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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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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앞선다고 해서 박근혜가 이긴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 지금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드래요?"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 풍물시장 앞, 멀찌감치 서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지원유세를 지켜보던 김정민(65)씨의 말이다. 팔짱을 낀 채 간혹 수북이 쌓인 눈덩이를 발로 걷어차는 김씨의 표정에 노기가 서렸다. 김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자다. 안 전 후보의 '문재인 전폭 지원' 유세 모습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가 영하의 날씨에 굳이 안 전 후보의 유세장에 나온 이유도 "안철수한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는지 구경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대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막상막하"라고 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각종 언론사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고, 일부 여론조사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섰다. 그러나 김씨는 이들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는 조심스럽게 "엄기영 때문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엄기영의 악몽' 재현?... "박근혜 앞서지만, 마지막까지 변수 있다"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당시 강원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판세가 기울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이 강세를 보여온 강원에 전직 MBC 사장 출신인 엄기영 후보를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에서 내세운 최문순 후보는 MBC 간판앵커로 명성을 날렸던 엄 후보의 높은 인지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엄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선거 9일 전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엄 후보(48.5%)의 최 후보(28.5%)의 지지율 차이는 무려 20%포인트였다. 같은 날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엄 후보(45.5%)와 최 후보(33.7%)의 격차는 11.8%포인트였다. 10%포인트를 훌쩍 넘는 큰 차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물론 여야 모두 엄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최 후보는 51.1%를 얻어, 46.7% 득표에 그친 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안상수 대표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한나라당은 한동안 극심한 내홍을 겪어야 했다.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 마음을 놓았다가 낭패를 본 건 강원지사 재보선뿐만이 아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섰다. 그러나 결과는 0.6%포인트 차이로 오 후보가 간신히 이겼다.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나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도 결국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악몽은 새누리당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총선 때 방송3사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2%포인트 앞섰던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가 실제로는 이언주 민주당 후보에게 3.9%포인트 차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과거 실패 사례가 대부분 야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1년 반 전 '엄기영의 악몽'을 떠올리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각종 언론사와 자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하는 분위기다.

권영진 새누리당 기획조정단장은 지난 10일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간 단위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오늘 언론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보다 조금 더 격차를 벌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교검증을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5%p 이상 앞섰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면접원이 집전화와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게 아닌,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방식이다.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체 여론조사 분석 결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전부 앞서고 있다"며 "외부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2~7%, 또는 3~6% 정도 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항상 과거다. 선거는 미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변수가 있다"고 경계했다.

여론조사 마지막 공표, 그러나 0.9%p~6.8%p 제각각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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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인근에서 '아름다운 동행' 유세를 펼치자, 수많은 인파가 쏠려 두 후보를 폰카에 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인근에서 '아름다운 동행' 유세를 펼치자, 수많은 인파가 쏠려 두 후보를 폰카에 담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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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주요 선거 때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던 사례뿐만 아니라 조사기관마다 상이한 결과를 내놓는 것도 여론조사 신뢰성에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13일부터 대통령 선거일인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따라서 대다수 언론사들은 12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를 일제히 발표하는데, 이 결과가 대선 승부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문화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1일 전국 유권자 1천 명을 상대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박 후보 42.8%, 문 후보 41.9%로 격차가 0.9%포인트밖에 나지 않는 초박빙으로 나왔다. 같은 날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박 후보 45.4%, 문 후보 42.0%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 후보가 3.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에 의뢰,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유권자 3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8%포인트)에서는 박 후보가 48.9%, 문 후보가 42.1%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6.8%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으로 박 후보가 앞선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상이한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조사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 면담을 통한 조사, 집 전화를 통한 조사, 휴대전화를 통한 조사, 사람이 일일이 전화로 묻는 조사,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한 조사 등 방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적지 않은 편차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전문가들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선 여론조사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결과를 맞혔다고 주장한다. 지방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작은 변수가 많지만 대선은 큰 변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법도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2010년 지방선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통신 전화부에 등재된 집전화만 조사하는 방식을 벗어나 무작위 전화걸기(RDD)로 전환했다. 또한 2011년 4월 재보궐선거 조사 때부터는 휴대전화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휴대전화 표본 자체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남아 있어서 휴대전화 조사 기법도 미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표준전화번호부가 있는 집전화와 달리 휴대전화 표본은 조사기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대개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50 대 50의 비율로 섞고 있지만, 이를 어떤 비율로 배합해야 정확한 여론을 표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언론만 아니었으면 벌써 이겼을 것"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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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캠프의 박영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휴대폰으로 지지율을 조사하면 (문 후보가) 이긴다"면서 "그런데 유무선 비율이 어떻게 섞여 있냐에 따라서 (여론조사가) 왔다 갔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10만 표에서 30만 표의 (초박빙) 싸움"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편파적인) 언론만 아니었으면 벌써 (문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의 전폭 지원으로 문 후보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를 언론에서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아서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춘천 풍물시장 유세를 지켜보고 돌아선 최철현(63)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우리 친구들은 10명 중에 8명은 문재인인데, 여론조사에서는 그렇지 않게 나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이틀 전부터 그런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안 전 후보의 지원 유세 효과가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7살 딸과 4살 아들의 손을 잡고 유세를 지켜본 조은영(41)씨는 언론의 편파보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문재인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가는 것 같은데, 언론에서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현정부나 박근혜에게 유리한 쪽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알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박민주(37)씨도 "언론에서 말하는 지지율을 믿지 못하겠다"며 "'안철수 효과'가 미미하다고 하던데, 지난번 서울 코엑스에 8천여 명이 모였다고 하더라. 그런 것을 보면 바닥 민심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야권을 지지하는 분들이 (여론조사 때문에) 미리 포기하지 말고 투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젊은 친구들이 안철수의 진심을 받아들여서 투표장에 많이 나온다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론전문가들도 여론조사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철수 유세#문재인#박근혜#2012대선#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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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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