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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국민 행복시대를 열까요?
▲ 현대차 울산공장 담벼락에 붙어있는 현수막 정말로 국민 행복시대를 열까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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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0시 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철탑농성장으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2000년 7월 초부터 2010년 3월 중순까지 10여 년 다니다가 하청업체 다닌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당한 게 억울했습니다. 그해 7월 22일 저와 함께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했고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투쟁을 했었던 최병승씨가 대법원에서 승소판결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억울함을 풀 수 있겠다는 한가닥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2010년 새해부터 공정 합리화 공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2월 들어 그것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 사이 당시 현자노조와 대의원들은 정규직의 고용문제만을 협의했습니다. 대의원도, 현자노조도, 하청노동자였던 수십 명의 우리 비정규직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돼 있지 않았고, 그래서 협의체가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업체서 내 민 부당해고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항도 항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만의 고용문제를 합의한 뒤 협의 자체를 마무리했고, 공사는 진행됐습니다. 정규직은 '1년간 유급휴직에 1년 뒤 다시 원직에 복직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는 소식만 들렸습니다.

2010년 7월 22일 최병승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에 대한 대법원의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그러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현대차도 대법원의 판결 존중한다며 법원에서 판결문이 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병승 조합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현대차를 불법파견 사용한 기업이라고 했으니까 대법원의 판결이 사내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에게 해당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담당 변호사도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후 더 높이 쌓아올렸습니다.
▲ 현대차 울산공장 담벼락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후 더 높이 쌓아올렸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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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현대차는 버티기로 일관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기는커녕 불법파견 이행하라는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손배가압류에 고소·고발을 남용했습니다. 하다못해 경비들이 사내에서 노조활동하던 비정규직 노조간부를 집단폭행하면서 동부경찰서에 현행범으로 넘기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현대차 경비가 승합차에 태워 가면서 얼마나 두들겨 팼는지 오히려 경찰들이 병원 응급실로 대려가 치료받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비정규직 노조간부는 그냥 풀려났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몇 개월 전에는 현장활동을 위해 공장안을 돌아 다니던 비정규직 노조대표를 공장 안에서 미행하던 경찰과 경비들이 납치해 구속시키려던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현대차 공장안까지 들어가 경비의 지원을 받아 이동경로를 미리 파악했고 그 길목에 있다가 바로 연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다음날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구속적부심이 이어 열렸습니다. 판사는 구속처분 대신에 증거인멸이나 도주 가능성이 없다며 구속취소처분을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현대차와 경찰·검찰이 얼마나 합동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현장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박현제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이 경찰에 강제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6시 울산동부경찰서로 항의농성을 갔습니다. 경찰은 마지못해 밤 늦은 시각이 돼서야 집단 면회를 시켜줬습니다. 그때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은 "할 일도 많은데 잡혀버렸다"며 감정이 복받혔는지 잠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경찰과 검찰에 대해 치가 다 떨려옵니다.

담벼락에 작게 보이는 현수막이 보이나요?
▲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본관 옆 담벼락 담벼락에 작게 보이는 현수막이 보이나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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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고요? 누가 그랬던가요? 제가 경험한 경찰과 검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었습니다. 12년간이나 현대차로부터 불법파견 돼 차별받아온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그들도 노동탄압에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우리 핍박받는 노동자는 공권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검찰을 노동자 사이에선 '떡검찰'로 경찰을 '견찰'로 많이 불려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2년도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지켜보면서 현대차를 적극 지원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어떤 노동자는 "경찰이 현대차 하청업체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문 철탑에는 두사람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라가 있습니다. 1월 7일로 83일째가 됩니다. 경찰은 하루도 빠짐없이 24시간 차량 세 대를 대기시켜놓고 전투 경찰을 배치해서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겪고 있는 저로서는 현수막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철탑에 가려면 남목에서 버스를 타고 양정 현대차 공장을 지나갑니다. 정문을 지나가는데 낯익은 현수막이 하나 눈에 띱니다.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의 현수막이었습니다. 울산 전역에도 동네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이어서 무심코 지나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현수막이 붙어 있는 곳이 다름 아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 제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현대차 본관이 있는 큰 길 담벼락에 붙어있는 그 현수막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로 뒤에는 현대차 본관이 서 있었습니다. 많고 많은 장소를 놔두고 그곳에 현수막이 붙어있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먼저 풀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1월 3일 오후 2시경 붙인 가처분 결정문 고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먼저 풀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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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우리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근혜 당선자는 현대차가 불법파견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알까? 박근혜 당선자는 현대차 정몽구 대표에게 불법파견 그만 저지르고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 시키세요라고 말할수 있을까? 가처분 때문에 손배가압류 때문에 노동자가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박근혜 당선자는 노동 3권이 있는지나 알고 있을까? 노동 3권이 뭔지나 이해할까?'

박근혜 당선자의 당선 사례 현수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당선자의 현수막을 봤습니다. 그 현수막이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기간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행보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차 본관에 있는 근무자만 국민에 속하고 그 국민을 위해 행복한 시대를 열겠습니다. 그 아래 말단 생산직이나 비정규직·하청근로자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은 아닙니다. 저는 부자와 권력자에 대해서만 국민이라 여깁니다. 나머지 국민에 대해서는 국민행복시대가 아니라 '국민항복시대'를 열겠습니다."

제18대 대통령에 박근혜 당선자가 탄생하고 웃는 자와 우는 자가 생겼습니다. 현대차 본관에 있는 근무자와 현대차 정몽구 대표는 웃고 생산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하청노동자·촉탁직 노동자는 모두 우는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전국에 있는 노동자와 농민·서민은 한숨의 나날로 5년을 더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탄생한지 일주일 만에 5명의 노동자와 청년이 스스로 생명을 버렸으니까요.

무거운 마음으로 철탑농성장으로 다시 갔습니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판결 이행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터무니 없습니까?
▲ 현대차 불법파견 12년 대법판결 이행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터무니 없습니까?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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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불법파견,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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