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희생'과 '양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최근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단어들이다. '기득권 포기'도 반복되는 메시지 중 하나다.

문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회동 바로 다음날인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곧바로 '희생'을 언급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전날(6일) 안 후보와 회동 결과를 당내 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함께 발표하게 될 새정치공동선언에 우리 의원들을 포함해서 민주당·기성 정치권의 특권이나 기득권 내려놓기까지 포함되지 않을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구조나 정당 문화를 바꿔가는 것도 포함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아픈 희생을 요구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해 당의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에 희생·아픔 요구하게 될 것"... 과감한 양보 주문

지난 8일 열린 민주당의 전국지역위원장 회의에서도 문 후보는 "새 정치를 위한 민주당 혁신 방안, 새정치공동선언에는 기정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가 주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은 희생이나 아픔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치를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양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제주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문 후보는 "정치를 혁신하고 국민의 고단한 삶을 풀어드리기 위해 저와 민주통합당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뜻만 보고 앞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가 단일화 회동 이후 부쩍 '희생'과 '양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치 혁신과 민주당 쇄신 과정에서 혹시 불거질 수 있는 내부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고, 그만큼 과감한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특히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 연대'는 대선 이전이든 이후든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내의석 127석의 민주당이 1석을 가진 안철수 후보 측에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과거의 방식대로 표현하면 지분의 50%를 내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 경우 기득권 포기에 따른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문 후보로서는 단일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양보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지지율 약세인데... "국민들은 민주당은 강자, 안철수는 약자로 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야권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마친뒤 함께 웃으며 회동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첫 회동을 갖고 대선후보 등록전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7개항에 합의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야권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마친뒤 함께 웃으며 회동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첫 회동을 갖고 대선후보 등록전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7개항에 합의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물론 여기에는 제1야당의 대선후보지만 지지율에서는 약세인 문 후보의 독특한 위상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문 후보는 야권후보 적합도에서 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층을 제외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리서치뷰가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지지층과 무당파만을 대상으로 한 단일후보 지지도는 문 후보가 44.0%로 안 후보(50.3%)에 6.3%P 뒤졌다.

지지율 측면에서는 약자지만 민주당에 속한 후보로서 큰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비쳐지면서 더 많은 양보와 희생을 요구받고 있는 게 문 후보가 처한 상황이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은 '단일화 협상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사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안 후보와 접전이거나 경쟁력에서는 뒤지는 상황이라 단일화 협상에서 우리가 요구할 부분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조금만 유불리를 놓고 양쪽이 공방을 벌여도 책임은 문 후보에게 더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이 같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지지도 면에서 안 후보가 오히려 앞서 나갔던 국면임에도 우리는 128명이 있는, 전통 있고 힘 있는 정당이니 국민들이 볼 때 우리가 더 강자고 저(안 후보)쪽은 약자로 보는 것 같다"며 "단일화 논의를 하자는 당연한 요구를 하는데도 우리는 압박하는 것으로, 저쪽은 당하는 것처럼 다뤄지더라, 국민들도 그런 시각으로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단일화 회동 직후 선대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작은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큰집의 맏형처럼 통 크게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양보의 역설... "속도감 있고 과감한 쇄신 밀고 나가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더 많은 희생과 양보를 요구받는 문 후보의 처지가 오히려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후보를 '부잣집 맏아들'로 보는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비워야 산다'는 역설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정몽준 후보에게 10%P 뒤졌다. 하지만 노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전격 수용하는 양보로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역전에 성공했다.

문 후보도 지난 10월 22일, 청와대에서는 물론 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손발을 맞춰왔던 친노(친 노무현) 핵심 측근 9명을 선대위에서 사퇴시키는 '버림'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등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지지율을 다소 만회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팔뚝을 잘랐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선거에서 '3위 후보' 문재인이 반전의 계기를 잡고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더 많은 '팔뚝'을 잘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 후보로서는 더 통 크게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모습이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며 "작은 문제들은 털어버리고 인적 쇄신을 포함한 속도감 있고 과감한 쇄신을 밀고 나감으로써 단일화 국면을 문 후보가 끌고 간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안철수 양보론'이나 나눠먹기식 정치공학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신당론은 문 후보에게 백해무익"이라며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그래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축적하면서 단일화를 민생 살리기 프로젝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