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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모했던 걸까요? 2년 전 '인권재단 사람'은 한국 사회 최초의 민간 인권센터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제가 용산참사대책위 집행위원장 하다가 감옥에 가서 한참을 고민한 결과 인권센터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인권재단 사람'의 이사들이 백만 원에서 천만 원씩 내서 종자돈을 만들었고, 그 돈으로 문정현 신부님을 팔아서 공연을 하면서 인권센터를 만들자는 계획을 알렸습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해서 만드는 인권센터, 약 100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서 인권단체들이 모이고, 시민들이 모이는 그런 공간을 갖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2천 명 정도의 시민들이 인권센터의 주춧돌을 놓아 주셨습니다.

그 2천 명 중에는 인권단체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금통을 채워서 보내주신 분들도 계셨고, 단돈 1만원을 내신 분들도 있었고, 공지영 작가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도 함께 했습니다. 1억 원의 돈을 쾌척해주시고도 자신의 이름은 절대 밝히지 말라고 하신 분도 계셨고, 인혁당 유가족,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같이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인권이 소중하고, 소중한 인권의 가치를 배우고 확산시킬 사회변화의 진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우리의 호소에 공감한 분들입니다. 그렇게해서 1년 동안 모인 기금이 5억 원이 되었습니다. 이것만도 기적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이만한 인권기금을 만들어 본 적도 없었으니 기적은 기적입니다.

시민 2천명이 참여한 인권센터 건립 운동

미리 그려본 인권센터 모습
 미리 그려본 인권센터 모습
ⓒ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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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원이 어떤 이에게는 너무도 적은 돈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도를 보고 '겨우 100평짜리 공간을 만들려고 무리하냐', '대기업 하나 물어서 지원해달라고 해라' 등등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우리는 시민들의 힘을 믿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남산 안기부터를 인권·평화의 숲으로!' 캠페인도 진행했고, 그 캠페인 결과 2, 3년 내에 남산 안기부터에 있는 건물 일부부터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배우는 장소가 생겨날 예정입니다.

지난 9월에 우리는 100평의 공간을 세를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웬 걸, 이만한 공간을 접근성이 괜찮은 서울 지역에 얻어서 유지하려면 한 달 월세와 관리비만 5백만 원이나 들어갑니다. 그렇게 1년이면 6천만 원이 그대로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인권센터라는 특성상 여러 가지 시설들을 갖추어야 하는데 2년 뒤에 주인이 월세를 올리라고 하거나 방 빼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러다가는 5억 원이라는 돈이 금세 증발되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습니다. 다행히 10월초에는 서울 성산동에 작은 집을 하나 찾아내어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3억 원의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시민들에게 대출을 받자는 기획이었습니다. 시민들에게 1구좌 1백만씩(물론 여윳돈이 있으신 분들은 더 해도 되고요) 받고 3년 뒤에는 원금을 상환한다고 차용증서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대출을 시작한지 한달이 됐는데 빌리기도 하고, 기부받기도 해서 8천만 원 정도를 모았습니다.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은혜를 인권센터를 모범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그런데 어떤분들은 무슨 돈으로 3년 뒤에 원금을 상환하냐고 못 믿겠다고 하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월세를 내지 않으니 기금 적립이 가능하고요, 재단의 수익금들을 착실히 적립해 가면 그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돈 빌려주세요 할 정도로 염치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동안에 인권센터 운영을 잘해서 '아 이래서 인권센터가 필요했구나' 하는 인정을 받는다면 훨씬 더 빨리 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백만 원씩 빌려 주세요

그런다고 기부를 마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편이 되시는 분들은 일시 기부도 좋고, 정기 기부도 좋고요. 이번 기회에 저금통 가져가신 분들 - 지난해 배포한 저금통 중 아직도 9500 개의 저금통이 회수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저금통 9500개를 보내주신다면, 그 저금통들마다 1만원씩만 들어 있어도 1억 원 가까운 돈이 모이는데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집에 있는 저금통 이제는 보내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인권센터를 만들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돌렸습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만 9500개입니다. 이제 돌려주실때가 됐습니다.
 인권센터를 만들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돌렸습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만 9500개입니다. 이제 돌려주실때가 됐습니다.
ⓒ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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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마지막 남은 잔금을 치르고, 3층 건물로 리모델링해서 내년 3월 중에는 입주하려고 생각합니다. 120명 들어가는 다목적 홀과 20~30명이 들어가 소규모 행사를 할 수 있는 모임방이 3개, 그리고 구석구석에 작은 도서관과 인권역사관을 겸한 카페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인권센터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는 명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건물의 특성을 살려서 리모델링을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1층에도 서고, 1.5층에도 서고, 2층에도 서고, 2.5층에도 서는 식으로 운영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장애인들이 모든 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옥상에도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건물 보셨나요? 0.5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가 상징하듯이 곳곳에 인권감수성이 스며드는 공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광역시도, 시군구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인권기본조례, 각 영역의 인권조례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인권교육 강사가 부족해서 애를 먹습니다. 당장 내년에 서울시에서만 3만 명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과 투자기관 종사자들이 연 2회 인권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인권교육 강사가 절대 부족합니다.

다양한 인권영역의 인권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인권단체와 시민들이 결합해야 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의 거버넌스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요구와 흐름에 비해서 우리의 준비는 늦었습니다. 그래서 인권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인권센터에서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인권 관련 문화행사도 열리고, 한편에서는 인권 상담도 하고, 인권단체들이 회의와 기자회견도 하고,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도서관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토론도 하고, 인권활동을 모색도 하는 그런 곳이었으면 합니다.

인권센터가 작은 공간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만나면 자연스레 인권은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대리하는 인권이 아니라 인권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인권을 찾아가고, 연대하는 그런 곳이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일을

이런 생각을 하면 행복해집니다. 초겨울의 대한문 농성장은 새벽이면 추워서 잠이 깨곤 합니다. 그런 곳에서 밤잠을 자면서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인권의식으로 무장된 시민들이 버티고 있는 사회라면 용산이나 쌍용차 문제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나도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인권이라는 가치가 사회 곳곳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는 사회가 제가 꿈꾸는 사회입니다. 더 이상 왈가불가하지 않고 인권이 존중되고, 실현되는 그런 사회를 위한 인권센터 하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농성을 하면서도 이곳저곳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이메일도 보내면서 사람들이 호응해주고, 공감해주고, 실제로 돈도 입금해 주시면 힘이 납니다. 이 정권에서 인권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던 분들, 평소 인권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느끼셨던 분들, 인권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분들, 이번 기회에 인권의 미래를 위해 투자 한 번 안 해보시겠습니까?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된다는 이 말을 믿고,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자세한 참여 방법은 열려라 인권센터 바로가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인권재단 사람 전화번호는 02)363-5855 입니다. 박래군 기자는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입니다.



태그:#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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