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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서점들이 즐비하게 있었던 수원시 남문서점가
90년대 서점들이 즐비하게 있었던 수원시 남문서점가 ⓒ 김홍범

20일, 수원 팔달문 부근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안씨는 손님이 오는지 안 오는지 밖만 쳐다보고 있다. 이내 한숨을 푹 쉰다. 그는 "요즘 책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졌다"며 지역의 헌책방을 비롯해 중·소 서점들이 하나같이 서점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수원 지역도 이럴지언데, 다른 지역은 또 어떨까? 전국적으로 동네 서점들은 90년대 중반 레코드 가게처럼 하나씩 하나씩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슬며시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건가요?" 물어보니 걱정이 많은 듯 "요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요즘은 책방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경기가 안 좋은 듯합니다. 찾는 손님들이야 있지만 이곳같이 헌책만은 마니아층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내 손님이 들어오자 반가운 듯 손님에게 책을 안내하러 간다.

수원 지역에서 서점이 처음 있었던 때는 대한제국 시대까지 올라가게 된다. 1900년대 초 수원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은 '청광당'이라는 서점. 수원읍에 자리 잡은 청광당 서점은 당시 아예 '수원의 명소'라는 시리즈로 엽서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는 앞다투어 조선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그 중 일부는 조선의 풍속과 명승고적을 소개하는 엽서로 만들었단다. 당시 화성과 수원팔경의 아름다운 경관도 엽서에서 자주 단골로 등장했다. 그런 엽서를 청광당에서 판매를 했고 또 당시 각종 고 서적 뿐만 아니라 서적들을 판매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지나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팔달문 인근에 서점이 처음 들어섰는데, 그것은 교학사였다. 교학사를 시작으로 팔달문 인근엔 성 안쪽의 헌책서점들과 성 밖의 서점가들이 들어섰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남문 서점가는 호황을 맞는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팔달문 시장의 침제와 맞물려 서점 거리에도 침제되기 시작했다. 당시 청소년들은 팔달문 인근에 있는 서점을 찾기 보다는 PC방이나 햄버거집 등으로 다니면서 그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경 수원 남문서점거리의 명맥을 유지했던 동남서적도 문을닫고 만다.
지난 8월경 수원 남문서점거리의 명맥을 유지했던 동남서적도 문을닫고 만다. ⓒ 김홍범

팔달문 인근에 위치하며 남문서점거리의 명맥을 유지했던 동학서점(교학사)도 결국 지난 8월 문을 닫고 말았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인 동남서적은 처음엔 서울에 있었다. 그러다 70년대 팔달문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40년간 운영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수원의 대표적인 서점 중 하나였다.

또한, 이곳은 동학서점을 비롯해 3~4개 대형 서점들이 있었는데 서점이 문을 여는 오전이면 책을 수레로 실어 나르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곳이다. 길가에 많은 책들을 쌓아놓고 하나씩 서점 안으로 옮기는 풍경을 중·고등학생 시절 버스 안에서 자주 목격했었다. 이제 그런 풍경은 추억 속 장면으로만 남아있다.

20대 시절 이곳 서점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던 추억도 있다. 수북이 쌓여있는 책 숲 사이로 손님이 원하는 책들을 신속히 찾아주는 것도 일 중 하나였다. 또 인근에 중앙극장이 있었던 때는, 약속시간 보다 빨리 온 사람들이 간간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장소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오색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내고 창문 앞에서 길게 서서 책을 읽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시대와 더불어 90년대 후반 온라인 서점들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동네서점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수원 같은 대도시에서도 한두 개의 대형서점을 제외하곤 대부분 문을 닫는 추세이다.

 팔달문 근처 하나밖에 없는 헌책방인 오복서점
팔달문 근처 하나밖에 없는 헌책방인 오복서점 ⓒ 김홍범

지금의 어린이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너무 게임에 빠져 사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봐도 그와 비슷하게 폭력적인 게임물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들과 책을 멀리하고 게임을 접한 아이들에겐 어떤 차이점이 오게 될까? 아마도, 자라면서 인성과 성품에 차이가 커지고 또한 어렸을 적 위인전을 수백 권 읽은 어린이들은 나이를 먹게 되면 그 위인 같은 인성과 성품을 닮아가게 된다.

오랫동안 시대의 낭만이 있었던 서점에서, 추억이 사라지는 현실에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더욱 소중히 하고, 잊혀질지 모르는 동네서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추억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수원시#남문서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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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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