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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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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관련 충청권하면 떠오르는 말은 '캐스팅 보트'다. 지금까지 주요 대선 때마다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주요 승부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잠시 13일 오후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 유세 현장으로 가보자. 이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예비후보가 공동유세를 하기 직전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른 여론조사와는 달리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순간 문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가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일인 12일 전국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충청권(세종시 포함)에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문 50.8%-박 45.4%)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 속마음 들여다본 여론조사는 어느 것?

 13일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기사 중
 13일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기사 중
ⓒ 오마이뉴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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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벌인 지난 11월 말 이후 여론조사를 결과를 주간 단위로 살펴보아도 문 후보와 안 예비후보 간 줄다리기로 피로도가 높았던 12월 첫 주를 제외하고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타사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박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맡겨 지난 7~8일 벌인 조사(1000명)에서는 충청권에서 박 후보 51.3% 대 문 후보 35.6%로 조사됐다. 지역 언론이 벌인 여론조사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청투데이>가 지난 9~10일 벌인 조사는 박 후보 55.2%, 문 후보 39.8%로 15.4%p 격차를 보였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충청권의 경우 예전의 DJP연합이나 행정수도-행정도시와 같은 충청권만의 뚜렷한 쟁점이 없는 상태다. 세종시에 사는 김아무개(41)씨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세종시 홀대에 따른 MB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지만 박 후보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세종시 원안을 지켰다는 점을 들어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국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충청권 여론변화를 되짚어보자. 충청권 대선민심은 여론조사만을 놓고 보면 파도치듯 움직여왔다. 지난 4·11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이 약간 우세했지만 통합진보당 득표를 합할 경우 민주당과 백중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8월 들어 박 후보에게 우세한 판세를 보였다. 8월 23~25일 중도일보에서 충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는 박 후보 60.9%, 문 후보  22.3%(대전충남 1200표본)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30%p 이상 앞섰다. 하지만 당시는 선거구도가 짜여지기 전이었다.

8월 박 후보 '우세' - 9월 안 후보 '우세'- 11월 박 후보 '우세'- 12월은?


 13일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지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유세현장에는 약 3000여명이 몰렸다. 14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후보가 맞불 유세를 벌인다.
 13일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예비후보가 지지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유세현장에는 약 3000여명이 몰렸다. 14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후보가 맞불 유세를 벌인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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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같은 달 19일 당시 안 예비후보의 출마선언을 계기로 여론은 다시 요동친다. 9월 25~26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충청시민모임'(이하 대생모)이 (주)윈폴에 의뢰, 조사한 결과(충청권 3000 표본) 양자대결구도에서 박 후보 43.8%, 안 후보 49.7%로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양자대결구도에서도 문 후보의 0.7%p 초박빙 우세(박 후보 43.4%, 문 후보 44.1%)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에 박 후보의 우세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이는 MB정부에 대한 심판론과 정치쇄신 및 새 정치에 대한 기대 등 정권교체 필요성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한 달여 뒤인 11월 들어 충청민심은 다시 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11월 16~17일 대생모의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 50.6%, 문 후보 38.0%로 박 후보가 12.6%p 우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와 안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7.6%, 안 후보 42.9%로 4.7%p 우세에 그쳤다.

여론조사기관인 (주)윈폴의 서정호 대표는 "이 시기에는 새누리당의 경우 선진통일당과 합당 추진 등으로 보수진영을 결집시켰으나 민주당은 안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지지부진하는 등 대조를 보였다"며 ""이 같은 흐름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뚜렷한 격차를 보인 것은 문-안 후보단일화 직후인 11월 말경이다. 11월 29일 <충청투데이>를 비롯한 7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청권 박 후보 51.1%, 문 후보 36.6%(11월 27~28일, 2000명 대상)로 14.5%p로 나타났다. 12월 3일 <대전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 50.2%, 문 후보 35.1%로 15.1%p격차를 보였다.

이 때문에 충청권에서는 박 후보의 우세를 뒤집기 어렵고, 결국 승부처는 수도권과 부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11월 26일∼12월 2일, 6100명)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8.3%, 문 후보 45.5%로 접전양상을 보이다 12월 3일∼12월 9일(1만 500명)에 박 후보 53.5%, 문후보 41.2%로 12.3%p로 벌어졌다. 이어 12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문 50.8%-박 45.4%)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쪽도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이라는 얘기다.

"박 후보 우세 뒤집기 어렵다" vs "문 후보 뚜렷한 상승흐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충북 옥천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충북 옥천에서 열린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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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 후보로 야권이 단일화 되면서 충청권에서는 안 후보를 지지하던 세력과 부동층 상당부분이 박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문 후보가 안 전 예비후보와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분명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며 "결국 막판 20~30대의 부동층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충청권 판세가 뒤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충청권 민심을 점치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욱 배재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기관마다 조사방법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른데다 특히 충청권 유권자의 경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충청 표심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은 여러 선거경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 접어들었다. 13일 문 후보와 안 예비후보의 공동유세가 열린 대전 으능정이거리에는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14일 오후에는 박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맞불유세를 벌인다.

충청권 표심은 여론조사 결과조차 서로 다르다. 소신이 뚜렷함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속내에 근접한 여론조사는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 속마음이 따로 있다는 평을 듣는 충청민들. 충청권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넣을 속내는 무엇일까.


#18대 대선#충청권#여론조사#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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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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