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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대부분이 서울대생과 고시생들인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대부분이 서울대생과 고시생들인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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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지지자들을 얼마 만큼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서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다. 지지자의 투표율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3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막판 판세가 대혼전 양상을 보임에 따라 투표율도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신이 던지는 한 표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져 투표장에 나올 동기도 커졌다는 것이다.

투표율 상승 폭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양 측의 최대 관심사다. 특히 세대별 지지율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어느 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양측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투표율 70% 넘으면 문 역전?... 걸림돌 있다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문 후보 측에서는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던 2002년 대선 투표율 70.8% 이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투표율이 70%만 넘으면 막판 역전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대별 투표율 상승 여력은 원래 투표율이 높았던 50대 이상 세대보다 20~30대가 상대적으로 큰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투표율이 올라가면 20~30대 지지율이 높은 문 후보가 얻는 표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4·11 총선 결과를 보면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 진영이 얻는 표는 981만여 표였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 진영이 얻은 표는 997만여 표였다. 진보 진영이 16만여 표 더 많았다. 4·11 총선의 투표율은 54.2%였고, 세대별로 보면 19세 투표율이 47.2%, 20대가 41.5%, 30대 45.5%. 40대 52.6%, 50대 62.4%, 60대 이상 68.6%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으로 대선 투표율이 70%를 돌파한다면 문 후보에게 역전 가능성이 생긴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2002년 12월 20일 김원웅 개혁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돼지저금통으로 만들어준 화환을 걸어주며 축하하고 있다.
 2002년 12월 20일 김원웅 개혁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돼지저금통으로 만들어준 화환을 걸어주며 축하하고 있다.
ⓒ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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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6.6%, 30대 투표율은 67.4%, 40대는 76.3%였다. 반면 50대는 83.7%, 60대 이상은 78.7%였다.

하지만 투표율이 70%를 넘는다 해도 문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세대별 인구 구성 변화와 문 후보 측의 50대 이상 세대 전략(공략)의 실패다.

18대 대선 유권자는 4046만여 명으로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보다 281만 명이 늘었다. 50대 이상은 355만 명 늘어난 반면 20~30대는 116만 명 줄었다. 50대 이상에서 문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박 후보에게 유리한 세대 구조다.

지난 12일 실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에서 두 후보의 단순 지지도를  2002년 대선 당시의 연령대별 투표율에 적용해 보니 박 후보가 46.3%로 문 후보(44.0%)를 2.3%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 조사에서 단순 지지율은 문 후보가 45.3%로 박 후보(44.9%)보다 0.4%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유권자 비중과 이들의 높은 투표율이 변수로 들어가자 지지율에 변동이 생겼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2002년 대선에 비교하면 전체 유권자에서 50대 이상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서 40%로 늘었다"며 "투표율이 높은 이들 세대의 비중 증가로 자연스럽게 투표율은 67~68%까지 상승하게 될 텐데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가 얼마나 더 투표율을 끌어올리느냐가 문 후보로서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50대 전략 실패... 절대 열세 만회 가능할까

문 후보가 2002년 대선 때보다 50대 이상 세대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 후보는 정년 연장, 반값 등록금 등 민생 정책으로 50대 잡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재 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에서는 30% 초반 대, 60대에서는 20% 후반 대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12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50대에서 39.4%, 60세 이상에서는 19.9% 지지율에 불과했다. 같은 날 실시된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문 후보는 50대 초반 29.8%, 50대 후반 28.5%였고 60대 이상에서는 25.3%에 머물렀다.

50대는 10년 전 2002년 대선에서 40대로 당시 이회창-노무현 후보에게 각각 47.9%와 48.1%의 지지를 보내면서 무승부를 이뤘던 세대였다는 점에서 문 후보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2002년 노무현 후보는 50대에서 40.1%, 60대 이상에서도 34.9%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20~30대의 압도적 지지에 50대 이상 세대에서 표차를 최소화한 덕이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20~30대에 의존해 몰표를 받아도 10년 전에 비해 늘어난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절대적 규모와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문 후보가 50대에서 30%, 60대에서 20%대 지지율에 머물러서는 승리를 자신하기는 어렵다"며 "노무현 후보도 당시 선거인단 과반에 달하는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정 부소장은 "2012년에도 대략 투표율이 70% 전후가 넘으면 야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세대별 지지율이 바뀌지 않으면  투표율 상승만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문 후보가 진다면 투표율보다는 50대 전략의 실패가 결정적 패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50대 이상 세대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최소 72%는 돼야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표율 72% 넘어야 문재인 역전 가능"... 40대 지지율이 키포인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가수 이은미씨와 손잡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가수 이은미씨와 손잡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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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과거 대선 결과를 보면 보수가 똘똘 뭉쳤을 때 새누리당은 1400만 표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투표율이 70%일 경우 2800여만 명이 투표를 하는 셈인데 1400만 표를 얻으면 박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표율 72%면 2900만 명이 투표하는 것이고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1450만 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며 "세대별 인구 분포 변화 등을 고려하면 문 후보로서는 투표율이 72%는 돼야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20~30대 유권자가 줄어들고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크게 늘어난 선거 구도에서는 2002년 대선 투표율 70.8%로는 문 후보가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르려면 투표율이 최소 72%는 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율과 더불어 문 후보가 승부를 걸어야할 세대는 40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대선 결과와 다르게 문 후보는 현재 40대에서 박 후보에 앞서고 있다. 문 후보가 안철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팽팽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40대가 버팀목이 되어준 덕이었다.  

12일 한겨레-KSOI 조사에서 문 후보는 40대 초반에서 48.6%로 박 후보(38.3%)를 10%포인트 앞섰고, 40대 후반에서는 49.6%를 얻어 박 후보(38.8%)를 10.8%포인트 앞섰다. 같은 날 한국일보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0대에서 48.1%로 박 후보(44.1%)를 앞섰다. 물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등 혼전양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윤희웅 실장은 "문 후보로서는 특히 40대의 투표율이 중요하다"며 "여기서 박 후보와의 격차를 두자리 수 이상으로 벌려야 50대 이상 세대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말춤 공약, 투표율에 정말 영향 있을까

문 후보는 대선 투표일을 앞두고 '77% 투표율' 독려 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투표율 77%를 넘기면 명동에서 말춤을 추겠다"고 약속도 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치적 이벤트만으로는 투표율 상승을 견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4·11 총선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총선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노래하고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하는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같은 형식의 이벤트를 내걸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4.11 총선 총 투표율은 54.2%에 그쳤고 20~30대 투표율도 50%를 넘지 못했다.

정한울 부소장은 "젊은 층을 투표에 참여시키려면 말로 투표하자고 해서는 안되고 그들의 맘에 드는 공약을 내놓고 정치적 기대감을 줘야 반응한다"며 "아이패드 커닝 사건 등 어설픈 네거티브를 하면서 '말춤을 추겠다'고 해봐야 투표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여준 전 장관의 찬조 연설처럼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방식의 캠페인을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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