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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영업, 특히 식당 경영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식당부부를 만나면 왠지 살맛난다. 이들 부부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는 직장 맞벌이 부부였다. 3년 전 아내가 임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혼 7년 만에 잉태했다. 자녀를 잉태한 기쁨도 잠시. 아내가 임신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 한명 월급(남편)으로 살아가야 하는 막막함이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쪼였다. 고민 끝에 식당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식당을 인수했거든요. 남편은 처음 식당 하니 힘들고, 저는 처음 자식 낳으니 힘들고. 산후 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식당일을 함께 했죠. 그땐 하루가 멀다 하고 울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는 아내의 눈가가 촉촉하다. 남편도 덩달아 안쓰러운 표정이다. 이들 부부는 식당하면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다고. 요즘도 새벽 4시에 잠들고, 아침 9~10시면 깬다. 하루 5~6시간 정도 잔다. 매일 잠이 모자란다.

어떤 때는 서서 밥을 먹는다.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 한 달에 이틀 정도 쉰다. 그것도 늦둥이 아들을 위해서 시간을 낸다. 이 고생이 자녀를 위한 거라는 본질적인 이유를 그들은 망각하지 않는다. 

가족 아들 민수군이 막 잠에서 깨어나 뾰루퉁한 모습이 귀엽다. 이들 부부가 식당을 시작한 건 순전히 결혼 7년 만에 생긴 늦둥이 아들 덕분이다.
▲ 가족 아들 민수군이 막 잠에서 깨어나 뾰루퉁한 모습이 귀엽다. 이들 부부가 식당을 시작한 건 순전히 결혼 7년 만에 생긴 늦둥이 아들 덕분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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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만 삐지지 않아요. 주인도 삐져요"

이런 그들이 들려주는 재밌는 이야기 하나. 손님만 삐지지 않고 주인도 삐진다는 거다. 언제? 이들 부부에 의하면 손님이 '리액션'이 없을 때라고. 음료수를 무료로 주면서 "서비스입니다"라면 "어머, 정말 고마워요. 사장님 짱!"이라는 손님은 최고의 손님이다.

반면에 아무 말도 없는 손님, 당연하듯 받는 손님을 보면 그들도 마음 상한다고. 주인의 친절에 손님이 반응하지 않으면, 주인도 마음이 상한다는 거 손님들도 잘 알아두시라.

입장이 바뀔 때가 있다. 이들 부부가 간혹 다른 식당에 손님으로 가는 경우다. 이때는 최대한 식당종업원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다만, 추가로 반찬 시켰을 때, 식당사람이 억지로 하는 걸 보면서 자신들을 돌아본단다.

"친절 못 잊어 또 찾아 왔어요"

주방에서 일하면서 목소리만 들어도 '아, 그 손님 오셨구나'며 인사하러 나간다. 어떤 손님이 어느 자리에 앉아 먹고 갔는지를 웬만하면 기억하는 이들 부부다. 다음에 그 손님이 오면 "아, 그 자리에 앉으셨던 손님이군요"라고 말한다.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 덕분에 손님의 기분은 업이 되곤 한다.

반찬이 떨어지기 전에, 술 떨어지기 전에 대령한다. 그러면 손님은 "아,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라며 신기해한다. 이런 친절들을 손님이 먼저 안다고. 진심으로 하는 친절인지 장사를 하기 위해 하는 친절인지.

식당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편의 주량이 세졌다는 거. 무슨 소릴까. 원래 술이 약했던 남편이 손님과 함께 공감의 잔을 기울이다보니 늘게 된 것.

인터뷰 중간에 한 커플이 멀리서 일부러 왔단다. "전에 왔을 때 받았던 친절한 느낌을 못 잊어서 서울에서 왔어요"란다. 햐, 음식 맛이 좋아 멀리서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친절 때문이라니.

손님이 벗인 이들 부부

이러다보니 이들 부부는 안성에서 꽤나 유명인사(?)다. 안성 축제 때, 가족나들이를 했더니 사람들이 알아봐서 인사하느라 바빴다고. 자신들은 잘 모르는데 알아봐주는 손님들 덕분이다. 단순히 '손님과 주인'의 관계였다면 그러기 쉽지 않을 터. 그들은 마음을 나눈 사이였던 것.

어떤 손님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면서 한풀이를 하고 간다. 어떤 손님은 직장 스트레스를 그들과 함께 나누고 간다. 그들이 한때 직장인이었으니 동병상련의 감정교류가 이루어진 게다. 때론 정치인 욕도, 세상 탓도 마구 풀어내놓는다. 손님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그렇게 재밌다니. 오죽하면 "고기 맛은 둘째 치고 이모 때문에 온다"는 손님이 한둘이 아닐까.

아하! 그렇구나. 이들 부부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이거렷다. 그들이 식당을 통해 돈만 벌겠다면 힘들었을 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기쁨을 잘 아는 부부. 손님을 단순히 돈 벌게 해주는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 자신들 곁에 와준 고마운 벗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손님과의 만남을 즐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 아내 말 참 잘하죠. 제 아내 때문에 손님이 많이 와요"라는 남편. "이때까지 남편을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라는 아내다.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아내가 대답한다.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하다"고.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 느껴져 짠하다. 감사하다는 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퍽퍽한 세상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 부부가 참으로 고맙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은 그 때문이겠지. 글을 쓰는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니 미소 지어지는 걸 어떡하지.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3일, 안성 명동거리에 있는 황토화로 식당에서 김진산, 김미정 부부와 이루어졌다.



#식당부부#안성#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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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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