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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중소상인들이 22일 오후 해운대 이마트 앞에서 대기업의 온라인 도매사업 진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부산 지역 중소상인들이 22일 오후 해운대 이마트 앞에서 대기업의 온라인 도매사업 진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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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슈퍼에 물건을 납품하는 ㅇ씨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동네 골목 상권을 넘보는 대기업이 이제는 직접 동네슈퍼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랜 세월 다져놓은 기반 때문에 떨어져 나가는 고객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ㅇ씨와 같은 중소상인들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낮은 가격에 단골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o씨는 제과회사로부터 1만8000원가량에 과자 한 박스를 넘겨받는데 대기업의 온라인 도매기업은 이 과자를 1만 원가량에 슈퍼에 납품해 준다. ㅇ씨의 입고 원가보다 대기업의 납품 단가가 낮은 셈이다. 크게는 몇 천 원에서부터 작게는 몇 백 원씩 가격 차가 나다 보니 ㅇ씨가 단골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에 호소하는 방법뿐이다.

화가 난 중소상인들이 22일 오후 부산 이마트 해운대점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날은 차량을 동원해 마트 주위를 맴도는 차량 시위도 진행했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마트가 온라인 도매사업체인 '이클럽'으로 동네 슈퍼마켓 등에 납품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기업의 마구잡이식 사업 확장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도매상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이마트는 자율조정에도 임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이 식자재 상인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형마트에서 동네슈퍼로 직접 납품하는 제품 중 일부는 중소상인들의 대리점으로 입고되는 제품의 원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리를 함께한 이화수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서민경제위원장은 "대기업은 납품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업체에 강요할 것이고 결국 나중에는 이마트가 모든 것을 평정하게 될 것"이라며 "유통법 개정안을 관철해 대기업의 도매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에 개정될 유통법은 19대 국회 이번 회기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며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제대로 담겨 있지도 않은 그마나 흉내만 낸 유통법 1개를 두고도 통과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따졌다.

중소상인들이 원하는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무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자정부터 8시 사이인 영업제한 시간이 밤 10시에서 오전 10시 사이로 늘어나고 매월 3일 이내로 의무휴업일을 늘리는 내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22일 국회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무산됐다. 이로써 사실상 연내 통과는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이유는 대기업과 대기업 납품 협력업체 및 농어민의 반발 때문이다. 부산에서 중소상인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서울에서는 대형마트 임대소상인과 납품 상인과 기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형마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유통법 개정안을 악법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 무산 직후 대변인 논평에서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던 안을 다시 새누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근혜 후보의 지시가 아니라면 이러기 어렵다"며 박 후보를 겨냥했다.

부산지역 중소상인들은 유통법 개정안이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월3회 휴무, 영업시간 축소, 상권영향평가제 도입 등 진일보한 규제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죽어가는 전통시장, 골목상권을 회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기 입점 점포와 입점을 준비중인 점포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소상인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대형마트,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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