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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원 고료 '2012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3일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는 시(상금 500만 원)는 "고양이눈 성운"을 낸 나온동희(본명 김동희) 시인, 소설(상금 1000만 원)은 "황금 거울"(중편)을 낸 김민혁 작가가 당선했다고 밝혔다.

시 심사위원(전동균·이수명·이홍섭)들은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저승사자 놀이를 하던 대낮'과 '고양이눈 성운'이었다. 이 두 작품을 놓고 오랜 진통이 따랐다. 워낙 개성이 다른 작품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아 공동수상으로 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점은 '고양이눈 성운'에 찍혔다"고 설명했다.

'2012 진주가을문예' 공모에서 시 “고양이눈 성운”으로 당선한 나온 동희(본명 김동희) 시인.
 '2012 진주가을문예' 공모에서 시 “고양이눈 성운”으로 당선한 나온 동희(본명 김동희) 시인.
ⓒ 진주가을문예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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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작품은 '고양이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일상의 체험'이 '고양이눈 성운'-3000광년 너머에서 사라지면서 마지막 짧은 광채를 내뿜고 있는 천체-이라는 '우주적 존재·사건'으로 연결된 작품"이라며 "응모작들뿐 아니라 최근 우리 시들이 미세한 감각이나 관념, 익숙한 서정의 좁은 세계에 갇혀 있는 현상을 상기할 때, 이처럼 스케일이 큰 상상력은 귀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또 평범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일상성의 중첩은 미묘한 정서의 울림 속에 시적 입체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설 심사위원(정찬·최민경·임수현)들은 "<황금거울>은 어머니가 무당인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앞에서 언급한 소설에 비해 이야기가 대단히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섬세함 때문이다"며 "섬세함은 외항선원이 된 남자의 형이 보낸 편지에서 소설 내용을 관통하는 상징을 보여줌으로써 인물의 신변잡기와 같은 이야기를 보편성을 담지한 이야기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들은 "<황금거울>과 <사실과 왜곡 그 사이의 적합점>을 당선작 후보로 올려놓고 한동안 망설였다"며 "<황금거울>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인물들이 '사실과 왜곡 그 사이의 적합점' 속의 인물보다 생명의 에너지가 더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12 진주가을문예' 공모에서 소설 "황금 거울"(중편)로 당선한 김민혁 작가.
 '2012 진주가을문예' 공모에서 소설 "황금 거울"(중편)로 당선한 김민혁 작가.
ⓒ 진주가을문예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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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동희(46)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세종대를 나와 현재 포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빈주먹으로 다시 시를 바라보는 20년의 시간은 너무 덥거나 추웠고  너무 가볍거나 혹은 무거웠지만 도리어 그것이 부족한 성품과 시견 없는 저의 삶을 한 눈금 성장시키기에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이제사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에게 문학의 길을 밝혀주시고 계단을 만들어 주시고 설자리를 마련해주신 진주가을문예 주관하시는 분들과 심사위원께 가지런한 마음으로 감사드린다"며 "스스로 저는 항상 다시 피는 꽃이기를 사람들에게 항상 아름다운 꽃으로 이름주기를 다시금 생각하는 이른 새벽 오늘따라 어깨가 무겁다"고 덧붙였다.

김민혁(36) 작가는 강원도 고성 출생으로 동국대와 고려대 대학원을 나와 현재 경기도 군포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눈이 확 뜨인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이, 때문에 많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이제부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말했다.

진주가을문예는 1994년부터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의 기금 출연으로 진주신문사가 맡아 '진주신문가을문예'로 운영해오다, 2009년부터 재단이 운영하면서 이름을 '진주가을문예'로 바꾸었다. 남성문화재단은 장학사업과 <진주문화문고> 발간 등 지역의 여러 교육․문화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진주가을문예는 역대 문재호, 조명숙, 유영금, 정연승, 김영산, 원시림, 김형미, 김애린, 강영, 김언수, 김애리나, 이애경, 최민경 등 40여 명의 시인․소설가를 배출했다. 지난 10월 말에 마감한 올해 공모에서는 시 170여명, 소설 110여 명이 응모했으며, 예심․본심을 거쳐 당선작을 가려냈다.

시상식은 오는 8일 오후 5시 진주 갑을가든 웨딩홀에서 열린다.

■ 시 당선작 ... "고양이눈 성운" ... 나온 동희

우주의 등고점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퐁퐁다알리아 만발한
손바닥을 본다

손바닥을 바라보는 일은
단 하나의 슬픔을 응시 하는 것

TV속의 한 아이가 오디션의 심사평에
갓 구운 빵처럼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왼손은 시리얼을 들추어 보다가
허풍스러운 그 중 하나를 놓치는 순간이다

어제 사랑스러운 루루가 죽었다
한 장의 종이에도 기록되지 않을 무성한 슬픔이 허공에 빛나고

오늘 아침엔 가판대에서
일회용 잡지를 집듯 간단히
그것을 잘라버렸다
그러므로 내일 아침부턴 슬픔이 없을 것이다

이것들의 근성은 처음부터 슬픔이 아니었을 것

문은 닫아야만 나타나는 낡은 방 내부의
야광들은 한때 나의 위로였으나
손가락 사이로 흘러

지금은 창문들이 별 몇 송이를 내어놓고 저녁이 되는 시간

내 손바닥 중심에는
다알리아 붉은 색을 밀어내면서
날 응시하는 루루가 살고 있다

* 고양이눈 성운 : 용자리에 있는 행성상 성운

■ 소설 당선작 줄거리 ... "황금 거울"(중편) ... 김민혁

시인 지망생인 '나'가 어머니인 '선녀씨'의 오구굿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작품. 시와 샤머니즘이 문명사회 이면의 보다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측면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 굿을 통한 단순한 한풀이와 위로가 아닌, 완전한 죽음을 위해 산 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전체의 뼈대를 이룬다. '선녀씨'는 이름난 만신이지만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자식마저 잃는 등의 불행한 삶을 살았다. 선녀씨는 죽으면서 주인이 찾아올 거라면서 칼, 방울, 명도 등의 신물(神物)을 남긴다. 철저한 이성주의자인 형이 어머니를 부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샤먼의 세계와 시의 세계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고 어머니의 세계에 동경심을 갖는다. 나는 샤먼이 되겠다고 했다가 선녀씨로부터 늘 타박을 당한다. 전남편이자 나의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돈으로 오구굿에 필요한 비용이 마련되고, 선녀씨를 버린 '장구재비'의 주재로 굿이 열린다. 선녀씨는 전 남편들에 대한 한을 풀고 꼬마신 명두가 된 자신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저승세계로 간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성숙한 시인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지방의 이름난 수재인 '형'은 자기 내부에 있는 '산바람(神氣)'을 피하기 위해 의대를 그만두고 외양선을 탄다. 그러나 선녀씨의 죽음으로 인해 존재의 '흔들림'을 경험한 형은 결국 어머니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신물의 주인이 형이 될 거라는 암시로 작품은 끝이 난다.


태그:#진주가을문예,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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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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