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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호 교수님께서 한국어를 배우는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학생들앞에서 강연을 하고 계십니다. 오른쪽에 서 계시는 장영화 선생님께서 통역을 맡아 주셨습니다.
  박동호 교수님께서 한국어를 배우는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학생들앞에서 강연을 하고 계십니다. 오른쪽에 서 계시는 장영화 선생님께서 통역을 맡아 주셨습니다. ⓒ 박현국

9일 오후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한국어 수업시간에서 지금 도쿄 메지로(目白) 대학에 방문연구교수로 와 계시는 경희대학교 외국어학부 한국학과 박동호 교수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처음 한국어로 진행된 강연에서 박동호 교수님은 일본 학생들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예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어나 중국어에 비하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저희 학부의 경우 1996년 처음 국제문화학부가 생겼을 때에는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은 열 명이 넘지 않았습니다.

교과 과정을 영어와 같이 한국어를 들을 수 있도록 바꾸고 꾸준히 노력하여 지금은 해마다 40명 정도가 한국어를 신청하여 두 해 동안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 캠퍼스에 있는 이학부나 사회학부 역시 처음에는 외국어 과목 가운에  한국어 수업이 없었으나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나 주위 상황들이 바뀌어 10여 년 전부터는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근대 문명의 발달은 산업혁명 이후 서구 문명을 좇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전기, 전차, 비행기의 발명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했고, 많은 진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러한 물질문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경험, 실증주의적 생활철학은 정신문명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일찍이 서양 문명에 관심을 가진 일본의 선각자들은 앞을 다투어 서구를 방문하고 그들의 물질문명이나 정신문화의 근간을 연구하고, 일본으로 수입하고, 일본화 하여 개발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이후 일본인의 꼼꼼한 성격과 외부 기술을 수용하여 자기화하는 능력으로 현재의 부와 안락함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일본 사람들은 서양 문물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탈아입구를 말하지 않아도 섬나라 일본 사람들이 외부 문물에 대해서 가지는 호기심과 열정은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다만 동양 사람으로서 서양 문물에 정신을 팔기에 앞서서 나 자신, 아니 우리의 이웃인 한국이나 중국은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어라면 으레 영어를 생각하고, 제2외국어라는 말이 없습니다.

      경희대학교 박동호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시고,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서 12 년간 유학 생활을 통해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시고 지금은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박동호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시고,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서 12 년간 유학 생활을 통해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시고 지금은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 박현국

한국어를 선택하여 배우는 학생들 역시 극히 일부학생을 제외하면 한국에 수학여행 경험이 있거나 특정 한국 연예인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을 상대하는 무역회사에서 일 해보겠다거나 한국 사람과 더욱 깊은 교류를 하고 싶다고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교류를 활성화시켜보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 노래를 보다 더 이행하고 싶다거나 한국 연예인과 한국말로 이야기를 해 보겠다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대부분 영어 이외의 외국어는 거의 가르치지 않으며, 가르친다고 해도 특별 활동수준입니다. 대학에도 영미문학 이외의 외국어, 외국문화는 외국어 대학 이외에서는 거의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은 한자를 비롯한 문자 생활, 불교문화를 비롯한 종교 생활, 사고방식 등에서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 나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일본 경제를 1945년 2차 대전 뒤 패망에서 부활시킨 것도 한국의 6·25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람들은 동양 사회, 특히 아시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고, 관심이 없습니다.

외국어를 배우고, 외국을 여행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 나라가 좋거나 관심이 있어서 만은 아닙니다.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더욱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 젊은이들은 여행사에서 만들어서 소개하는 포장 여행 이외의 방법으로 외국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한 해 동안 일본을 방문하는 유럽 여행객은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일본 무역 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은 중국과 한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학생들은 한국이나 중국 방문을 꺼리고 있고, 지나치게 서구를 쫓아가기 바쁩니다.

지금 영어는 세계 언어로서 어느 곳에서나 새롭게 현지어를 배우지 않아도 영어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영어는 중요하고 꼭 필요합니다. 영어에 매달리는 10 퍼센트만이라도 주변 이웃 한국이나 중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말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한국 강연자가 바라는 일본에 대한 기대입니다.

지금 한국어를 선택하여 배우는 학생들은 선견지명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시장 지배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미래 아시아의 시장과 지배력이 세계 중심으로 부각할 때 지금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그때 자신이 배우고 익힌 한국어 능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더 확실히 이해하고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일부 한국어 수강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일부 한국어 수강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동호 교수님#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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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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