 팔아서 돈을 버는 한국 어른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건1] 1957년 6월 5일 22달 된 한국입양아가 오레건주에서 양모에게 머리를 맞고 살해됐다. 그 양모인 호워드(Howard B. Ott)씨는 2급 살인으로 기소됐다. 그래도 어떤 연유인지 그로부터 1년 후인 1958년 입양아를 살해한 이 미국 양모는 한국 아이를 2명 더 입양할 수 있었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2] 1972년 9월 15일, 뉴욕에 사는 2살 된 한국 입양아가 식사 중 음식을 뱉었다. 화가 난 입양모 마리(Marie Firth)씨는 2살 된 입양아를 들어 던져버렸고 아이는 즉사했다. 입양모는 법정에서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3] 1976년 9월 2일, 13개월 된 한국 입양아가 일리노이주에 사는 입양모 빅토리아(Victoria Neal)씨의 폭력으로 뇌에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그래도 입양모는 3년 후인 1979년 한국 아이를 또 입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입양아 역시 입양모의 구타로 두뇌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입양모는 더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할 수는 없었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4] 1978년 11월 18일, 한 한국입양아가 존스타운에서 914명의 미국인들과 함께 학살됐다. 이 입양아 양부는 피플스 템블이라는 종교 집단의 지도자 짐 존스였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5] 1991년 2월 14일, 15세의 한국입양아는 같이 한국에서 입양 온 입양 동생의 칼에 찔려 펜실베니아 주에서 사망했다. 이 입양 동생은 입양 형을 죽이기 전 입양 부모도 살해했고 집에 놀러 온 친척을 강간했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6] 1992년 4월 26일, 시에틀에서 2살 된 한국입양아가 입양모 노린(Noreen Marie Erlandson)씨에게 맞아 죽었다. 부검 결과 죽은 아이는 타박상·두뇌손상·내장파열·목을 물린 자국·팔에 화상 등 온 몸에 전부 65군데 부상을 입었다. 입양모는 14년 징역형을 받았다(사건 관련 자료1, 2)

[사건7] 1994년 9월 27일, 14세와 15세와 한국 입양 소녀들은 입양부 제임스(James Cooke)씨의 총에 맞아 미네소타주에서 사망했다. 이 소녀들은 죽기 전 양부에게 강간당했고 그 피해상황을 신고하려다가 사망했다. 입양 딸 둘을 살해한 양부는 총으로 자살했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8] 2007년 9월 4일, 인디애나 주의 13개월 된 한국 입양아는 화가 난 입양모에게 맞아 죽었다. 그 후 입양모는 6년 징역형을 받았다(사건 관련 자료).

[사건9] 2008년 3월 23일, 아이오와주에서 10살·9살·5살·3살 된 입양아들이 양부 스티븐(Steven Sueppel)씨가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아 죽었다. 그 후 양부는 자살했다(사건 관련 자료).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

지금까지 살펴본 13명의 입양아의 억울한 죽음은 빙산의 일부다. 우리는 언제까지 인도주의의 껍질을 쓰고 이런 국가적 치욕과 아이들에 대한 죽음의 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아이를 팔아서 돈을 버는 한국의 어른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일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그들을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최근 1950~1970년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됐던 강제 입양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19일 호주 길라드 총리는 3월 21일 연방하원에 출석해 1950~1970년대에 광범위하게 자행됐던 호주 정부의 강제 입양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호주에서는 정부 주도로 미혼모나 어린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 25만여 명을 다른 가정이나 종교단체 등에 강제로 입양보내는 반(反)인권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호주 연방상원은 특별위원회를 구성, 약 18개월에 걸친 조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2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당시의 '야만적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그동안 호주 상원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미 태즈메이니아·퀸즐랜드·빅토리아 주정부가 1950~1970년대 강제입양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며, 결국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길라드 총리까지 사과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입양, 특히 해외입양, 정확하게는 인종간 입양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확신한다. 한 번은 10개월간 한 몸으로 함께 지내며 누구보다 친밀하게 교감한 아이를 친모의 품에서 강제로 분리시키는 죽음이다. 그리고 또 두 번째 죽음은 그 아이를 자기와는 생긴 모습이 너무 다른 인종에게 강제로 접붙이면서 일어나는 죽음이다. 유럽에서는 인권 후진국 소리를 듣는 러시아도 중단한 해외입양. 우리는 왜 중단할 수 없나? 부끄러운 우리 정부에게 준엄하게 묻는다.


태그:#입양, #토비아스, #자살, #살인, #김성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