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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투신해 사망한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아무개씨가 마지막 남긴 글. '동지들에게' 라고 쓴 이 글에서 그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토로하고 있다
22일 투신해 사망한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아무개씨가 마지막 남긴 글. '동지들에게' 라고 쓴 이 글에서 그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토로하고 있다 ⓒ 박석철

"무기력한 일상은 심각한 감정의 동요를 가져왔다. 확신이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쯤 자신이 사는 울산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해 사망한 이아무개씨가 마지막 남긴 글이 발견됐다.

22일 오후 이씨가 투신해 사망한 후 경찰은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의 입회하에 이씨의 자택에서 그가 남긴 글을 발견했다.

자필로 쓴 이 글에서 그는 "헌신적인 활동가로 벗들과 동질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해방되고 싶지만 현실과는 너무 많은 거리가 있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동지들이 가는 길에 희망만이 가득하길 바란다. 죄송하다는 말 다시 한번 전한다"고 적었다.

이씨는 투신 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의 자결을 접하며 괴로워 했고, 특히 21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부분파업 때 용역경비에 폭행 당해 눈 주위에 피가 맺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상당한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본 후 동료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이씨가 괴로워하자 동료 해고노동자는 투신 당일인 22일 오전 이씨를 데리고 인근 병원으로 가서 상담을 받았고, 병원측은 "(박일수 열사 분신과 이어진 자신의 크레인 농성때의 폭행 등의) 지난 2004년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어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입원실이 없어 월요일(24일) 입원키로 하고 약을 받아왔으나 그는 오후 5시 30분쯤 몸을 던졌다.

한편 지역노동계는 이씨의 장례를 노동자장 5일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지를 열사들의 묘역인 양산 솔밭산으로 할 것을 가족들과 협의했다. 그가 안치된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금속노조의 연락을 받고 온 가족들이 있으며 이씨는 아직 미혼이다.

19층에서 투신 사망한 이씨는 누구?

이씨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근무하면서 지난 2003년 노동조합을 만든 발기인으로 참여해 초대 노조 조직부장을 역임했으나 곧바로 해고됐다. 이어 2004년 2월 14일 동료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씨는 2004년 2월 17일 오전 6시께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해고노동자 두 명과 함께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1도크 앞에 있는 크레인을 점거해 30m 높이의 운전석에서 5시간 동안 농성을 벌이다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끌려내려왔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당시 그는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이후 해고노동자 신분으로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하청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지역의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애정을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그는 투신일인 22일 오전 동료들에게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파업하면서 두들겨 맞는 것은 우리가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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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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