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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3시경 길환영 신임 KBS 사장(맨 우측)이 간부들과 함께 자신의 취임을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몸싸움 하는 장소 옆을 지나 취임식이 예정된 KBS 본관 TV 공개홀로 들어가고 있다.
 23일 오후 3시경 길환영 신임 KBS 사장(맨 우측)이 간부들과 함께 자신의 취임을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몸싸움 하는 장소 옆을 지나 취임식이 예정된 KBS 본관 TV 공개홀로 들어가고 있다.
ⓒ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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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길환영 신임 KBS 사장의 기습 취임식 소식이 전해지자 양 노조원 70여 명이 본관 로비에서 취임식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3일 오후 길환영 신임 KBS 사장의 기습 취임식 소식이 전해지자 양 노조원 70여 명이 본관 로비에서 취임식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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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신임 KBS 사장이 양 노조(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반발 속에 공식 임기 시작 하루 전인 23일 금요일 오후 3시에 기습 취임식을 가졌다. 당초 취임식은 사장 취임 후 첫 출근일인 다음주 월요일(26일)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일정이 당겨진 사실은 취임식 불과 3시간 전인 낮 12시경에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지되면서 알려졌다. 길 사장은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의 공식 임기 시작은 24일부터다.

KBS 측은 취임식이 갑자기 당겨진 이유에 대해 "대선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전임 사장 퇴임 이후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공영방송에 업무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임 김인규 사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에 퇴임식을 가졌다. 하지만 길 사장을 '관제·부역사장'이라며 취임식 저지를 준비해오던 양 노조는 "취임도 하기 전에 도둑취임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은 KBS 본관 TV공개홀에서 약 150여 명의 부장, 국장, 본부장 등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수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자의 소개와 길 사장의 취임사, KBS 관연악단의 축하연주로 약 10여 분만에 마쳤다. 취임식은 사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길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자신이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KBS 내에 보수와 진보로 일컬어지는 이념적 갈등, 보도 및 제작의 공정성 시비, 직종 이기주의 팽배와 선후배 직원 간의 갈등이 현재의 KBS 내부 모습"이라며 "우리 내부 갈등으로 인해 KBS가 침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장 후보 선임과정에서 노조와 다소의 불협화음도 있었다"면서 "노사 관계의 새출발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거 10여 년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특별대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고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함께 찾을 용의가 있다"면서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논의는 TF팀을 구성해서 담당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 노조, 다음주부터 길 사장 출근저지

길환영 KBS 신임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출입문을 보안관계자로 통제한 후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길환영 사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이 로비에 놓여있다.
 길환영 KBS 신임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출입문을 보안관계자로 통제한 후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길환영 사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이 로비에 놓여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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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사장의 취임식이 갑자기 당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양 노조는 급히 취임식 저지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양 노조 소속 조합원 7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취임식장으로 통하는 본관 로비에 모였지만, 그만한 수의 청원경찰들이 막아서 몸싸움을 벌였다. 청원경찰들 뒤쪽 취임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양측이 뒤엉키는 모습을 뒤로하고 오후 3시 직전 길 사장은 간부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취임식장으로 들어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취임도 하기 전에 취임식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면서 "무엇이 그리도 켕겨 도둑 취임식을 강행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본부는 "그는 김인규 특보 사장과 함께 등장해 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치면서 KBS를 MB 정권에 헌납했고, 올해 초에는 새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징계를 주도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자"라면서 "우리는 그를 반드시 몰아낼 것이다, 그것이 KBS가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편파 불공정 방송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 대신 '도둑 취임'으로 노동조합의 뒤통수를 치고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마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길환영을 우리는 결코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노조는 당장 다음주부터 길 사장의 출근 저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BS노동조합 관계자는 "예정대로 대의원들이 모여 출근저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본부 관계자도 "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출근저지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태그:#길환영,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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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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