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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 이후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절차에서 아이를 매매하여 돈을 수수하는 어른 수요공급자의 입장을 반영하기보다는, 아동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아동입양이 불가피하다면, 그 과정과 절차에 이윤을 추구하는 사설입양기관의 관여보다는 공적 국가기구 관리감독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선의 아동보호는 1차적으로는 물론 친부모 품이고, 2차적으로는 아동이 태어난 모국이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뿌리로 국가 입양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지난 8월 5일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이후 버려지는 아기 숫자가 부쩍 늘었고, 불법입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종종 언론에 나온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한 비난은 사설입양기관 측에서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노컷뉴스>에 실린 '개정된 입양특례법 논란…개악일까 인권보호일까'라는 글에 의하면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특례법 시행 후 입양을 맡기러 오는 부모 숫자가 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입양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아이 수도 줄면서 입양 아이수가 지난 1~3월에 130명, 4~6월에 139명이었지만, 8월 이후로는 단 1건 뿐이라고 주장한다.

아이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야

어른들이 아이를 팔아서 돈을 벌고 월급을 가져가는 행위는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 아이의 복리를 위한다면 입양, 특히 해외 입양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설입양기관이 아니라 공적 영역인 정부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기 1명을 해외 입양 보내고 약 1천 만 원 수수료를 받으면서 마치 인도주의나 아동 복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언성을 높이는 어른들은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개정된 입양특례법 내용을 살펴보면 왜 사설 해외입양기관들이 이 법에 대하여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입양특례법의 개정과 나란히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었는데,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하면, 앞으로는 입양기관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운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이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요한다는 것이 통계 숫자로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에서는 2009년 기준 60% 이상의 아이가 입양 보내진다. 반면 입양기관이 운영하지 않는 미혼모자 시설 A는 대부분 미혼모들이 직접 양육을 결정하고 있고, 20%만이 입양을 결정하고 있다. 그럼 입양기관은 왜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요할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아이가 입양 보내져야 입양기관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숙 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외협력팀장은 "아이 1명이 국내입양되면 정부는 입양기관에 270만 원을 지원합니다. 해외 입양의 경우, 입양기관들이 양부모에게 약 1000만 원 의 수수료와 때때로 추가적인 기부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금처럼 입양기관이 미혼모자시설을 계속 운영한다면 입양기관이 미혼모의 아이로 돈을 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다.

지난 11월 기준 33개소인 미혼모자시설 중 16개소가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곳인데, 이곳들은 2015년 7월 이후부터는 더이상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입양특례법 시행과 2015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될 한부모가족지원법을 비난하는 기관들은 결국 미혼모 발생률이 현재대로 지속된다면 미혼모자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판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대안으로 나는 사설입양기관이 아니라 정부 혹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기관에서 미혼모자시설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직접운영이 어려우면 이런 사설 미혼모자시설에 대해 아이를 판매하여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인해 시설에서는 신생아 호적 등재문제와 미혼부 소재 파악문제, 공개입양에 대한 거부감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특례법에는 파양 후에 관한 내용이 없다. 그래서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을 보냈다가 파양이 되면 친부모 밑으로 호적이 돌아오는 것을 부담으로 느낀 친부모들이 입양을 꺼린다고도 한다. 음지에서의 개인적 입양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입양특례법 시행에 반대하는 기관들이 주장하는 비난의 요지다.

입양특례법 보강하면 돼

그러나 입양특례법이 아무리 불완전하다고 해서 아이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이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입양특례법은 해외입양인들이 직접 나서서 제정을 추진하였고, 취지도 좋으며 꼭 필요한 법이다. 부실한 점이 있으면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지속적으로 보강하면 된다. 

아울러 미혼모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한다. 해외입양 세계4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우리나라가 소유하고 있다. 출산율 OECD최하위 그러나 자살율 1위로 몇 십 년 후 국가존립까지 문제가 된다며 정부에서는 요란하게 떠들지만, 동시에 우리가 낳은 소중한 아이들을 끊임없이 해외로 입양 보내는 어이없는 자기모순에 우리가 직면해 있다.

미혼모의 임신율은 혼인모 수치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혼외출생률은 1.5%에 불과하다. 이것은 유럽(50%), 미국(38%), 영국(43%) 등 혼외출생률과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혼외임신의 95.7%가 낙태로 이어진다. 그래서 임신한 미혼모의 극히 일부만이 출산을 하는데 이렇게 출산한 아이들도 대부분 유기되거나 시설보호를 받거나 입양 보내진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양육 미혼모의 94.9%가 임신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다. 자녀양육과 관련해 미혼모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양육비, 교육비 등 기초생활비 부담이 63.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에 대한 임신수당, 부모보험,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의 급여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와는 달리,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 한 상태다.

오히려 미혼모아동 지원보다 입양아동 지원이 훨씬 많은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미혼모의 모성과 아동의 발달권을 제도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엄마들이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떳떳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우리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제인 정 트렌카, 해외입양인모임(TRACK) 대표는 "미국양부모들이 한국아동의 입양을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 법체계가 요구하는 아동인권, 즉 입양아동의 친부모에 대해 알 권리와 친생부모와의 교섭에 관한 권리를 지켜줘야 할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한국아동을 미국부부가 입양할 경우 이런 아동인권의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고 부끄럽게도 한국아이는 인권보호를 제대로 못 받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서 해외입양아로 선호된다. 그래서 이런 '편리성' 때문에 미국 입양부모들은 미국 내 위탁보육아동보다 14배나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한국아이를 입양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가 낳은 소중한 아이들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시장에서 물물 교환 되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더불어 해외입양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입양 활성화를 옹호하기보다는 친부모와 아이가 이별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우리 정부와 사회는 인정해 주고 적극 보호해 주어야 마땅하다.


#입양특례법#입양#김성수#제인 정 트랜카#최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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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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