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일 한 지역언론에 실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철탑농성 기사. 마치 외부세력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보도했다
16일 한 지역언론에 실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철탑농성 기사. 마치 외부세력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보도했다 ⓒ 화면 갈무리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이 현대차 울산공장 송전탑에서 한 달째 벌인 고공 농성을 두고 '외부세력이 주도''학생운동권이 좌우''혁명적 노선투쟁' 등의 색깔 덧세우기가 진행되고 있어 절박한 비정규직을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색깔론은 철탑 농성장에 유력 야권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전국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오고 있는 것이라 "여론을 반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색깔론 진원지는 현대차 회사 측으로, 현대차는 회사소식지를 통해 색깔론에 불을 지폈고 이를 보수언론들이 연이어 보도하면서 점점 가열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일반시민이 이 같은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비정규직 조합원의 철탑 고공 농성을 두고 비정규직 당사자와 노동계, 시민사회는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절반밖에 못 받는 모순에서 시작돼 지난 8년간 법적 소송을 거치며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문제로, 외부세력 등 색깔론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에 가해지는 색깔론 진원지는 어디?

최근 철탑 농성장에 대선 후보의 방문과 정규직화를 약속하는 공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회사소식지 <함께가는길>에서 "직접적 이해 당사자도 아닌 자들이 하청지회를 주도하며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하청지회 종업원을 볼모로 불법파업, 라인점거 선동과 각종 폭력행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소식지는 "'전원 정규직화'와 같은 원론적 주장만 되풀이하고 대화와 타협 노력은 찾아볼 수 없고 문제의 확대 재생산에만 주력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며 의도적으로 논의를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지역보수 언론과 일부 중앙 매체들은 이 같은 내용에 더해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익명의 글 등을 합쳐 색깔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 예로 16일 한 지역 보수언론은 금속노조 자유게시판의 글을 인용해 "하청노조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외부세력에 대해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이디 '충고자'는 금속노조 자유게시판을 통해 '겨우 다섯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는 학출(대학 운동권 출신)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절대적 진리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교조적) 논리와 조직 정파주의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나방으로 만들어 불 속으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또한 신문은 "혁명적 투쟁노선이라는 같은 방향성을 가진 이들은 사노위(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 노건투(혁명적노동자당건설 현장투쟁위원회) 등 반사회단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조합원의 뜻과 민의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함에도 학출 지도부의 정치적 이념, 소송 정파의 논리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만한 해결책이 도출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는 글도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는 비단 이 신문만이 아니라 최근 대부분 지역신문이 순차적으로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농성이 8년간 정규직화 소송을 진행한 최병승 조합원에 대해 대법원이 올 2월 정규직화 확정판결을, 5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복직 결정을 내렸지만 회사 측이 오히려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해 체포·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비정규직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특히 회사 측과 보수언론은 3000명 신규채용안을 두고 "정규직 소송 대상자보다 2배나 많은 수" 등의 보도를 하면서 농성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는 "3000명 신규채용이 사실은 정규직의 퇴직 자리를 메꾸는 꼼수"라고 지적하는 시민사회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색깔론은 터무니 없는 음해이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두번 울리는 작태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최근 회사측과 보수언론의 색깔론에 대해 대응을 하려다 일고의 가치도 없어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색깔론은 사실을 왜곡시키고 비정규직을 바보천치로 만드는 아주 질 나쁜 작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 사법기관이 판결한 사실을 이행해달라고 요구하는데도 오히려 탄압하고 구속하려 들고 심지어 외부세력 운운한다"며 "대선 후보들도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