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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자들이 겨울비를 맞으며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자들이 겨울비를 맞으며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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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정희 때문에 열 받아서 무릎에 멍이 다 들었어."
"열 받는데 무릎에 멍은 왜들었어?"
"아니 대통령후보들 TV토론하는데 박근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잖아. 그래서 확 일어나다가 그만 탁자에 부딪혔어."
"난 시원하던데. 뭐가 그렇게 열받아. 그러려니 하지."
"그러려니 하려고 해도 그게 안되잖아."

"자기 박근혜 찍을거야?"
"응 난 박근혜가 좋아."
"왜 좋은데?"
"왜가 어딨어. 그냥 맹목적으로 좋아."
"그렇게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안되지. 우리나라 앞날이 달리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뽑아야지."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남편 말이 생각났다. TV토론 때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격한 말을 할 때 "아무리 속이 상해도 저러면 오히려 박근혜가 보수들 표를 더  얻을 수도 있을 텐데"라고 말했었다.

이번 대선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보면 유난히도 말이 많은 것 같다. 후보들의 유세도 그렇고 투표를 해야하는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일 대선후보자 2차 TV토론이 끝난 다음 날 수영장에서 만난 친구들도 양쪽으로 갈려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함께 수영장을 다니고 있는 40대에서 60대 후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정희 때문에 열받았다는 친구S(50대후반)가 이정희와 문재인에게 우호적인 K(50대 초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자기는 이정희가 말한 게 왜 속이 시원해?"
"뭐긴 말을 아주 조리있게 잘하고, 실전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모든 것에 박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막힘 없이 시원하게 잘 하잖아."
"자기는 문재인은 뭐가 좋은데?"
"홀아비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서민들의 마음을 잘 알아줄 것 같아서. 솔직히 박근혜는 서민들의 생활을 과연 얼마나 알까? 어렸을 적부터 청와대에서 지내고 고생이란 것을 모르는 것 같던데."

"맞아 맞아" "맞긴 뭐가 맞아?"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나름대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둘로 나누어 지는듯 하더니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깬 건 M(60대 중반)이었다.

"대통령이 누구 뽑히든지 무슨 상관이야 왜 얼굴들을 붉히고 그래. 그러게 친한 사이일 수록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맞다. 그러다 정말 싸우겠다. 후보가 자기들 친척이라도 돼?  왜들 그래. 자기 소신껏 찍으면 되지. 우리 딸이 묻더라. 엄마,아빠는 누구 찍을 거냐고. 남편은 이정희, 나는 박근혜, 딸은 문재인으로 갈라졌어. 그래서 내가 남편한테 이정희 찍으려면 투표하지 말라고 했어."

이런 저런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70세를 바라보는 왕언니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 언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난 문재인 찍을 거야. 사람이 거짓말을 안하고 진실되잖아. 이번에는 꼭 그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대답이 나오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그 언니 한마디 덧붙인다.

"아이고 저서람들은  이런 생활을 5년 더 연장하고 싶은가 보네. 생각 잘해야지. 그냥 좋다고 해서 찍을 것이 아니지. 우리 아들 친구들 중에 경상도가 고향인 친구가 몇명 있는데.고향에 살 때에는 잘 몰라서 박근혜를 좋아했는데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해보니깐 그게 아니더래. 그래서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부모들한테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싸움만 하고 온다고 하더라고."
"언니 언니 또래에는 대부분은 여당을 좋아하지 않나요?"
"음 난 안그래. 찜질방에서 내 또래 노인들하고 이야기하면 속이 터져."

옆에 있던 40대 L도 한마디 거들었다.

"박근혜 그 한사람은 괜찮아. 그런데 측근들이 너무 싫어."

정말 다양했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 가운데 과연 이번 대통령은 누가 될지 갈수록 오리무중이었다.

13일 시장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후반의 이웃들을 만났다. 그들도 대통령선거의 관심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2층 아줌마는 누굴 뽑을 거예요?"
"그러는 그대들은 누구 뽑을 거야?"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속으로는 다 정해놓고 괜히 그러는 거 아냐?"
"아니예요.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려고요."
"일장일단이란 것이 뭐지?"
"박근혜는 기반이 튼튼하고 문재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뭐 그런것 같고 판단하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망설이고 있어요. 아직 며칠 더 남았으니까요."

시장에 갔는데 거기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단골 생선가게에서 들렸다.

"아줌마 오징어는 어떻게 해요?"
"아래에 있는 것은 4마리에 오천원, 위에 있는 것은 두마리에 4천원."
"많이 내렸내요."
"그것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긴 한데요. 그래도 얼마 전보다는 많이 내렸내요."

생선가게 주인아줌마(60대안팎)도 선거에 대해 한마디 하셨다.

"이런 서민들 물가를 정부에서 잡아주어야 하는데 대통령후보들이 다 저 잘났다고만 하지 올라가는 물가를 잡아준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장사가 안 되어도 너무 안되. 그래서 난 이번 선거는 안하려고."
"안하면 어떻게 해요. 그래도 그중에 잘 골라서 해야지요."
"그리고 국민들 세금걷어서 무엇을 해야한다는 말을 해야지 도대체 그많은 공약은 어떻게 다 지킬거여. 모두 서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으로한다는 얘기인데 . 세금 더 걷어서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사람도 하나도 없네. 자기네들 돈 가지고 할거야? 안해 안할 거여."

여러사람들 생각을 들어보았지만, 좋은 대통령을 잘 골라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국민 편에 서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알고,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국민들이 다가가기 편한 그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매번 선거 때마다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남편이 내게 물었다. 

"이번 대통령선거 때 누구 뽑을 거야?"
"응 이번에는 당신하고 똑같은 것 같은데."

모처럼 남편과 내가 생각이 일치했다. 이번에는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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