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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현대한국사회 복지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책은 현대한국사회 복지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 한국사회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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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복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선명한 복지정책이 유권자들을 사로잡는다는 걸 알게 된 각 캠프에선 보다 강력한 복지정책을 내놓는다. 12월 10일 저녁 진행될 대선후보 2차 TV토론도 경제·복지·노동·환경에 관한 것이라 관련된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실행만 된다면 국민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정책들이다.

한국사회에서 복지에 대한 논쟁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1년 서울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부터였다.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을 두고 여야가 강력하게 대치하면서 어떤 것이 한국에 맞는 복지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

이에 한국사회정책연구원장인 박순일씨의 새 저서 <복지경쟁 그 끝은 어디인가>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진행된 복지 논쟁의 재정적 문제들, 그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잘못된 믿음들에 대해 짚어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실직자 및 취업능력이 부족한 자들이 경제 불황기에도 완전고용을 유지하여 결국 경제 및 사회의 균형적 순환 발전 모형을 이루게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지금 한국의 복지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사회에서는 지난 수 년간 분열과 갈등이 있어왔다. 공익과 공익이 부딪히고 사익과 공익, 사익과 사익이 충돌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위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된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 이로 인한 생활불안의 장기화로 꼽는다. 결국 빈곤층이 증대하고 빈부격차는 확대·고착화되기 때문이다.

2011년 실업률은 3.4%. 1999년 2월 8.6%를 정점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IMF 경제위기 전 가장 낮은 비율이었던 1996년의 2.0%에 비해 무척 높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의 숫자는 늘고 경제활동 인구비율이 감소하는 등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가 취한 사회지출은 수치상 최근 10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빈곤 및 실업에 대응한 공적 부조 및 공공근로사업 등이 확대됐고, 고용보험의 실시와 확대, 지역의료보험 및 연금보험 도입, 건강보험재정의 증대 등으로 GDP 대비 사회지출 비율이 1990년 3.2%에서 2007년 8.2%까지 대폭 증가한 것. 여기에 민간사회복지지출까지 합하면 11.4%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수치는 OECD 평균인 19.8%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스웨덴의 30%에는 차마 비교조차 힘들다. 저자는 그나마 GDP 대비 공적연금의 비율이 향후 50년간 1%미만에서 7.2%로 증가, 사회지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EU 15개국의 13.3%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의 수익비가 이들 나라보다 크고 인구 고령화 및 기대수명이 급속히 증가, 재정확대 속도가 더욱 빠를 것으로 분석한다.

부족하고 또 취약한 복지문제의 산적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책.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책.
ⓒ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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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순일 원장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 혹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한국의 복지문제가 심각함을 역설한다. 우선 공공부문 고용 부족의 문제다. 외연은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 일자리로서는 그 기능이 아쉽다. 북유럽의 30% 후반은 물론 멕시코의 16%에도 못 미치는 5%에 머물고 있는 고용비율로는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또 공공의료 기능의 취약도 적지 않은 문제다. 국민들의 의료 이용도는 빠르게 증가, 일인당 내원일수는 1990년 7.91에서 2005년 15.32일로 증가했다. 그간 억제됐던 의료수요가 현실화된 것. 그럼에도 의료이용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이들이 저소득층의 25%, 일반계층의 10%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공공의료서비스 확대가 절실한 것.

하지만 한국은 1999년 의료기관 기준 공공의료기관 수가 8.8%, 병상 수 15.5%, 의사 수 9%, 진료건수가 5.5%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 중 최하의 병상 수 기준인 프랑스의 65%, 독일 49%, 미국 33%, 일본 36%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외 제가 간호· 재활 요양 서비스에서도 공공서비스의 공급은 부족하고 역할도 미흡하다.

선진국보다 빠른 고령화 및 가족구조의 변화도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는 향우 한국의 사회문제발생의 주요 근원지가 될 것으로 저자는 판단한다. 이미 2000년에 노인인구비율 7.2%로 고령화 사회에 들어갔고 2019년 14% 고령사회, 26년 20%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혼도 그렇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이혼율이 급증, 일본의 과거 50년 증가율을 앞질렀다. 고령화 및 이혼율 증가 역시 빈곤 취약계층의 비율을 급속히 증가시키는 주원인이다.

복지논쟁, 복지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문재인 후보의 공약.
 문재인 후보의 공약.
ⓒ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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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복지논쟁이 정치인 및 일부 사회지도층의 이익 다툼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 현재 우리사회를 들끓게 하는 복지에 대한 논의가 대한민국의 복지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복지제도를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식 복지는 무엇을 따라야 할까? 저자는 무조건 따라하기 식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흔히 '고성장 고복지'하면 스웨덴을 떠올리지만 스웨덴은 소수 대기업에 경쟁력이 집중된 소규모 국가이어서 직접적 비교는 무리라고 진단한다. 또 고복지라는 것도 중산층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빈곤취약계층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경제의 발전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가 발전해도 복지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즉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결국 사회발전의 장애 요인은 경제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질적 내용,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구조와 상대적 빈곤을 증대시키는 사회구조에 있다고 판단한다.

어느새 한국에서 복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복지는 어느 특정 정치인이나 세력들의 것이 아니다. 올바른 민주국가가 그 구성원과 공유해야 하는 삶의 한 형태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정치적 호불호에 따른 복지정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으로 복지에 관해 성찰해보길 원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복지경쟁 그 끝은 어디인가?>(전자책) 박순일 씀, 한국사회정책연구원 펴냄, 2012년 11월 4일



태그:#복지, #한국사회정책학회, #박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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