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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수머리포트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2년 자동차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의 현대차가 지난해 11위에서 17위로 6계단 하락한 것과 관련,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가 "신뢰도 추락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비정규직을 탄압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신뢰도 하락을 불러온 불량 발생과 품질 저하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작업지시 시스템을 급조한 것과, 품질 향상에 투입돼야 할 사무관리직이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투입돼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가 2010년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후 2년 이상 비정규직노조의 단체행동을 막기 위해 사무관리직 직원을 기동대로 편성하고 24시간 대기, 철탑경계근무, 기동훈련 등으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는 생산차질과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관리직 기동대 편성 문건 발견돼 논란 일기도

 지난 8월 발견된 현대차 각 부서의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
 지난 8월 발견된 현대차 각 부서의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
ⓒ 현대차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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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비정규직 노조가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할 때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이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잇따라 폭행해 논란이 일면서 이때 현대차의 각 부서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이 발견된 사실이 있다.(관련기사: 현대차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논란)

문건에 현대차 기동5팀 팀장으로 나온 차체생산기술팀 김아무개 차장은 당시 "지금도 비정규직 노조가 공장을 세우려고 하는데, 공장이 서면 각 부서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우리 부서 일을 다하고 있고, 시간을 쪼개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를 막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주장하는 품질저하 요인은 두 가지다. 그 첫 요인은 불법파견 은폐를 위한 작업시스템 변화. 노조는 "생산차량의 품질 불량 문제는 불법파견 은폐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원래 원청 현장관리자(현대차 정규직 조반장)들이 사내하청 작업자에게 현장에서 직접 지시, 지휘, 감독하던 것을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사내하청업체 조반장을 거쳐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전보다 더 많은 불량이 발생하고 품질저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비정규직 노조는 "사내하청업체는 자동차 제조업과는 무관한 서비스업으로 등록한 업체들"이라며 "이 때문에 원청의 지시를 받은 하청조반장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당 하청작업자에게 잘못 전달했을 경우, 이는 곧바로 불량발생과 품질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또 "이전에는 현대차 현장 직영관리자가 하청 작업자에게 직접 지시, 지휘해 불량이 줄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공장 점거 농성이 있던) 201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하청 작업자에게 직접 지시하던 것을 하청 조반장을 거쳐 지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잦은 불량과 품질저하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주장하는 품질저한 두 번째 요소는 품질향상에 투입되야 할 생산관리직이 비정규직 노조 탄압에 투입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사무관리직을 기동대로 운영하고 지시, 지휘, 감독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산차의 불량 증가와 품질 저하가 확대되고 있다"며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다 자동차가 아니라 살인기계를 생산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노조 전 위원장 "이러다 충정훈련까지 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대한 근거로 현대차 사무관리직의 블로그 글을 들며 "현대차 사무관리직 직원이 네이버블로그와 금속노조 게시판에 올린 글과 관련 사진 등을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유기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현대차 공장 안에서의 요즘 겪은 현실을 글로 옮겼다. 그는 현재 현대차 노조 조합원이며 사무관리직이다.

그는 블로그에서 "현대차 울산공장에 근무하시는 고참 과장님의 '이 나이에 기동대에 편입되어 '비상출동' 명령 떨어지면 집에서 자다가도 뛰어나와서 화이바 쓰고,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새까맣게 젊은 비정규직 아들하고 몸싸움을 해야 하니'라고 하는 하소연을 듣고 있으면 '회사가 정말 미쳤구나.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지, 현대자동차 울산·전주·아산공장 내에서 관리직들이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비정규직 투쟁을 제압하고 있다"고 적었다.(관련 블로그)

박유기 전 노조 위원장은 이어 "심지어 관리직들을 기동부대로 편성해서 군대 조직처럼 지휘를 한다"며 "이들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하면 항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는 "10월 17일부터 최병승, 천의봉 두 동지가 철탑 농성에 돌입하고 난 후, 울산공장 관리자들은 몇 개의 조를 편성해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이튿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공장 안에서 대기하다가 퇴근해서 집에 가서 쉬고 다음 날 또 돌아가며 24시간 공장내 대기를 하다가 아침에 교대로 집에 가 쉰다"고 적기도 했다.

또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현대차 과장, 차장 등 관리직들이 집단적으로 운동장에 끌려나가 방패와 곤봉을 들고 '충정훈련'을 하는 꼴을 보게 되는 건 아닐지"라며 "1980년 초부터 신군부는 특전부대를 중심으로 대도시 부근 일반부대까지 강도높게 충정훈련을 실시해 1980년 5월 5.18 민주화운동 진압에 투입, 과격한 진압을 주도했다"고 적었다.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기업, 대한민국 2위 기업이라는 현대자동차주식회사의 과장, 차장, 부장 명찰을 달고있는 관리직들의 현실이 이렇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진정으로 국민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을 사과, 중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 그리고 관리직들을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서 자신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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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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