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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국민' 강조... 단일화 과정에서는?

안철수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뒤 '국민 앵무새'라는 별호를 달게 됐습니다. 왜일까요? TV토론에서 국민의 뜻을 강조하고 정치혁신의 눈높이를 국민 수준에 맞추라고 기성 정치권을 압박했기 때문이지요.

비단 금태섭 실장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본부장 브리핑을 열 때면 '국민'을 강조합니다. 약 10분간 이어진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가장 강조되는 단어는 단연 '국민'이지요. 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2번 가량 국민을 강조할 때도 있었습니다.

안철수 캠프만 국민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캠프는 아예 '국민명령'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책공모를 합니다.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을 만들어 대통령이 되면 실행에 옮기겠다는 약속도 합니다.

이처럼 양측은 국민을 중시하면서 국민과 함께 하는 대선을 치르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재 진행 중인 단일화 협상에는 국민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단일화 방법으로 거론됐던 국민참여경선은 사실상 시간에 쫓겨 가능할지 의문인 상태입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그마저도 민주당 동원선거가 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눈치입니다.

문재인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최소 열흘만 있다면 해볼 수 있는 국민참여경선이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단일화의 데드라인은 이제 채 5일이 남지 않은 상황이지요. 그러니 사실상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 드라마는 보기 어려운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참여경선도 모바일 경선도 문제는 조직동원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모든 선거에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1월 15일 치러졌던 당대표 선거에 80만 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이 참여해서 한명숙 대표를 뽑았지요. 물론 뒤이어 터진 총선 공천 문제로 그 참여의 열기가 식었고, 결국 총선 패배라는 쓰라린 결론을 얻었지만 선거에서 후보를 뽑는 방법으로 국민참여경선만큼 극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어렵더라도 국민참여경선을 추진해볼 수 있을까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 시간의 무게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단일화 협상팀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당연히 조직력을 동원할 테고, 정당이 조직을 동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안철수 캠프가 이를 문제 삼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캠프는 무엇으로 민주당의 조직력을 이길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갖고 있기는 한 것일까요?

국민참여경선의 한 형태로 거론되는 것이 모바일 경선입니다. 이것도 기실 조직동원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총선에서 모바일 경선의 문제점이 부각됐고, 이 때문에 민주당의 한 지역위원장이 투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모바일 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라 벌어진 참극이지요. 사실 민주당이 조직을 동원해서 모바일 경선을 치러 문제가 된 사례는 여럿 됩니다.

따라서 이 역시 안철수 캠프에서는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참여경선과 모바일 경선 모두 선거인단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동원을 하지 말자, 이건 한국정치에서 정말 수사에 불과한 말입니다.

여론조사만으로 결정, 그것도 토론도 없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야권 후보단일화 협의 재개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야권 후보단일화 협의 재개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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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론조사? 여론조사로 단일화 한다면 적어도 대한민국 정치 시계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리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10년 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방법이 바로 여론조사였습니다. SNS시대에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 한다는 발상은 아마 양측 모두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설령 여론조사로 단일화 한다면, 그에 앞서 반드시 TV토론을 해야겠지요. TV토론을 통해 국민 앞에 어떤 후보가 더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변별력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보등록일이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늦어도 이번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TV토론이 성사돼야 하지 않을까요?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이번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TV토론이 성사돼야 한다"며 "더 늦으면 TV토론도 무색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은 오랫동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TV토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치가 후진적이라 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 간 정책의 차이를 볼 수 있고 정치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TV토론'이기 때문입니다.

TV토론 한 차례로 얼마나 후보의 변별력을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더욱 더 우리 국민들은 TV토론으로 그나마 후보의 능력을 알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TV토론 한번만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정말 불행한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야권의 두 후보가 TV토론이나 대중연설, 이른바 끝장토론 같은 방식으로 옥신각신하면서 새로운 정치의 내용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재미없는 대선을 허락하지 않는데, 이번 대선은 두 후보의 단일화에 혹여 상처가 날까 살살 기다려왔습니다.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 정확히 보여줘야

이제는 두 후보가 링 위에 올라 누가 더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후보인지 정확히 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 것 없이 거저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대선 공간이 열리면 얼마든지 참여할 열의가 있습니다. 그 공간을 두 후보가 열어주어야 합니다. 후보 간 대결로, 캠프 간 대결로, 이번 대선을 끝내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구태정치의 본산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본인이 '구시대의 막차'라고 했습니다. 30일 남은 대통령선거, 우리는 여전히 구시대의 막차를 타야 하는 것일까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이제는 국민들이 새 시대의 첫차를 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두 후보가 그 길을 터주지 않는다면, 성격 급한 우리 국민들, 곧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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