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희망식당에 온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대구희망식당에 온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희망식당이라 카더니 우리가 따신밥 먹고 힘내서 희망을 얻고 갑니더. 여기 오신 분들 얼굴을 보니 막 힘이 솟는 것 같습니더..."
"오늘은 비가 와서 손님이 많이 안 올걸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오신 것 보니 대구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희망식당 밥 많이 먹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대구희망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밥을 먹고 가면서 꼭 한마디씩 하는 말이다. 대구는 보수적인 동네라 희망식당 문을 열면 곧 망할 것 같았는데 손님이 너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11일 서구청 반대편의 '따신밥' 식당에서 대구희망식당이 두 번째 문을 열었다. 이날은 서울에서 노동자대회가 있어 손님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100명이 넘는 손님이 식당을 찾았다.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가족들이 아이들 손을 찾고 희망식당을 찾기도 했고 계 모임을 한다며 단체로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희망식당을 알고 찾아온 손님도 많았다.

이날 반찬은 간이 잘 배 바삭하게 구워진 안동간고등어와 근대국 그리고 간단한 반찬과 유기농 쌀로 지은 밥을 맘껏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밥을 먹은 손님들은 "너무 맛있다, 근데 5000원은 싼 편이니 좀 더 올려받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일일점장을 맡은 함종호 4·9인혁재단 상임이사는 "비가 와서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오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며 "따뜻한 밥 한 공기 나누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손님이 희망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방명록을 적었다.
한 손님이 희망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방명록을 적었다. ⓒ 조정훈

희망식당을 찾은 최민정(35)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좋은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라 더 맛있게 느껴진다"며 "돈이 많고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나누는 게 아니라 힘들고 가난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는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 이어 이날도 주방일을 책임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숙자 국장은 "아무리 일을 해도 힘들지가 않다"며 "우리가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힘을 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음식을 나르는 자원봉사를 자처한 김효경씨는 "힘들지만, 하루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대구에 상신브레이크, 영남대의료원, 대구지하철 등 이렇게 많은 해고자들을 둔 사업장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들의 작은 희망이 모여서 해고자 없는 세상이 오는 날까지 자주 오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이날 희망식당의 수입은 97만4000원이었다. 희망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식당을 찾아 희망을 나눠주고 간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대구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희망식당 메뉴는 먹음직스러운 목살 스테이크가 준비된다. 이날은 대박이란다. 스테이크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대구희망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희망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조정훈



#대구희망식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