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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전경.(부평신문 자료사진)
 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전경.(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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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지엠의 미래가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한국지엠의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화된 지엠의 '먹튀(먹고 튀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지엠의 '먹튀 논란'이 부각된 것은, 한국 기술력으로 생산해 한국지엠의 주력 차종이 된
쉐보레 크루즈 신형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겠다는 지엠의 결정과 한국지엠이 사무직을 비롯해 생산직 중 '공장'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면서부터다.

이에 앞서 지엠은 지난 10월, 산업은행이 소유한 한국지엠의 지분 17.02%를 인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현재 한국지엠의 지분 소유 현황을 보면, 지엠 48.19%와 지엠의 자회사인 지엠오토모티홀딩스·지엠아시아퍼시픽홀딩스·상하이오토모티브가 각각 19.22%, 9.55%, 6.02%를 보유하고 있다. 지엠이 산업은행의 지분과 우선주를 전량 인수하면, 한국지엠은 100% 지엠 자회사가 된다. 회사 경영에 한국의 의사는 배제되는 셈이다.

지엠은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5대륙에 생산체계를 갖추고 동일한 모델의 차종을 현지인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만 변경해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물량을 조절하거나 생산 공장을 아예 폐쇄하기도 한다.

지난 7월 <로이터> 통신은 브라질 상파울로에 있는 지엠 공장에서 24시간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노동자 1500여 명이 하루 750대의 차량을 생산하던 이 공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생산량에 따른 일시해고가 이뤄졌다. 5월 이래 생산직 1500여 명 중 350명이 퇴직 처리됐고, 11월 초부터 차종 4개 중 1개가 생산 중단했다.

오펠 살리기 위해 한국지엠 희생시키나?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11월 초 노조 측에 "본사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2014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쉐보레 크루즈(J400. Chevrolet Cruze)'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유럽 등지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이 주도해 개발한 크루즈는 2009년 출시 이후 국내외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크루즈는 지난해 한국지엠 완성차 수출 물량 80만대 중 15%를 차지했다.

크루즈는 한국지엠의 전신인 '지엠대우'와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한 '라세티 프리미어'와 '라세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라세티'는 '누비라'의 후속 모델로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하고 회사명을 바꾼 후 내놓은 첫 번째 자동차이다.

한국 기술력으로 탄생한 차량이 더 이상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고, 이제는 미국과 유럽, 중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크루즈 후속 모델은 지엠의 골칫거리로 알려진 '오펠'을 살리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오하이오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오펠은 지엠에 계륵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지엠의 글로벌 전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만성 적자로 지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위기 극복 차원에서 2009년 벨기에 안트위프 공장을 폐쇄했지만, 오펠의 적자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펠의 2011년 누적 손실은 약 16억 달러로 전해졌다.

지엠은 오하이오에 있는 공장 2개에 2010년 9월부터 크루즈 생산을 맡겼고, 지금까지 50만대 이상을 생산했다. 지엠은 이곳에 2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은 오바마 대통령 지원 속에 이뤄졌고, 이는 박빙의 승부인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오하이오의 선거인단를 획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에 앞서 2009년 6월부터 호주 시장에서 팔린 '홀덴 크루즈'는 군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 것이었는데, 2010년 말 호주 현지 생산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11월 실시한 희망퇴직자 모집도 사무직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에 밀어 넣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는 '58년생 임원진을 전후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려온 일부 하위 사무직 직원들도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해, 이번 희망퇴직 규모는 올해 초에 있었던 1차 희망퇴직자 140여 명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크루즈 생산 물량이 오펠로 갈지 여부는 결정된 것은 없다, 현재로는 어떠한 결정도 나온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한국지엠노조, 산업은행 압박 등 대응 본격화... 지역 정치권, 동조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민기, 이하 노조)는 한국지엠의 미래 전망 확보와 고용안정 쟁취 등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민기 지부장은 11월 26일 열린 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회사를 통해 "(지엠의) J400(=차세대 크루즈) 생산 취소와 물량 협박에 맞서 지부는 단호하고 결연한 투쟁의지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며 "혈세가 투입된 사회·국가적 기업인 한국지엠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적으로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과 연대하고, 대외적으로 정치권·인천시·시민사회와 공조해 한국지엠의 생산 물량을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노조 대의원들은 차세대 크루즈 생산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기금 5000만 원 긴급 편성을 가결했다.

또한 노조는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지엠이 추진하는 지분 인수가 한국지엠의 위상과 역할을 축소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이를 직시하고 분명한 반대입장을 즉각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J-400을 포함한 전 차종의 신차 투자계획을 지엠으로부터 확답 받을 수 있게 요구하라"면서, "국책 은행으로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민주통합당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이 한국지엠을 방문해 인천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6명(신학용·문병호·홍영표·박남춘·윤관석·최원식)은 호샤 사장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크루즈 모델 신차 생산 배제 계획' 철회 ▲ 한국지엠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안정적 생산을 위한 장기발전 계획 마련 ▲ 산업은행 보유 지분 인수 계획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크루즈, #먹튀, #산업은행,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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