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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방경찰청 광역 과학수사대 중부팀 직원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 과학수사대 중부팀 직원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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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1] 지난 10월 26일 밤 11시 30분경 충북 음성군 금왕읍 호산리 산돌석재 뒷산. 호국 훈련으로 매복 중이던 육군 모 부대 김정현(가명.21) 상병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쏜 3발의 총알 중 1발을 왼쪽 가슴 부위에 맞아 쓰러졌고, 가해자는 그대로 도주했다.

사건 다음날 오전 8시경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범인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를 확보했다. 1시간 후인 9시에는 사건 현장에서 150여 미터 떨어진 산돌석재 사무실에서 사건 시간대에 피의자 소유로 보이는 흰색코란도 차량의 CCTV 동영상을 확보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10분, 과학수사요원들은 음성군 관내 흰색 코란도 차량 소유자 152명의 명단을 확보해 공기총 소지자 474명과 대조했다. 또 피해자의 몸에 박힌 공기총 탄환(5.5mm 단탄) 1개를 대전 국군통합병원에서 넘겨받았다.

과학수사대는 검거한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공기총과 탄환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했다. 사건 발생 24시간 만인 27일 오후 11시 30분 피해자의 몸에 박힌 탄환이 피의자가 소지한 공기총으로 발사하였다는 것을 확인해 공소유지를 확보해 줬다.

과학수사요원들의 증거확보와 현미경 감식활동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62시간 만에 피의자로부터 범죄사실 일체를 자백받아 구속했다. 이들은 육군 7군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사건2] 지난 10월 29일 오전 2시30분, 충북 충주시 한 문구점에 강도가 들어 방화한 사건이 112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 문구점 주인으로, 낯선 남자 2명이 출입문을 두드리며 '조카 선물을 사준다'고 문을 열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주인이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자 범인들은 미리 준비한 칼로 머리를 1회 내려치고 목 부위에 칼을 들이대며 폭행했다. 이를 뿌리치고 문구점 안쪽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잠그고 있다가 문을 박차고 나와 문구점 뒷문 쪽으로 도망가면서 돌아보니 범인들이 문구점에 방화했고 불길이 일어 신고했다는 것이 주인이 밝힌 사건의 경위다.

과학수사요원 6명은 29일 오전 10시 화재현장에 출동해 최초 발화지점과 발화원(휘발류가 들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통 확보), 화재 진행상황 등에 대해 감식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 10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피의자를 화재현장에 불러 사건 당시 상황 진술을 청취하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과학수사대는 조사과정에서 수상한 점 몇 가지를 발견했다. 문구점 주인은 화장실에 숨었다가 도망가면서 불길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으나 머리털과 오른손가락 털이 타 있었다. 오른손잡이인 주인이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는 과정에서 폭발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의심했다.

주인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다가 뛰쳐나오며 뒷문으로 도망을 갔다고 진술했으나 화재현장 감식 당시 화장실은 자물쇠로 잠긴 상태였다. 또 화장실에 숨은 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피묻은 수건이 발견됐다. 수사요원들은 주인이 방화전 화장실 안에서 자해하고 피가 나자 수건에 닦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주인이 최근 화재보험에 가입한 점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과학수사대는 보험금을 노린 방화로 결론짓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다. 과학수사대는 주인과의 1:1 면담을 통해 '자신이 보험금을 노려 문구점에 불을 질렀다'는 범죄사실을 자백받아 사건 발생 9시간 만인 오전 11시 50분 경찰서에 신병을 넘겨 구속했다.

3일로 창설 50일을 맞은 충북지방경찰청 광역 과학수사대(KCSI)의 활약상이다.

KCSI는 경찰서마다 1인 근무체제로 운영되던 과학수사요원을 광역 과학수사체제로 전환해 지난 10월 15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과학사수대는 청주권(청주, 진천, 괴산) 3개팀 21명, 중부권(충주, 음성) 6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KCSI의 통합은 사법환경 변화에 따른 현장 증거의 능력확보와 대국민 신뢰도 향상을 위해 과학수사 인력운영에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다. 과학수사요원들이 경찰서 수사과에 소속돼 과학수사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잡무처리를 도맡으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과학수사요원들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또한, 날로 전문화, 흉포화되는 범죄양상에 대한 대처와 검거된 범인들의 재판 공소 유지를 위한 증거물 확보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분산 배치됐던 과학수사요원의 통합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과학수사 역량을 높여 과학수사 만족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SI는 창설 50일을 맞은 걸음마 단계지만 그동안 살인미수사건 2건을 포함해 모두 77건의 범죄현장을 감식했으며, 범인의 DNA채취 20건 등 130건의 증거물을 채취했다. 또 9000만원에 달하는 사기(보이스 피싱)사건을 해결해 피해를 예방하기도 했다.

KCSI 정성현 중부팀장은 "과거에는 범죄가 발생하면 신원확인, 지문 검색 등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증거를 토대로 정밀하게 분석해 범죄를 입증하는 추세"라며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란 생각을 바탕으로 과학수사요원들의 열정을 담아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과학수사대, #K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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