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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 개인전에 출품 된 설치 작품으로 신문을 길게 짤라 늘어 뜨리면서 거대한 유령처럼 표현했다. 정치 권력에 놀아 나는 진실을 외면하는 일부 언론을 풍자힌 설치미술이다.
▲ 어떤 유령 주재환 개인전에 출품 된 설치 작품으로 신문을 길게 짤라 늘어 뜨리면서 거대한 유령처럼 표현했다. 정치 권력에 놀아 나는 진실을 외면하는 일부 언론을 풍자힌 설치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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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민중미술계의 원로, 주재환 화백(72)과 민중 포르노 화가 최경태(56)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관훈갤러리와 인천아트 플랫폼에서 각각 열렸다.

일상의 재료로 일상을 돌아보게 민중미술의 힘

30일. 인사동 관훈갤러리. 주재환 개인전오픈이다. 3층에서 오픈 축하 공연 '꿀꺽꿀꺽 낄낄낄 – 유신의 소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민정기 화백이 출연하여 유신독재를 파우스트로 빗대어 웃음을 선사하며 전시장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다. 이 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신학철 화백,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 박재동 시사만화가, 이철수 목판화가 등 민중예술분야 인사들이 자리하여 주재환 화백 개인전을 축하했다.

작가
▲ 주재환 작가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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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 화백은 군부독재로 어두웠던1980년대. 서구중심의 미술관, 삶과 동떨어 진 미술에 회의를 느끼고 '현실과 발언'을 결성하고 예술의 고상함, 현실과 소통하지 않는 미술에 저항하는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가 든 무기는 경쾌한 인문학적 사고와 쉬운 통찰력, 간략한 표현에 있다.

현실과 예술을 가르지 않고, 일상의 느낌을, 일상의 재료에 담아, 일상을 돌아 보게 하는 표현은 재미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친근함을 주기도 한다. 이는 주재환 화백만이 풀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민중미술의 힘 이기도 하다.

주재환 1997 작품. 비닐봉지 반짝이, 55x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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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보이 주재환 1997 작품. 비닐봉지 반짝이, 55x46cm, [
ⓒ 주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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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력과 언론, 자본 권력과 재벌 컬렉션이 빚어내는 기이하고 물신화 된 모습을 특유의 어법으로 풍자하면서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주재환 작품이 주는 조롱의 매력은 소소한 일상에서 부터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무거운 주제에 이르기 까지 자유로운 영감과 지적 충족감을 자극한다. 자본권력이나 정치 권력이 애써 쌓아 올린 거대한 벽에 구멍을 내고, 가면을 벗겨, 위장 된 현실과 기존 예술의 관념을 뒤집는 통쾌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가 다루는 표현 재료들은  신문지, 잡지, 쓰레기, 검정 비닐, 스틱커, 라면, 사탕, 쓰다 버린 포장, 각종 일상용품들의 부스러기 따위들로 권위와 격조와는 거리가 멀다. 버림받고, 때타고 보잘 것 없는 민중적 재료들이 작가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오르는 순간 생기를 얻기 시작한다.

재료들의 반란은 자기표현의 힘을 얻고 새롭고 독자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마치 시골 노인이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 인생의 깊은 뜻과 무용담이 살아 있는 것과 닮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하고 질긴 허상들,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적 관념들이 반어법으로 찢으면서 그 사이로 삶의 본질이나 여린 진실 따위들이 드러나는 감탄을 터뜨리게 한다.

주재환 화백은 경기도 문화창작센터 최고령 입주작가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번 개인전은 여기서 제작한 작품들이거나 예전 작품들을 덧칠하고, 자르고, 뒤엎으면서 새롭게 실험하고 살려 낸 작업들이다. 주재환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윤동주의 시의 한 구절 처럼 " 비오는 날 마루에 나와 싸는 오줌줄기처럼 시원했으면 좋겠다 "고 했다.

인생의 진경(眞景)을 보여주는 여고생 그림

작가
▲ 최경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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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천에 갔다. 1호선 전철을 타고 종착역에 내렸다. 길건너에 차이나 타운이 보이고 오른쪽 도로를 따라 걸으면 인천 아트플랫폼이 있다. 2002년. 최경태 화가는 음화전시 판매와 음란문서 제조 반포죄로 벌금 200만원, 음란문서 250권 소각,  음화 31점 몰수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예술계는 표현의 자유 논쟁이 일어났고 '여고생 포르노 화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천 아트플랫폼 B동 전시관을 찾았을 때 최경태 화가는 강화도 작업장에서 옮겨 온 작품들을 전시 배치하고 있었다. 80년대에 그린 초기 유화 작품 부터 최근작에 이르기 까지 목판화, 드로잉 작품을 포함해 1,2층을 빼곡이 채운 작품들이 연대기 순으로 정렬해 있고 작품수로 보아도 회고전 수준의 규모였다. 그러나 미술관 관계자가 전시장에 펼쳐진 그림들을 둘러 본 다음 절반 정도 작품들을 빼거나 바꾸는 작업을 했다. 결국 전시는 1층 규모로 수그러들고 말았다.

미술관 관계자는 "모든 연령의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공미술관의 특성상 19금 제한 관람이 어려워 수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없어 섭섭하지만 어쩌겠는가? 인천미술재단의 후원으로 공공술관에서 이정도라도 보여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자위했다.

미술평론가 성완경은 최경태 전 팜플릿 평론문 "어떤 화엄"을 통해 민중작가 최경태와 여고생 포르노 그림이 관심을 끄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다. " 최경태는 태생적으로 민중적이다. 가진 것 없는 민중에게 가장 풍부한 것은 욕이다. 최경태는 욕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저, 고색창연한 민중의 해방 언어인 씨발이라고" 그리고 그의 작업이 "위선에 대한 도발을 행한다는 점"에서 "그림 속 여고생들은 자신들의 몸으로 이 세상의 진창을 보여주고, 인생의 진경(眞景)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최경태 2012년 작(100호 캔버스에 유채). 여고 생 옷차림으로 담배를 꼬나 물고 불을 붙이려는 모습인데, 일진 쯤 되나 보다.
▲ 여고생 K 최경태 2012년 작(100호 캔버스에 유채). 여고 생 옷차림으로 담배를 꼬나 물고 불을 붙이려는 모습인데, 일진 쯤 되나 보다.
ⓒ 최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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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재환 개인전: 2012년 11월 30일-12월25일 (서울특별시 훈동 195. 전화 02-733-6469)

최경태, 차기율 2인전:2012년 11월 30일-12월 16일 인천아트플랫폼(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18-3.전화32-760-1000)



태그:#최경태, #주재환, #관훈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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